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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8

INSIDE

[오늘의 헌책] 그냥 살지 않으려는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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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헌책 : 오피스 빅뱅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서울책보고 서가 한구석에 오랫동안 숨어있던 헌책,

그 쓸모와 오늘의 트렌드를 연결하는 시간

 

 *

그냥 살지 않으려는 당신을 위해

〈꿈과 일터〉, 창간호(1984.11.),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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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재량근로시간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직장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가 왔습니다. 오피스 빅뱅은 말 그대로 우리의 직장 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팬데믹으로 인한 새로운 업무 방식이 등장하며 오피스 시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늘어나는 퇴직으로 인해 조직 문화가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고 합니다. 평생직장의 꿈을 품은 채 살아오던 기존 세대와 달리 경력과 연봉을 위한 이직의 꿈을 품은 새로운 세대에게는 성장이라는 단어의 중심에 회사가 아닌 개인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잘 나타내는 말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있는데요, 단어의 뜻 그대로 '조용히 직장을 그만둔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 , ‘주어진 일 이상은 하지 않겠다.’ 라는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개인의 삶보다 일을 중요시 여기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를 거부하는 것인데요, 조용한 사직은 이기적이거나 태만한 업무 스타일이 아니라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오피스 시공간을 벗어나면 일을 멈추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그냥 살지 않으려는 당신의 잡지’


이번 호 오늘의 헌책을 쓰기 위해 서울책보고 서가를 헤매다 발견한 <꿈과 일터> 창간호 표지에 찍혀있는 문구입니다. 이 문구가 주는 느낌과 잡지의 제목에 이끌려 이번 ‘오늘의 헌책’에서는 <꿈과 일터> 창간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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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1월에 창간된 <꿈과 일터>입니다. 앞표지에는 제목, 소제목, 발행년월, 가격, 발행처 그리고 창간호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가격은 1,800원이고 '주식회사 홍성사 株式會社 弘盛社'에서 발행했네요. 홍성사는 1974년에 '홍성(弘盛) 통상 주식회사'로 설립되었습니다. 첫 사업은 항공운수 사업이었다고 하는데요, 1977년 8월 24일에 ‘주식회사 홍성사’로 사명 변경을 하고 단행본 출판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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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에는 국내최초 3가지 첨단기능이 장착된 TV의 광고가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컬러 TV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80년대의 컬러 TV는 당시 제2차 오일쇼크와 내수 부진으로 대혼란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컬러 TV 방송은 10년 간의 경제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금성사와 삼성전자가 당시 컬러TV 시장을 주도했다고 하는데요, 금성사는 하이테크 시리즈를, 삼성전자는 1981년 이코노 빅 시리즈로 시작해 1983년부터는 엑설런트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뒤표지에 있는 광고가 바로 삼성전자의 엑설런트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성다중 TV라고 광고하고 있네요. 현재의 디지털 방송 시대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음성다중 TV는 음성다중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입니다. 외국어 등의 다국어 방송과 장애인 등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을 볼 수 있는데요, 지면에도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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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당시 TV로 방송되었던 TV광고를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컬러 TV 광고보러 가기


다시 앞표지로 와서 표지를 넘겨보니 시대상이 느껴지는 광고가 이어지네요. 자동차도 있고 음료도 있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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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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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살펴보니 세 편의 창간사를 시작으로 경제, 종교, 사회, 역사, 문학, 영어 학습, 만화, 시사상식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모여있습니다. 당시 세계적인 초능력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유리겔라에 관한 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 박완서 작가의 칼럼, 이청준 작가의 연재소설, 구상 시인의 시와 그림,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김남조 시인의 하루 시간표...  그리고 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찬 목차 페이지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편집위원 명단이었습니다. 구상 시인, 김남조 시인, 김동영 사회사업가, 김중배 전 MBC사장, 박완서 작가, 이어령 교수, 이청준 작가, 정병규 디자이너로 구성된 편집위원 명단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명성 있는 분들을 모아서 구성할 수 있었을까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편집위원이라고 이름만 내세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글과 디자인으로 실제 편집 및 발행에 참여한 사실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본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 보니 출간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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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일터>의 창간사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 혹은 가정 등 모든 일터에서

땀 흘리는 일군들의 참자유를 위해 창간되는 잡지에

유독 꿈과 일터란 제호를 고집하는 이유는,

일군들의 참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인데,

그것은 꿈과 일터의 조화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우리의 믿음 때문입니다.

 (중략)

꿈만 강조되거나 일터만 주장되어서는 결코 아니됩니다.

꿈과 일터는 언제나 같은 크기, 같은 비중, 즉 하나의 모양으로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보니 이 잡지는 회사만 그리고 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그리고 개인의 꿈도 중요시 여겨지는 사회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예전 홍성사의 기자였던 정은숙 현 마음산책 대표의 최근 기사(클릭Emotion Icon)에서 <꿈과 일터>는 창간 6개월 만에 휴간했다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아쉽지만 이 잡지는 오랫동안 만들어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희소성이 생기겠는데요. 어떠신가요? <꿈과 일터>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역시 이번 28호 웹진이 공개되면 <꿈과 일터> 창간호를 소장하시길 원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울책보고 남문서점 서가에서 찾아서 사실 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에서도 사실 수 있어요. 이미 판매가 완료된 도서는 검색이 되지 않으니, 서울책보고에서나 온라인헌책방에서 헌책을 검색하실 때 꼭 참고해주세요.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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