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1
INSIDE[세렌디피티] 유진서적의 추억
1994년 7월 25일 초판본인 이 책 안에는 대상수상작인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 외에 공선옥의 ‘우리 생애의 꽃’, 윤대녕의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 이승우의 ‘미궁에 대한 추측’, 박완서의 ‘가는 비 이슬비’, 오정희의 ‘옛우물’ 등의 실려있답니다.
그리고, 그 소설들과 함께...
95년 2월 11일 13시 20분, 김OO 님이 외환은행 서소문 점에서 김OO 님에게 현금 20,000원을 입금하셨네요. 요즘은 입금하면 카톡이나 문자로 그 입금 내역이 바로 전달이 될 텐데, 저 때는 하나하나 종이로 남겨두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장미 형상 심볼과 ‘외환은행’ 로고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으셨던 분은 회사 회계 담당자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은행 계좌 목록을 따로 정리해두셨더라고요. 이 목록에서 지금은 사라진 은행 이름들이 눈에 띕니다. 이때가 95년이라는 게 은행 이름을 읽어내는 포인트죠.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은행들의 합병이 일어나면서 은행 이름의 변천사가 복잡해지거든요. 이제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은행 이름인 상업은행은 현재 우리은행, 외환은행은 현재 하나은행, 조흥은행은 현재 신한은행의 전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시죠? 이런 형식의 책갈피. 손으로 쓴 글씨체로 명시를 적어 코팅한 후, 펀치로 뚫어 끈으로 매듭지은 90년대식 제작법. 아마 이 책갈피를 만드신 분은 여기에 어떤 시를 넣을까 고심하셨을 것 같아요. 서시를 고른 후, 좀 뿌듯하셨을 것도 같고요. ‘우러러’와 ‘나는 괴로와 했다’를 강조한 폰트가 특별히 눈에 띄네요. 예전에 서점에서 이런 책갈피를 많이 제작했죠! 역시나 이 책갈피 역시 서점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책갈피 뒷면에 적혀있는 서점 광고 한 번 보고 가실까요?
대학교재·초중고 참고서·신간서적·월간지·종교서적
유 진 서 적
화양시장 육교옆
유진서적은 지금도 화양시장 육교 옆에 계속 남아있을까요?
책갈피 하나에도 여러 궁금증이 생기고, 또 당시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오늘 세렌디피티를 선사한 <1994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은, 이 코너의 첫 주자로 완벽하지 않나요?
글 박혜은
사진 박혜빈
서울책보고 뉴스레터 구독신청에 관한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