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9 전화번호부
<'98/'99 전화번호부>
인스타그램 소개일 : 2021년 7월 23일
안녕하세요.
서울책보고에만 있는 희귀하고 놀랍고 의미 있는 혹은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는 오직서울책보고로 찾아뵙습니다.
▶《'98/'99 전화번호부》,한국통신 서울본부(밍키서점/ 15,000원)
오늘은...
제가 지난 2월 청계천헌책방거리에 나갔을 때 소중히 품에 안고 돌아온 <'98/'99 전화번호부>를 소개하려고 해요.
'서울∙업종편', '강남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두툼한 전화번호부는
이제 정말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옛날 아이템이죠.
다행히(?) 저희가 보유한 이 전화번호부는 '업종편'인데요.
'인명편'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2008년부터 발행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부를 한 번이라도 펼쳐보신 분이라면 아실 텐데요.
전화번호부는 그 특유의 무게감을 자랑하지만 쉽게 말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 책이 두께는 두껍지만 얇은 미색 종이뭉치이기 때문이죠!
그 얇은 종이에 아주 작은 폰트로 빽빽하게 상호명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던 전화번호부...
이 20여 년 전의 전화번호부를 보다 보니,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업종명도 좀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솜틀집.
'솜 타는 일을 업으로 하는 집'이란 뜻의 이 어여쁜 단어는
이제는 침구, 데코, 리빙 등의 이름으로 거의 대체되었죠.
지금도 오래된 상가 한 귀퉁이에는 유리문에 세로로 솜.틀.집. 이라고 적힌 미닫이문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양념닭전문이라는 상점 카테고리가 눈에 밟혔습니다.
아마도 98년과 99년은 양념치킨의 시대였나 봅니다.
당시에는 아직 마늘치킨, 간장치킨, 고추바사삭같은 치킨이 출시되기 전으로,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의 양분시대였던 거죠...
이 전화번호부에서 저희 동네에 있는 J약국 번호를 발견했을 때는 소름이 끼쳤답니다...
제가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어서 우연히도 이 전화번호부에서 동네 약국 이름과 번호를 발견했던 겁니다.
이 약국이 벌써 20년이 넘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이름 그대로,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02-4**-2*** 이라니!
이렇게 찬찬히 전화번호부를 살펴보다 보니
문득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작 《64》라는 미스터리물이 생각났어요.
이 소설에서 전화번호부가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로 등장하거든요.
14년 전 미제로 끝난 소녀 유괴살해사건의 당사자 소녀 아버지가 전화번호부를...
(스포 때문에 여기까지.)
참고로, 놀라운 반전을 간직한 이 묵직한 책은
월간서울책보고를 신청하신 어떤 분의 박스에 들어가 있답니다.
전화번호 목록 사이사이에 실린 틈새 광고에는
90년대 말의 어떤 시대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이미지와 문구로 가득한데요...
이 정서는 위 사진을 보시면서 직접 느껴보시기를.
단순히 서울 강남권의 상점 전화번호만 실려 있는 게 아니라,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힌트를 간직한 매력적인 헌책, 전화번호부.
지금 바로 서울책보고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