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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8

INSIDE

[오직서울책보고 다시보기] 여성교양지 《샘이깊은물》 창간호, 백철 평론집 《문학의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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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서울책보고 


Emotion Icon십삼만 여권의 가득한 헌책방,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에는 다양한 분야의 초판본과 창간호 등 희귀한 책이 모여있습니다.

누군가 발견해 소개하지 않는 한 그냥 묻혀버리는 숨은 헌책들을 소개하는 〈오직, 서울책보고〉

김기태 교수의 글로 매달 여러분을 만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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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교양지 <샘이 깊은 물> 창간호

뿌리깊은나무 / 1984년 11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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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뿌리깊은 나무》가 1980년 8월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폐간되었지만, 발행인 한창기와 편집진은 와신상담 끝에 1984년 11월 여성독자를 위한 고급 교양지 《샘이깊은물》을 창간했다. 《샘이깊은물》은 '가정'과 '여성'을 중심축에 놓고,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현상을 심도 있게 다뤘다. 형식에서도 빼어났던 이 잡지는 198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편집디자인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곤 한다. 특히, 표지에는 1980년대 일반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주체적 여성상에 대한 표상으로서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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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에서 발행인은 "가정이 《샘이깊은물》이 탐색하는 주요 대상에 들고, 실제로 여자들이 많은 가정의 핵심이 되므로, 자연히 이 문화잡지는 남자들이 더 많이 읽던 《뿌리깊은 나무》와는 달리 여자들이 더 많이 읽게 될 터입니다. 현대사회의 가정이 반드시 부모와 부부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전통가정인 것은 아닐 바에야 많은 여자가 함께 살거나 얹혀살거나, 현대 가정의 핵심으로서 또는 그런 핵심이 언젠가는 될 사람으로서 이 잡지의 내용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가 '사람'의 잡지였지 '남성'의 잡지가 아니었듯이, 이 문화잡지도 이른바 '여성지'가 아니라 '사람의 잡지'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에 관심이 있는 남자들도 탐독할 잡지입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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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깊은물》은 계통적으로 《뿌리깊은 나무》를 잇는 잡지답게 빼어난 디자인을 선보였다. 발행인의 예리한 눈썰미와 그렇게 발굴한 디자이너의 감각을 통해 《샘이깊은물》은 품격을 더했다. 잡지라는 매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편집위원제도를 도입하여 양질의 사진 저널리즘을 꾀했으며, 잡지 섹션마다 유연하게 적용된 그리드 포맷은 편집디자인을 맡은 사람들의 감각이 한층 더 세련되게 발전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본문 디자인의 경우, 앞서 발행되었던 《뿌리깊은 나무》보다 안정되고 완성도 높은 지면을 선보였다. 기사는 글의 유형에 따라 2~3단을 기본으로 디자인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펼침면을 6단으로 나눠 사진 캡션과 기사 본문 및 사진을 유기적으로 배치했다.

《샘이깊은물》의 흑백 표지는 당시 원색으로도 모자라 금박, 은박을 더해가며 화려함만을 강조했던 다른 잡지들과 차별되기 위한 전략이다. 게다가 직접 개발한 서체로 표현된 잡지 제호 또한 파격적이었다. 창간호 표지에 실린 사진의 주인공은 발행인이 골동품 가게를 뒤져 찾아낸 옛 그림 속의 여성이었다. 다만, 창간 취지에 걸맞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이후부터는 사진기자가 찍은 일반여성 사진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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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를 들추면 먼저 '편집자에게'라는 꼭지를 통해 작가 박완서, 화가 천경자 같은 이의 글을 만나게 된다. 좀 더 본문 속으로 들어가면 김수환 추기경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라는 제목의 뭉클한 글이 실렸는데, 지금 읽어보아도 가슴이 미어진다. 여성지를 표방했으되 남성들이 반드시 같이 읽어야 할 교양지가 바로 《샘이깊은물》이었음을 새삼 추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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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 평론집  《문학의 개조》

신구문화사 / 1959년 1월 15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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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백철(白鐵, 1908~1985)의 문학평론을 모아 1959년 신구문화사(新丘文化社)에서 발행한 평론집이다. 5×7판(A5판) 크기에 본문 330쪽으로 구성되었으며, [제1부 과도기의 문학], [제2부 환경에 대한 반성], [제3부 어떻게 개조될 것인가] 등 세 부분에 걸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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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에서는 광복 당시의 시기를 과도기적 특성으로 보면서 정치에 과열된 당시의 문단을 비판하고 있다. 문학에 있어서 정치는 문학의 창작품 속에서 형성되고 구현되는 것으로, 정치가의 정치적 실현과는 그 성격이 다름을 역설하고 있다. 정치를 추종하는 것은 문학 창작과는 다른 행위라는 관점에서 문학의 발전을 기대한 백철은 광복 당시의 창작계에 기대에 미치는 작품들이 별로 많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광복 후의 염상섭(廉想涉)·김동리(金東里)·계용묵(桂鎔默) 등의 작가들에게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창조적 진전이 지지부진함을 꼬집기도 하였다. 이어 민족문학과 세계성에 대한 진단에서 우리말의 예술적 성숙과 우리의 고전과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매우 중요함을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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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에서는 우리의 역사적 인식과 세계성 획득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김성한(金聲翰)의 작품 「바비도」의 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평했으나 만족할 만한 것은 결코 아님을 밝히고 있다. 특히, 「문학의 후진성과 부흥」에서는 신문화 50년간의 창조적 집적을 '모방'이라고 진단하면서, 문학인들이 전통의 계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을 비판하면서 문화계 전반의 창조적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화랑(花郞)과 같은 인간형의 현대적 형상화라는 방법을 하나의 창조적 방향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이어 「신인과 현대의식」에서 손창섭(孫昌涉)·장용학(張龍鶴)·김성한 등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당대와 같은 시대적 전환기에는 "인간성의 변성(變成)에 주목하는 것이 현실의 심류(深流)로 파악하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즉,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함으로써 문학을 개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1부와 2부의 논거를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 3부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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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백철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위원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문학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기록되기도 했으나, 그의 평론가로서의 문학적 성과에 있어서는 인정할 만한 것이 많이 있다. 이 책 《문학의 개조》 또한 백철 문학평론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기억할 만하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정국을 지나 근대화에 이르는 우리 현대사의 굴곡마다 문학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지한 문학의 역사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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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교수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초판본 · 창간호 전문서점 〈처음책방〉책방지기이기도 하며, 

출판평론가, 저작권 및 연구윤리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롯데출판문화대상 심사위원장 및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한국 근대잡지 창간호 연구,

소셜미디어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저작권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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