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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8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청춘, 가능성과 열정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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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28

청춘, 가능성과 열정의 다른 이름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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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이 가득하다. 산책로 주변에 산수유로 시작해 벚꽃과 개나리, 조팝꽃, 라일락이 피더니 이제 시나브로 신록이 무성해지고 있다. 1년 중 가장 이르고 빛나는 시기인 봄은 관습적으로 인생의 청춘에 비유되어 왔다. 

문학 작품을 자주 읽는 독자들은 어느 순간 눈치챘을 것이다.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은 대다수가 20대 이하, 넓게 봐도 30대 초중반 이하의 청년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왜 문학은 청년에 집중하는가? 단순히 젊은 모습이 아름다워서일까? 그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게 뭉뚱그릴 수 없다. 고전문학의 경우에는 과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짧았다는 이유도 있으리라. 그러나 수명이 길어진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청춘이 내포한 가능성에 있다. 청춘의 시기에 인간은 아직 젊고, 앞으로 걸을 인생행로가 절반 이상 남아있다. 따라서 무궁무진한 선택지가 그 앞에 놓인 것이다. 40살의 사람은 지금까지 하던 일을 비슷하게 하며 나머지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지만 20살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전까지 꿈도 꾸지 않은 직업을 가질 수도 있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 어느 날 미련 없이 학교나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한 일을 저질러도 청춘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반응이 돌아온다. 그들에게 남은 인생이 길다는 것,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광대한 가능성은 그 자체로 문학적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그것만으로 인생에 굉장한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본인이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가 설명된다. 문학에서 청춘이 사랑받는 두 번째 이유는, 불타는 감수성과 열정이 젊은 세대에게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열정은 곧 추진력이고 인생의 가속 페달이다. 그 추진력 때문에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청춘은 어르신들이 상상하지 못할 '미친 짓'을 벌이기 일쑤다. 예컨대 이들은 충동적으로 《보물섬》처럼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삼총사》처럼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부모님 말씀을 무시한 채 항해에 나섰다가 홀로 무인도에 떨어질 수도 있다. 도련님》처럼 원하는 것을 위해 망설임 없이 행동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청춘의 열정이 만드는 일이다. 문학 속 젊은이들은 때로는 갈등하되 때로는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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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이 에너지는 나이가 듦에 따라 차분함과 연륜으로 교체된다. 중년에 가까워지며 사람들은 모험을 망설인다. 머릿속 경험과 지식에 따라 안정적인 삶을 그려간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인물이 활약하는 작품은 한층 무거운 분위기를 띤다. 열정 대신 신랄함과 비애가 페이지를 채우기도 한다. 물론, 때로는 이미 청춘을 지난 주인공이 대뜸 모든 걸 내던지고 열정으로 산화하는 경우도 있다. 《달과 6펜스가 이런 경우이다. 하지만 열정이 과한 주인공은 스트릭랜드처럼 여러 비난을 감수하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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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그렇기에 그 한때의 청춘은 소중한 것이다. 따라서 젊은 분들은 특유의 열정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자. 그러나 나이 든 분들이라 해서 너무 서글퍼하실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잔재는 나이가 든다 해도 가슴 어딘가에 타오르는 불씨로 남아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열정 못지않게 경험과 절제력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꼭 평생 미쳐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글을 읽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면 냉정한 판단력과 적당해진 열정을 남은 인생에 쏟아내고, 때로는 열정이 과한 청춘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봐 주시길. 《장미의 이름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회상하는 아드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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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문학,

그 중에서도 장르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고전문학의 재미를 알리고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수십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출간했다.

교양만화 플랫폼 <이만배>에서 고전 리뷰툰 플러스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