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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7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스물 여섯 번째 : 서울책보고 다섯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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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

 

 

 

 

 

 

첫걸음을 언제나 되새기는 사람은 두걸음을 지나 닷걸음과 열걸음에 이르러도 한결같이 뚜벅뚜벅 나아가게 마련이다. 첫걸음을 잊는 사람은 두걸음째에도 첫마음을 잊으면서 그만 갈팡질팡하게 마련이다. 헌책집을 오래 꾸려 오던 예전 책집지기님은 곧잘 “첫 한 달이 가장 어려워. 그런데 한 달을 지내면 석 달쯤 어찌저찌 가는데, 석 달째가 고비야. 석 달째 고비를 넘기면 반 해를 이렁저렁 가. 그리고 반 해째가 또 고비지. 이 고비를 넘기면 한 해를 이럭저럭 보내. 한 해째는 다시 고비인데, 이 고비를 지나면 세 해를 그럭저럭 가. 세 해째 고비를 지나면 다섯 해를 갈 수 있고, 다섯 해 고비를 지나면 열 해를 가고, 열 해째 고비를 지나면 어떤 줄 알아? 그때에는 서른 해를 냇물이 흐르듯 가지. 서른 해째가 또 고비인데, 이때를 잘 넘겨야 쉰 해를 가. 쉰 해째에 마지막 고비야.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 백 해를 이을 수 있어.” 하는 말씀을 책집 손님한테 들려주었다.


‘고비넘기’를 듣거나 아는 분이 얼마나 될는지 모른다. 이 고비넘기란,어느 만큼 발품과 손품을 쌓은 즈음, 스스로 우쭐대거나 마음을 섣불리 놓지 말라고, 다시 첫마음으로 가서 새롭게 땀흘리라는 뜻이라고 느낀다.


어느새 다섯돌에 이른 〈서울책보고〉를 기린다. 앞으로 열돌까지 술술 흐르리라 본다. 열돌을 지나서 서른돌도, 또 쉰돌과 온돌(100돌)도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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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최종규 글·사진

 숲속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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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라는 나는 여태까지 걸어온 어제로 이룹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이제부터 새로 태어날 모레로 나아갑니다. 얼핏 보면 어제·오늘·모레는 모두 다른 듯싶어도 늘 하나로 잇습니다. 글로 안 남기고, 찰칵 안 찍어도, 우리 마음에는 모든 하루를 새깁니다. 2014년에 태어난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1992년부터 스물세 해를 드나든 인천 배다리책골목 〈아벨서점〉 한 곳을 아로새긴 자취를 담았습니다. 그 뒤 열 해가 지났으니 서른세 해째 헌책집 한 곳으로 책마실을 다니는 셈인데, 1992년 7월에 이곳에서 문득 “아! 책이란 이렇구나! 책집이란 이렇네! 책을 만지고 다루고 읽고 짓는 사람은 이런 빛이네!” 하고 느낄 적에 속으로 “앞으로 서른 해 뒤에도 이곳을 드나들며 ‘단골’이란 이름을 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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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단골’을 다르게 여기지만, 1992년 언저리만 해도 ‘책집단골’이라는 이름을 들으려면 ‘20해 + 3000자락’이 밑동이어야 한다고 쳤습니다. ‘30해 + 5000자락’을 넘으면 책집지기하고 책손이 서로 ‘마음지기’로 피어난다고 했어요. 줄거리만 담을 적에는 아직 책이 아닙니다. 이야기로 거듭나야 살짝 책입니다. 첫 손길이 닿을 적에도 아직 책하고 멉니다. 두 손길에 서너 손길이 잇달아 스미기에 비로소 책입니다. 헌책이란, 손길이 거듭 닿은 책입니다. 널리 읽혔거나 미처 안 읽혔거나, 우리 손길이 새롭게 닿은 ‘새로 읽히는 빛’이 흘러나오기에 헌책입니다. 그래서 ‘책·빛·숲’ 세 낱말은 다르면서 나란하지 싶습니다. 책으로 눈을 빛내고 마음과 몸을 숲에 두어 사랑을 짓는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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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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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

 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7.1.


  돌아가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한창 갈무리하던 2004년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써내면서 ‘온나라 헌책집 한마당’을 여는 틀을 세워서 작은 마을책집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를 냈습냈습니다. 작은 마을책집 혼자서 모든 알차고 값진 책을 널리 알려서 팔기는 어려운 만큼, 작은 마을책집마다 큰덩이로 알차고 값진 책을 내놓으면, 이 책꾸러미를 따로 어느 너른터에 그러모으고 펼쳐서 ‘책숲마을’을 나라돈으로 꾸리는 길을 나라가 앞장서서 하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냐고도 얘기했어요.

  열다섯 해가 지난 열다섯 해가 지난 2019년 3월 27일에 〈서울책보고〉가 연다는 말을 먼발치에서 들었습니다. 열다섯 해를 기다리니, 이처럼 뜻있는 한마당이 열리는군요.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말처럼 〈서울책보고〉는 모든 헌책에 흐르는 새빛으로는 모든 헌책에 흐르는 새빛으로 한 발짝을 내딛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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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은 서울 연신내 〈문화당서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문화당서점〉 책집지기님은 어느 날 “누가 외상값을 십 년 넘게 안 갚네. 바빠서 그런가 보지.”하고 문득 말씀했습니다. 이 말씀을 고스란히 옮겨 며칠 뒤에 ‘헌책방 나들이’로 여미고서 어느 신문에 글을 실었더니, 글이 실린 이튿날 바로 그분이 바로 그분이 〈문화당서점〉하고 〈골목책방〉에 외상값을 갚으러 아주 오랜만에 찾아왔다고, 두 책집지기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귀띔으로 알려주었습니다. 두 책집지기님은 이윽고 웃음을 거두고는 “그분이 그분이 외상값 안 갚아도 좋으니, 바쁘게 일만 하지 말고 책도 좀 보러 다니시면 좋을 텐데.” 하고 쓸쓸히 보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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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나라 일본은 이웃인 우리나라를 총칼로 짓밟으면서도 발자국을 고스란히 살려서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를 열다섯 자락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벌인 잘잘못을 떠나서, 뒷사람한테 물려주거나 남기는 책빛은 대단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는 책은 어느 날 버려지며 사라질 수 있고, 고스란히 건사해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책살림이 이어가려면 징검다리인 헌책집이 알뜰살뜰 있어야 하겠지요. 어느새 다섯돌(2019∼2024)을 맞는 〈서울책보고〉는 어질며 밝고 눈길을 틔우는 책숲마을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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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