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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5

BOOK&LIFE

[SIDE B] 글 없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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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이정현(라온혜윰)

북&그림책 큐레이터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간 날도 있고, 지루하게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 날도 있어요.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뿌듯한 날도 있고,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몰라 허망한 날도 있어요.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기대어 여유롭게 휴식하며 충천한 날도 있고, 시간 낭비를 한 거 같아 죄책감이 드는 날도 있어요.     

남녀노소,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에요. 같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냈는지에 따라 삶이 바뀐다고 하죠.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라는 소포클레스의 명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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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포클레스(오른쪽 원 안 흉상 사진)는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아이아스》 등을 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이다.

© 위키백과 / 《오이디푸스 왕》, 서적백화점, 5,000원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면서 시간은 중요한 자원이 되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장 빠른 환승 방법을 찾고, 요약된 책을 읽거나 들으며, 드라마는 결론부터 찾아본 뒤 정주행해요. 과거 2시간 단위였던 시간의 개념이 분초 단위로 바뀌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멀티태스킹이 늘어났죠. 그리고 그렇게 조각난 시간을 모아서 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의 가성비 시성비가 트렌드인 요즘, 를 위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짧은 시간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에게, 글 없는 그림책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떤가요?     

글 없는 그림책은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줘요. 시각적 감각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그림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줘요. 또,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스토리로 책을 읽기 때문에 열 명이 읽는다면 열 명의 스토리가 나와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천천히 그림 감상하듯 넘겨보세요. 채색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 흑백이었다가 채색되는 부분도 찾아보세요. 책을 쫙 펼쳤을 때의 접히는 부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보물찾기처럼 하나하나 발견해 가며 읽다 보면 책 읽는 즐거움이 몇 배로 늘어날 거예요.      

이제, 글 없는 그림책 3권을 만나볼까요?
 
 
Emotion Icon 《문》, 이지현, 이야기꽃 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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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이지현, 이야기꽃 ©이야기꽃

 
한 아이가 낡은 열쇠를 발견해요. 그 열쇠 위에 있던 벌레를 따라가니, 거미줄이 뒤덮인 문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아이가 머뭇거리다가 따라 들어가 보니 문 안은 이곳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상이었어요. 다양한 문에서 들어온 종족들은 언어가 다르고 모습이 다르지만, 아이를 환영해 주었어요. 어색했지만 점점 그들과 친해져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는 들어갔던 문을 다시 나오며 그동안 잠겨있던 문을 활짝 열어둬요.     

Emotion Icon생각거리
→ 거미줄이 가득했던 ‘문’은 아이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낯선 곳에서 나의 마음이 열릴 때는 언제인가요?  
   

Emotion Icon 《별과 나》, 정진호, 비룡소 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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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나》, 정진호, 비룡소 ©비룡소

 
어두운 밤, 한 사람이 전등이 켜진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고 있어요. 어둠을 가르던 자전거의 전등이 ‘틱틱’ 거리다가 꺼져버리자 새롭게 펼쳐진 빛의 세계!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별들은 자전거를 탄 주인공을 따라가며 주위를 환하게 비춰줘요. 별들은 빠르게 달려오는 기차의 전조등에 잠시 흩어졌다가도 다시 주인공 곁으로 다가와요. 그때, ‘틱틱’ 소리가 나며 갑자기 켜지는 전등. 주인공은 전등으로 사라진 빛을 바라보다가 자전거의 전등을 끄고 달리기 시작해요.     

Emotion Icon생각거리
→ 주인공은 익숙한 ‘빛’인 자전거의 전등을 왜 껐을까요?
→ 사소한 시선의 변화로 바뀌었던 나의 일상은 무엇인가요?   
  

Emotion Icon 《파도야 놀자》, 이수지, 비룡소 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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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놀자》, 이수지, 비룡소 ©비룡소

 

화창한 여름, 바닷가에 놀러 온 소녀는 한달음에 바다로 뛰어가지만 들어가지는 못해요. 왼쪽에 먹색으로 그려진 소녀는 오른쪽에 있는 파란색 파도와 친해지고 싶지만 파도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네요. 둘은 조금씩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장난도 치고 놀다가 완전히 마음을 여는 순간 하얀 여백은 파도와 같은 파란색이 돼요.     

Emotion Icon생각거리
→ 소녀와 파도의 경계는 왜 생겼을까요?
→ 새로운 친구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Emotion Icon    

3권의 글 없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생각해 볼 질문을 적어보았어요. 그림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도 좋고, 어느 장면에서 멈추어도 좋아요. 물론, 다른 책을 읽어도 좋아요. 나의 속도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읽어보며, 주어진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질문도 만들어보세요. 책을 다시 펼쳐볼 때마다 다른 위로와 감동을 전해 줄 거예요. 그림책은 그런 책이니까요.     

바쁠 때일수록 잠깐 멈추고,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은 새로운 를 발견하고 내면의 와 친해지는 시간이 될 거예요. 
 
 
 


프로필 섬네일.jpg

 

이정현(라온혜윰)

북&그림책 큐레이터 

 

중학교 사서교사(20년)출신으로 현재 북&그림책 큐레이터로 활동.

도서관, 책, 여행,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대화하며 키우는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現 한국북큐레이션 연구소 연구팀 총괄 부장

▷ 前 중/고등학교 사서교사(20년) : 동아리 운영, 저자강의 및 독서관련 프로그램 기획, 운영

▷아트 북 살롱 :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그림책 교정/교열(제작 중)

▷서평 : 300권 이상(서평단 활동, 책&그림책 독서기록)

북클럽 리더 : 책&그림책 관련 북클럽 운영(미국 커뮤니티 꿈공방) 

▷강의 : 초등학교 독서캠프, 온라인 활용도구(워드클라우드,패들렛,캔바,노션), 북트레일러 제작, 그림책 큐레이터 자격증 과정, 문해력, 궁궐가이드, 문화유산 등

 

브런치 @raonhayum

인스타그램 @raonhayum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