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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4

SPECIAL

[소설가 박생강의 금요북클럽] 《이게 정말 나일까?》 +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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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북클럽 11월의 도서

《이게 정말 나일까?》 + 서울책보고

 

박생강

소설가, 수사전문지 《수사연구》 기자


 

Emotion Icon<소설가 박생강의 금요북클럽>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꼭 읽고 싶은 분들,

책을 읽은 후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분들,

책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서울책보고의 공식 독서모임 <금요북클럽>의 주제 도서 이야기로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금요북클럽>이 모이는 날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서울책보고 금요북클럽 2023년의 마지막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나일까?》였다. 이 책은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가 있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대표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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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지후는 숙제, 심부름, 방 청소가 귀찮아서 용돈을 탈탈 털어 가짜 나를 구매한다. 도우미 로봇을 사서 녀석을 ‘가짜 김지후’로 만들어 내 일을 몽땅 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은 주인 지후에게 주인님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 들키지 않고 따라 할 수 있다면서.


“어떤 것부터 알려주면 좋을까?” 지후가 고민하자 로봇은 지후에게 “‘나는 ○○이야’라고 하나씩 말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후 이 책은 지후가 도우미 로봇에게 나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물론 평범한 신상 소개가 아니다. 처음에 지후는 가족과 겉모습에 대해 평범하게 설명하지만, 로봇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이후 재밌는 그림과 함께 나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펼쳐지는데, 독자들은 그 설명을 따라가면 이 그림책을 읽는 내가 어떤 사람일지, 나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뭘까?’

(박생강 작가의 경우: 고양이를 쓰다듬어 그릉그릉하게 할 수 있지만, 고양이의 발톱을 깎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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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뽀뽀 © 박생강


 

‘나는 흔적을 남겨’

(박생강 작가의 경우: 내 컴퓨터 책상 위는 이런저런 원고와 책들로 엉망진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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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 박생강


‘나는 기계이기도 해’

(박생강 작가의 경우: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저절로 써지는 기계이기도 해)


 

이처럼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이게 정말 나일까?》의 마지막 즈음 지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 한 명밖에 없어.’ 

 

그리고 2023년 마지막 금요북클럽의 회원들이 수많은 나무 사람들이 그려진 그림과 밑에 쓰인 문장을 감명 깊게 읽어갔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는데,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생김새가 다른 ‘나무’ 같은 거래.

자기 나무의 ‘종류’는 타고나는 거여서 고를 수가 없지만 어떻게 키우고 꾸밀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대. 

나무의 모양이나 크기 같은 것은 상관없어.

자기 나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대.”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그림책을 읽곤 한다. 그러니 나의 키덜트 취미라면 그림책 읽기가 아닐까 싶다. 상상력 풍부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에 책장은 휙휙 넘어가지만, 다 읽고 나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고, 아! 할 때가 많다. 

나이가 들어서 슬퍼지는 건 지식을 쌓아갈 뿐 한순간에 찾아오는 깨달음의 기쁨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호기심 천국이어서 날아가는 잠자리 한 마리도 신기했던 어린 시절과는 많이 다른 셈이다. 하지만 좋은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린이의 세계 터널로 들어갔다가 뭔가 옆구리를 쿡 찔리는 깨달음을 얻고 나오는 그런 재미가 있다. 


요시타게 신스케의 그림책 외에 내가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은 《서울책보고》다.

내가 금요북클럽을 위해 매달 찾아가던 서울책보고는 내게 살아있는 그림책 같은 공간이었다. 불시착한 대형 UFO 같은 창고의 문을 열면 생각도 못 한 공간이 펼쳐진다. 책벌레를 나타낸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거울이 나오는데, 그 뒤쪽에 또 다른 서가가 펼쳐져 있으리란 상상도 했다. 또 서가에 수많은 헌책 중에 세상에 없는 헌 책이 있으리란 상상을 하며 천천히 걸어보기도 했다. 한편 헌책 서가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책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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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책보고 입구에서 © 박생강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한 달에 한 번 《서울책보고》 그림책 안을 오갔던 건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또 금요북클럽을 통해 늦은 시간 애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책과 삶에 대한 수다를 나눴던 그 시간도 그 그림책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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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강

소설가, 수사전문지 《수사연구》 기자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면 등단했으며

 2017년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빙고선비》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