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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3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청소년 문학, 방황과 성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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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23

청소년 문학, 방황과 성장의 이야기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청소년은 어린이와 성인의 중간 단계에 위치하는 세대이다. 오늘날엔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며 소위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린다. 하지만 근대 이전까지 청소년이란 말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지금의 청소년 나이대에 직업전선에 뛰어들거나 결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좁은 의미에서의 《청소년 문학》은 19세기 후반에야 등장하는데 이 시기는 10대 소년·소녀들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일이 일반화된 시기이다. 보통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보자. 190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인 10대 소년 한스는 열심히 공부하여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오늘날로 치면 특목고에 입학한 상위권 학생의 고민 이야기쯤 될 것이다. 비록 결말이 꽤 극단적이지만(읽어보면 알 수 있다!) 어쨌든 해당 책은 나온 지 100년이 넘도록 동 작가의 《데미안》과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힌다. 자아가 불분명한 수많은 10대 소년들이 한스나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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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경험이 듬뿍 녹아들어간 성장소설 《수레바퀴 밑》(금성출판사 쥬니어 세계문학, 1991) / 공씨책방 3,000원

 

처음 듣는다고? 그러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떨까? 아마 책을 종종 들춰보는 청소년이라면 이쪽이 훨씬 익숙할지 모른다. 이 소설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1951년에 출간했다. 소설에 특별한 서사는 없다.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방황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뿐이다. 재미있게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성장소설의 바이블 취급도 받지만 동시에 문제작 취급을 받는다. 주인공의 제멋대로인 행동과 노골적인 욕설 표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고, 실제로 읽어보면 여동생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홀든의 모습에 훈훈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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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한편, 의무교육이 자리 잡지 않았던 시절에도 넓은 의미에서의 청소년 문학은 있었다. 어느 시대건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이고 그들이 해당 사회에 녹아드는 단계에서 나오는 독특한 모습은 다른 것들로는 대체 불가능한 제재였으리라.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다. 디킨스는 이미 수많은 명작으로 알려진 대문호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주인공 핍은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난 아이이다. 가난해서 신사가 될 수 없기에 핍은 성장기 내내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뇌한다. 주된 스토리는 그가 수수께끼의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받는 것이지만, 진정한 의미는 그 속에서 핍이 이뤄내는 성장에 있다. 핍이 학생의 신분도 아니고,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사회상임에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언급할 점이 있다. 위 주인공들의 내적 갈등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생겨난다는 점이다. 자아가 비대한 것이 그 나이대의 특징이지만 그래서야 완전한 성장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트렌디한 사례를 이야기하려 한다. 여전히 극장가에 걸려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영작, 정확히는 그 원작에 대한 사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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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2023) 포스터 © 다음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요시노 겐자부로가 1937년에 출간한 작품이다. 주인공 코페르는 키는 작지만 올곧은 성격에 반 친구들과도 편견 없이 잘 지내는 소년이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100년 가까이 읽히는 고전이 된 데에는 출간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할 것이다. 1930년대는 중일전쟁이 벌어지고 일본에 군국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코페르는 자신만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란 사실을, 그리고 인간 사회는 남들과 어우러져 살아야 함을 일찍이 깨닫는다. 국가 전체가 자아의 과잉에 휩싸인 시절이기에 코페르의 깨달음은 더더욱 귀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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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사람들은 항상 비슷한 어리석음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쌀쌀해지는 요즘, 자신의 방황과 성장의 날들을 돌아보며 청소년 문학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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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문학,

그 중에서도 장르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고전문학의 재미를 알리고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수십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출간했다.

교양만화 플랫폼 <이만배>에서 고전 리뷰툰 플러스를 연재하고 있다.

 

 

 

 

 

섬네일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2023)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