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l. 33

BOOK&LIFE

[SIDE B] 힘들고 외로운 내 곁에 안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청소년 문학

20230825141402_rlolhdwv.jpg

 

과 

힘들고 외로운 내 곁에 안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청소년 문학 

 

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Emotion Icon북&라이프 side B <책과 심리학>은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교수이자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인 필자의 글을 통해,

치유, 개선, 회복의 방법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이고, 심리적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청소년기의 고민이었다. 10살이 되던 해부터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나의 부모와 가족에 의문이 들면서 방황하기 시작하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에 대해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청소년기는 내 삶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따지고 보면, 모든 게 다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어서 새로웠고 당황스러웠고,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태어나 처음 겪는 경험들이 낯설었고,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다. 인간의 발달 단계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라고 한다. 한 마디로 모든 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이다. 뇌가 발달하면서 전에는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이 되고 보이기 시작한다. 신체적으로는 2차 성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정서적 혼란을 경험한다. 또한 청소년기는 사회에 속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시기이다. 알아야 할 것들과 배워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공부해라.”,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 인생의 실패자가 된다.”라며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그런데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리고 불안,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연습해 본 적도 없다. 전두엽은 완성이 되지 않아서 판단 능력은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 세로토닌은 이 시기에 특히 적게 분비되어 틈만 나면 짜증이 나고 울컥하며 감정 기복이 심하다. 

 

청소년들의 세상은 교실이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인 친구들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교실 안에서 안전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부모에게 거리감을 두는 청소년기에 친밀감을 느끼는 친구는 유일한 안전지대일 수 있다. 그래서 특히 친구 관계에 예민해지고 친구와의 갈등이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된다. 그야말로 청소년기 교실은 모든 인간군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나랑 맞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사기꾼, 깡패 등 모두가 있다. 불편한 관계에 있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갈등을 겪고 괴롭힘을 당해도, 벗어날 수가 없는 곳이 교실이다. 

 

612219.jpg

청소년들의 세상은 교실이고, 교실은 모든 인간군상의 축소판이다.

 

이러한 청소년기에 우리는 고민하고 방황하며 성장해 가는 거다. 그 심리적, 정서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무엇보다 이해되지 않아서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경험하는 것들이 도무지 뭐가 뭔지 몰라 이해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다. 다른 누군가와 내 경험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더라면, 함께 나누며 공감받을 수 있었더라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특성상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와 같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독특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에 이해받지 못할 거라 여기며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 마음을 잘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고독하고 외롭게 각자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손쉽게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안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친구를 보며 나만이 경험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매우 큰 힘과 위안이 된다. 실제로 자신의 경험과 고통에 대한 보편성은 자신만 비참하고 끔찍한 경험과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에게 치유적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사람과 유사한 걱정과 문제를 지니고 살아간다는 유사성과 보편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 사회적 고립감이 덜어지며 자신과 자신의 경험에 대해 “그럴 수 있다.”, “그럴만했다.”라고 수용 받는 느낌이 든다. 

 


최종 아몬드.jpg

▶ 《아몬드》는 2017년 출간되어 국내 1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이다.(손원평, 창비, 2017)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어린 주인공이 세상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 만나는 친구들은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를 상대하며 성장해 간다. 그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에 대해 신기해하며 놀리다가도, 속으론 “차라리 너처럼 느낄 수 없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지 않을 텐데. 세상이 두렵고 무섭지 않을 텐데”라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나 또한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청소년기를 겪으며,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을 위해 사회에 속하여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침들을 엄마가 계속해서 알려주는 대목들이다. “튀지 말아야 해. 그것만 해도 본전이야. 남들과 다르다는 걸 들키는 순간 튀고, 튀는 순간 표적이 된다.” 등 세상에 대한 조언은 고개를 연거푸 끄덕이며 수긍하게 만든다. 곤란한 상황을 넘기게 해주는 마법의 단어가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서 듣는 것처럼 이해받고 공감받는 느낌이 들었다. 

 

최종 모모.jpg

▶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는 우리에게  `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 속에 깃들여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비룡소, 1999)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는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이야기다. 모모라는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과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허덕이며 사는 모습을 다양한 은유와 비유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모모의 이야기가 굉장히 공감이 갔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칫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은 겉으로는 다 자란 성인이지만, 속으로는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이 계속해서 방황하고 성장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고, 힘들 때면 어린아이처럼 굴고 싶어진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분명히 하고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여전히 계속되는 수많은 고민을 해결해 가고, 좀 더 성장해 갈 수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지영 교수 프로필 섬네일_최종.jpg

 

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도록 코칭하고 있다. 

《정서 조절 코칭북》, 《생각이 크는 인문학:감정》, 《어린이 심리 스쿨》,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등의 다수의 감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뉴스브런치 부설 심리연구소>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이지영 교수의 감정코칭>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