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다 그렇게 산대요》

정순재 글, 설찌 그림, 삶과지식, 2016 

운영관리팀 P대리

 

 

 

 

 

 

 

예전 드라마나 매체에서 억척스러움의 표현을 희화화하는 수단으로 지하철 자리를 쟁취하려고 저 멀리서 본인 가방을 빈자리에 던지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억척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면 위의 아주머니 못지않게 남녀노소 모두가 다 경쟁한다. 심지어 쟁취한 자리를 놓지 않기 위해 배지를 달고 임산부가 서 있어도 그 앞에 앉아있는 이는 눈을 감고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기본적인 예의나 사회규범의 가치를 등한시한 것도 한몫했겠지만 자본주의 사상이 퇴색되어 작은 손해라도 보면 안 된다는 심리로 발현되는 것 같다. 이런 사회현상은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몇 달 전부터 서울지하철에는 다들 힘드시겠지만 나보다 더 약한 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여유를 가져보자는 캠페인 형식의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한껏 예민해져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예민이 당연해져 버렸다. 예민함은 사회를 발전시키지만 과한 예민함은 사회와 관계를 피폐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며 한숨 쉬고 있을 무렵 찾아온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짤막짤막한 에세이이다. 그림 치료사와 감성화가가 함께 만들어낸 책이라는 표지 글이 수많은 힐링 에세이들 사이에서 이 책을 신뢰하게 했다. 모든 글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또 내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이 하는 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특별히 행복한 사람 없고, 특별히 불행한 사람도 없으며 다 그렇게 산다고 하고 있다.

그러니 너무 날을 세워 본인의 삶을 힘들게 살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내가 느끼는 이 책의 말은 둥글게 살아가자 이다. 

 

“관계의 노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관계 맺음도 노동이며 힘이 들고, 힘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한순간에 사회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모두가 예민을 조금씩 내려놓고 좀 더 여유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200p 이것저것 둘러볼 여유

발걸음을 멈추고 둘러보면 예쁘고 신기한 것 천지다. 앞만 보고 걸으며 지나치기엔 너무 아쉽다.

 

202p 내면 거울 자주 보기

어느 분야이든 익숙해지면 자기가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때가 온다.

그럴 땐 머리를 환기하고 처음 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기 모습을 자주 확인하자.

 

208p 오늘도 상처 몇 개쯤이야.

잘 살려면 상처받을 용기를 내야 한다. 각오한 일은 참을 만하다. 

나는 오늘도 세상에, 사람에 상처받을 각오로 집을 나선다.

 

211p 마음으로 겸손하기

진짜 겸손과 겸손한 척. 조금만 예리해도 보인다. 내 마음이 나를 우러러 떠받드는데 “아니에요. 뭘요, 잘 못 합니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정한 겸손은 낮은 곳에서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것에 언짢음이 없는 것이다.

 

212p 헤맸기에 볼 수 있었던

헤매다가 뜻밖에 괜찮은 곳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에게 낯선 이 길이 누군가에겐 목표인 길이다.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괜찮고 잠시 길을 잃고 헤매도 괜찮다. 나는 더 많은 것을 보려고 둘러 왔다.

 

214p 좋은 하루

호되게 아파 봐야 안 아픈 날이 좋은 줄 안다. 평범한 날이 좋은 날이란 걸 우리는 꽤 모르고 산다.

 

244p 좀 예쁘게 보는 연습

아닌 건 아니라는 생각이 아닌 거예요. 살다 보니 아닌 게 맞을 때도 있고 맞는 게 아닌 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 사람 참 아니다 싶어도 몇 번 더 보면 괜찮아지기도 해요. 급한 게 아니라고 단정 짓지 말고, 보여 주려는 모습을 봐주고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은 모른 척해주세요. 노력하는 마음을 망가뜨리지 마요. 

 

249p 낡을수록 간직하고 싶은 인연

누군가와 오래도록 지내고 싶으면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안 된다. 소중히 대하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266p 말이 통하다

이상하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 찰떡을 말했는데 개떡을 떠올리는. 하나를 말하면 하나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 대화 코드가 맞으면 갈등이 생겨도 잘 해결한다. 소통은 최고의 연결고리다.

 

288p 사람 가리지 말기

무게가 같아야 시소가 재밌나요. 무거운 사람이 한 칸 앞으로, 거벼운 사람이 한 칸 뒤로 옮기면 더 신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