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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1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스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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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스무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누가 시켜서 할 적에는 심부름이라 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움직여서 할 적에는 이라 합니다.

심부름‘시키다’를 비롯해 ‘싫다·시시하다·심심하다·시리다’ 같은 낱말하고 뿌리가 닿습니다.

‘일다’를 비롯해 ‘일으키다·일어서다·일어나다’하고

‘잇다·있다·이야기’ 같은 낱말하고 뿌리가 닿습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정부)에서는 사람들을 억눌렀어요.

누구나 스스로 삶을 지으면 즐겁고 넉넉한데,

꼭 틀을 세워서 따르라고 시켰지요.

우리는 곁에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둥지보금자리로 여길 만큼 포근한 집인가요?

사람은 새를 곁에 품으면서 노래를 품고 마음을 풀고 숲빛으로 푸르게 하루를 지어 왔다고 느껴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새바라기를 함께 누리고,

새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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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편집부 엮음, 대한공론사, 1974.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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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닌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익히 듣던 수도권이라는 낱말은 썩 들을 만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곁이나 서울밭에서 맴도는 사람들을 뭉뚱그리는구나 싶더군요.

 이 인천에는 ‘서울에 못 간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쓴맛(실패)’이지만, 달리 보면 ‘조촐살림’입니다.

스무 살을 넘고서 온나라를 두루 다니는 동안 인천처럼 골목마을이 드넓은 곳을 못 봤어요.

‘서울로 못 간’ 가난하고 작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널따랗게 마을을 이루는 보금자리예요.

어느 날 문득 “인천은 골목밭이네!” 하고 깨닫습니다.

‘골목나무·골목집·골목꽃·골목빛·골목고양이·골목사람·골목아이·골목할매·골목살림·골목빨래·골목하늘·골목놀이’처럼

‘골목-’을 넣은 낱말을 끝없이 지어 보았습니다.

《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웃나라로 마실길을 나서는 사람이 품다가

이웃사람한테 건네라고 마련한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관광객 = 외교관’이라고 내세우는 셈인데,

수수한 사람들이 숲빛으로 수더분하게 두런두런 수다꽃을 피우는 길이 아닌,

우쭐우쭐 자랑하라는 줄거리가 가득합니다.

작은마을은 나쁠까요?

작은길은 틀렸(실패)을까요?

나는 나를 말하고, 너는 너를 밝힙니다.

우리는 다르게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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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とりぱん(토리빵) 26》,

 とりの なん子(토리노 난코) 글·그림, 講談社(고단샤), 2020.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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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어느 날,

구정물터(폐수처리장)에서 흘러나오는 구정물로 범벅이면서 코를 찌르는

도랑에 내려앉은 하얀새를 자주 보았습니다.

둘레에 물으니 백로(白鷺)라 한다는데,

 깃빛이 하얗다면 ‘하얀새·흰새’라 하면 될 텐데 싶더군요.

무엇보다도 끔찍한 구정물이 흐르는 저 냇물에서 저 하얀새가 걱정스러운데,

하얀새를 바라보는 저를 지켜본 동무들은

 

“야, 저 새는 어쩌다 내려앉았잖아?" 

"우리는 날마다 구정물 옆을 지나다니고, 하루 내내 구정물 곁에서 살잖아?”

 하더군요.

 

 화학공장 곁에 있던 구정물터는 이제 흙이랑 잿더미(시멘트)로 묻혔고,

여기에 잿집(아파트)을 올렸더군요.

우리는 집터에 무엇이 있었는지 몰라도 될까요?

풀조차 안 돋던 죽음터를 덮으면 감쪽같이 잊힐까요?

 《とりぱん토리빵 26》은 첫걸음이 나온 지 열다섯 해 만에 나왔다고 합니다.

한글판 《토리빵》은 2012년에 일곱걸음까지 나오고 끝이지만,

일본판은 2023년까지 서른한걸음이 나옵니다.

새바라기를 하면서 새를 그림꽃(만화)으로 담아내는 꾸러미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나오리라 봅니다.

인천 골목집을 떠나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 살며 하루 내내 새를 만나고 새노래를 듣는데,

새를 마주하면 마음부터 새롭고,

모든 말이 노래처럼 흐르더군요.

새를 품을 줄 알아야 사람도 사람다웁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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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