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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1

BOOK&LIFE

[SIDE A] 내 비결은, 느슨하고 자잘한 규칙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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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결은,

느슨하고 자잘한 규칙의 여왕

 

마녀체력

작가, 강사, 생활체육인

 

 

 


사람들은 나더러 ‘의지가 강하다’고 부러워한다. 철인 3종 같은 어마무시한 운동을 10년 넘게 꾸준히 해왔으니, 남들 눈에는 그리 보일 만도 하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부나 책 읽기 분야라면 모를까, 몸을 쓰는 쪽으로는 마흔 살이 되도록 의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니, 발휘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한번 운동의 맛을 본 뒤로 지금은 생활체육인처럼 살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이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이 180도 변할 수 있냐고? 땡! 틀렸다. 아시다시피 대부분 인간은 의지가 약하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변하기도 어렵다. 나 역시 힘들면 쉽게 포기해 버리는 보통 인간에 불과하다.


본인의 성향을 뻔히 알고 있기에, 작전을 달리 짰다.

우선 느슨하고 자잘한 규칙의 여왕부터 되어 보기로 했다. 

 

✔ 첫째,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자잘한 일마다 규칙을 세운다. 

 둘째, 가능하면 지키자고 맘을 가볍게 먹는다. 

 셋째, 비록 작심삼일로 끝나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 넷째,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작심삼일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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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고개도 작은 구비를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다. ©마녀체력


예를 들면, 매일 실천하고 있는 자잘한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사소하면서 지키기도 쉽다.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누운 채 간단히 체조하기(밤새 뻣뻣해진 몸에다 기름칠하는 셈이다.)

🕑 헝클어진 침대 위를 정리하기(10초도 걸리지 않고 방을 청소하는 방법이다.)

🕒 끓는 물에 찬물을 섞어 세 컵 마시기(밤새 쌓인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내장 기관에 보내는 첫 신호이기도 하다.) 

🕓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워밍업부터 하기(주로 달리기를 하는데, 그래야 다치지 않는다.)

🕔 운동을 마친 후 스트레칭하기(귀가하는 길에 있는 공원 헬스 기구를 애용한다.)

🕕 지하철 탈 때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반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관절에 무리 없는 등산 효과를 발휘한다.) 

🕖 4~5킬로미터 거리는 공공자전거 타기(버스비도 아낄 수 있는 일석이조 운동법이다.)

🕗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근력 운동하기(재미없는 반복 운동을 하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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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자잘한 규칙 중 하나. 올라갈 땐 계단 이용하기 ©마녀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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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매트를 깔아 놓고, 영화 볼 일이 있으면 근력 운동을 한다. ©마녀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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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운동 전에 워밍업부터 하기 ©마녀체력 

 

목표가 거대하고 높으면, 하다가 지레 지치고 만다. 강박적으로 해내려고 애쓰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초등학교 방학 때마다 짜던 거창한 계획표를 떠올려 봐라. 다들 얼마나 잘 지켰는가. 목표를 느슨하게 잡고, 가볍게 시작부터 하는 실천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샤워하러 간다고 나서면, 수영장 가는 길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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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전거를 타기 무섭다면, 아주 작은 자전거로 시작하기 ©마녀체력

 

자잘한 규칙을 반복하다가 85%짜리 습관으로만 자리 잡아도 나는 만족해한다. 좋아하는 작가 도미니크 로로는 그의 책 《심플하게 산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복적으로 하는 동작은 몸에 점점 깊숙이 배게 되고,

결국에는 그것이 바른 자세든 아니든 간에 곧 자신의 모습이 된다.

일종의 습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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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마녀체력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대단한 습관들이 부럽다고? 입 벌리고 침만 흘리다가는 시작조차 못 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내 평범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규칙부터 반복해 보자. 자잘한 규칙이 바른 습관으로 정착되면, 좋은 생활로 이어진다. 매일매일 좋은 생활을 하는 사람. 그것이야말로 내 생각엔 성공한 삶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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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작가, 강사, 생활체육인

 

 

27년간 2백여 권의 책을 만들며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50세에 과감하게 퇴직하고, 돈보다 재미를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맘먹었다.

10년 넘게 철인 3종을 즐기며, 몸이 변하는 극적인 경험을 《마녀체력》으로 펴냈다.

육아를 빙자해 엄마로,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마녀엄마》에 담았다.

날마다 운동화를 신고 에코백을 드는 ‘유쾌한 걷기 도사’의 일상을 《걷기의 말들》로 썼다.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삶의 레퍼런스를 《두 여자의 ‘인생편집’ 기술》(공저)에 풀어놨다.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세바시> 영상은 누적 조회 수 260만을 넘겼다.

매일 실내 배드민턴을 치고 따릉이를 타면서, 명실공히 생활체육인으로 산다.

히말라야, 몽블랑, 노르웨이 등을 트레킹했다.

뚜벅이로 전국 책방과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강연한다.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를, 잘살아온 것만큼 잘 죽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