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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0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열아홉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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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아홉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요새는 우표수집을 하는 어린이가 드뭅니다.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스스럼없이 즐길 여러 가지가 드물었는데,

조금 숨통을 트는 하나로 우표 모으기가 있습니다.

예전 어린이는 스스로 무슨 일거리나 놀잇감을 찾을라 치면

 “공부는 안 하고 딴청이니!”

같은 꾸지람을 들었어요.

 몰입과몰입도 힘든 나날이었는데,

이제는 실컷 빠져들사로잡혀즐김이(매니아 또는 덕후)로 하루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날 어린이한테 길잡이가 될 우표 모으기 책은 없다시피 했고, 

딱 하나 있었어도 그즈음 어린이한테는 너무 비쌌습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손으로 세운 믿음길(종교)이 있습니다.

'천도교(동학)'와 '대종교'인데,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 우리 믿음길을 제대로 짚거나 다루거나 가르치지 않는 듯싶습니다.

종교를 믿거나 안 믿거나 스스로 고를 일이되,

철학이나 역사를 다루거나 가르칠 적에

독립운동이라는 큰 뜻으로 스스로 힘을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서 세운

대종교를 곰곰이 짚으면서,

우리 눈길에 우리 말글로 새길을 펴려던 발자취를 이제라도 되새겨 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길을 가꾸면서 우리 사랑길을 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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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스탬프 군의 우표교실》,

데라오 도모후미 글·그림, 우문관 옮김, 한국우취출판사, 19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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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으로 글월을 적어서 부치는 사람이 드물지만,

1995년 즈음까지는 셈틀(컴퓨터)로 누리글월(이메일)을 주고받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으레 손으로 종이에 글을 적은 종이글월을 나누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 길잡이로 오래 일했는데,

우리 집에 오는 글월이 퍽 많았어요.

웬만한 가게마다 나래꽃(우표)을 다루었고,

나래꽃을 사 오는 심부름을 자주 했어요.

시나브로 나래꽃을 모았습니다.

글월 겉종이에서 어떻게 떼어내느냐를 배우려고 이모저모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겉종이를 물에 푹 담가서 떼었다면,

나중에는 나래꽃 자리만 오리고 물에 담가서 떼었어요.

1984년 어느 날 나래꽃집(우표상)에서 《스탬프 군의 우표교실》을 빌려서 읽었어요.

해·달·날이 찍힌 테두리를 살려서 오리다가,

이렇게 나래꽃만 오리기보다 글월 겉종이가 통째로 있을 적에 삶자락 발자국을 헤아리기에 나은 줄 배웁니다.

어릴 적(1984년)에는 2500원이란 값이 엄두가 안 나서 빌려읽은 《스탬프 군의 우표교실》인데,

어른이 되어 헌책집에서 문득 보여 반가이 장만하고서 책자취(간기)를 보니,

쪽종이를 붙여서 책값을 올리고 ‘지은이’ 이름을 숨기는군요.

왜 이렇게 해야 했을까요?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머리말에는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고 밝히면서 책자취에는 굳이 숨기는 모습이 오히려 창피합니다.

아니, 우리 손으로 우리 나래꽃 이야기를 수수하게 펼 줄 모르던 지난날 어른들 손길이 더 창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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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한검바른길 첫거름》

 정렬모 엮음, 대종교총본사, 19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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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칼로 윽박지른 일본을 이 땅에서 떨치려고 일어선 숱한 분들이 ‘대종교’에 한마음으로 뭉친 줄 모르며 살았습니다.

배움터 열두 해 동안 가르친 어른이 없습니다.

주시경 님 발자취를 헤아리다가 뒤늦게 알았어요. 

‘대종교’는 한자로 ‘大倧敎’라 적습니다.

《한검바른길 첫거름》은 ‘한검’으로서 ‘바른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첫거름)’을 쉽게 풀어내는 꾸러미입니다.

‘마루뜻풀이(종지강연)’처럼 우리말로 쉽게 적고서 한자를 보탭니다.

여느 자리에서는 ‘한얼이야기·한배이야기·믿음이야기’처럼 따로 한자를 안 보태고서 믿음길을 들려줍니다.

대종교에서 함께 부른 ‘한얼노래’에는

“얼노래·세얼·세마루·한울집·믿음의즐거움·한길이열림·사람구실·한결같은마음·힘을부림·죄를벗음”이 있군요.

“사는준비·미리막음·봄이왔네·가을이왔네·아침노래·저녁노래·끼니때노래”도 새삼스럽습니다.

다만, 해적이에 “개천 四四0六해 五달 一날”이라 적은 대목은 티끌입니다.

우리 겨레가 ‘한겨레·배달겨레’요,

서울 한복판은 ‘한가람’이 흐르고,

우리글은 ‘한글’입니다.

이 모든 이름에는 ‘하늘(한)’이 깃들어요.

불교·천주교·기독교 같은 믿음길은 우리 말글·땅·이웃·숲을 얼마나 살피는 매무새일까요?

바른길도, 마음길도, 넋길도, 숨길도, 빛길도, 말길도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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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