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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0

SPECIAL

[소설가 박생강의 금요북클럽] 7월의 도서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 내가 나를 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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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북클럽 7월의 도서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내가 나를 아는 법 

 

박생강

소설가, 수사전문지 《수사연구》 기자


 

Emotion Icon<소설가 박생강의 금요북클럽>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꼭 읽고 싶은 분들,

책을 읽은 후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분들,

책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서울책보고의 공식 독서모임 <금요북클럽>의 주제 도서 이야기로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금요북클럽>이 모이는 날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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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고선영

서울책보고 독립출판물 원형서가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7월의 금요북클럽 도서는 고선영 작가님의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였다. 이번 금요북클럽에는 감사하게도 고선영 작가님께서 직접 참여하셔서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여기서 나에게 구구절절 듣기보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고선영 작가님께서 운영하는 〈악어책방에 찾아가시면 된다.


나는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에서 고선영 작가님이 나를 이해하고 보듬는 작업을 하신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는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엄마를 통해 엄마의 삶을 다시 발견하는 동시에 엄마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기 위해 이 글을 쓰셨다고 했다. 그 길은 생각보다 가시밭길이었다고 하셨는데, 왜 가시밭길이었는지 〈악어책방에 가서 작가님께 직접 들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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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영 작가가 직접 참여한 7월의 서울책보고 금요북클럽.

사진 가운데 노란색 옷이 박생강 작가이고, 그 옆 하늘색 옷이 고선영 작가입니다. 

 

그런데 나는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즉 타인을 통해 나를 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렇지, 생각해 보니 막상 나를 들여다보기가 쉬운 건 아니다. 나 자신조차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 혹은 편견들이 은근히 있을 것 같으니까.

자만으로 쩔었던(?) 20대 때는 나를 높게 평가해서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한때 삶이 바닥이었을 때는 바닥이라는 내가 되게 하찮게 느껴졌다. 그런 순간순간 진짜 내가 아닌 허영이나 그늘 속에 가려진 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의 환경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서 나의 환경이 어떻게 나를 만들었는지 기억을 되돌려보았다.


어린 시절 나에게도 가정 폭력의 흔적은 있었다. 사실 그 시절의 흔한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술 드시고 늦게 오셔서 기물을 파손하시고 어머니는 한숨 쉬고 뭐 이런 장면들. 여섯 살 때인가 눈을 떴는데, 내 머리맡에 밥이 쏟아진 밥통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후에는 내게 가족이란 쏟아진 밥통 같은 인상이 강했다. 실제로 명절에도 매년 집안 어르신들이 한 번씩은 꼭 허공을 향해 밥상을 날리시곤 했다. '식구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엎어진 밥통을 보는 관계구나...' 이게 어린 시절부터 다소 시니컬했던 내 성향의 일부를 차지한 것 같다. 

 

다만 우리 집은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행은 없었다. 아버지는 기물 파손 외에 새벽까지 소파에 식구들을 앉혀두고 했던 말을 반복하실 뿐이었다. 내가 한 일곱 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주 3~4일 정도? 아마 물리적 폭행까지 있었다면 나의 유년은 아주 어두웠을 것 같다. 다행히 그런 점은 없었기에. 나는 어른들이 말할 때 머릿속을 꽃밭으로 만들어 다른 상상을 하는 버릇을 익혔다. 아마 이런 점이 내가 작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후 사춘기 때는 약간 욱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님께서 “너도 네 아버지하고 똑같은 인간이 될 것이다.”라며 예언 아닌 예언을 하셨다. 나는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기분 나쁜 걸 나쁘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 그래서인지 그 후에 나는 뭔가 화를 내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는 청소년이 됐다. 선생님들은 순한 아이로 봤지만 실제로는 숨이 껄떡이는 아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간이란 원래 화를 참고 살 수는 없는 존재라서 그게 다른 곳에서 뜬금없이 터지기는 했다. 아니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뭔가 자해적인 행동을 하거나. 아마도 그런 압박감 때문에 나는 일찍부터 가족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근데 나이가 들어보니 얼굴은 돌아가신 아버지랑 닮았네? 한편 형은 나하고는 달랐다. 공부도 잘했고, 사회성 좋고, 모든 것을 잘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 노는 걸 좋아하고 모든 걸 다 잘하지는 못한다. 나는 그런 형이 부럽지는 않고 아 세상에는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 라고 느꼈을 뿐이었다. 물론 나도 MBTI가 E긴 한데, 내가 E라는 걸 깨달은 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나는 어떤 자리에서든 공허하게 혼자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풍경 속에 앉아 있는 사람 같은 기분인데, 그런 이유로 약간 관찰자적인 시선에서 소설을 쓴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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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속에 앉아 있는 사람 같은 기분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그렇습니다.


 

한편 고선영 작가님은 금요북클럽에 오셔서 자신은 감정디자인을 하고 그 감정디자인을 널리 알리고 계신다고도 했다. 감정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분노를 불덩이로 생각해서 그것을 서서히 꺼트리는 방법 같은 걸 말씀해 주셨다. 너무 단순하게 설명했으니 감정디자인에 대해 궁금한 분은 〈악어책방에서 작가님을 만나시면 될 것 같다. 하여간에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어떤 식으로든 나라는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유년의 나를 지금의 나로 디자인하며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적이었나? 그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순간들에도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내겐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발밑에 절벽이 보일 때가 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디깅 모멘텀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깊게 파고드는 문화라고 한다. 세상에 멋있고 맛있고 흥미로운 것은 많지만 그것을 이것저것 얄팍한 방식이 아닌 하나를 잡아 깊숙하게 파고드는 식으로. 나는 좀 얄팍한 인간이어서 깊이 있게 파고드는 건 못하지만, 하여간에 취향에 맞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건 흥미로울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라는 존재에 대해 우리는 생각보다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은 한번 의 역사를 돌아보며 나를 깊숙하게 파고들어 보는 건 어떨지.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포옹해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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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에 더 나은 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거의 나를 감싸 안으며 나에게 더 깊이 들어가보자. ⓒ 박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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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강

소설가, 수사전문지 《수사연구》 기자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면 등단했으며

 2017년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빙고선비》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