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l. 30

COMMUNITY

[시민 에세이] 나에게 헌책은

리스트20230825_144554.jpg

 

 

시민에세이 나에게 헌책은

서울책보고의 재활용 종이봉투 

 

이인홍

시민 필자

 

 

Emotion Icon시민에세이 〈나에게 헌책은〉은 시민의 참여 원고로 만들었습니다. 

아련한 기억 속 헌책과 헌책방에 얽힌 추억, 서울책보고를 이용하시면서 느낀 점 등

헌책과 헌책방, 서울책보고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보내주시면 

매월 한 편의 사연을 선정해 서울책보고 웹진에 게재합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몸살을 앓던 시기, 나는 일이 한가해지면서 나만의 시간을 꽤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취미를 말하라고 하면 -고리타분하지만- 독서라고 말할 정도로 유별나게 정적인 삶에만 매달린 생활방식 덕분에 남들은 사회생활의 단절로 힘들어하던 그 시기를 나는 다시 매달린 책과의 만남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오래전 서울책보고 개관 초기에 집사람과 함께 호기심으로 서울책보고에 방문했었다, 당시 싼값에 소설책 두 권을 사서 오며(집사람은 여행 관련 책자를 샀던 걸로 기억한다), ‘가까운 곳에 좋은 게 생겼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잊고 지냈다.

 

3. 서울책보고_봄.jpg

서울책보고는 2019년 3월 27일 개관했습니다. 개관 후 약 4년 동안 약 50만명이 방문했습니다. 

사진은 2019년 개관 당시 서울책보고의 모습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지자 -코로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택배 물품을 만지기도 껄끄러워하던 직원의 눈치를 봐가며- 인터넷 중고 책방에서의 거래로 한 달에 3-4권씩 책을 주문했었다. 워낙 싼 중고 책도 많아 좋았지만, 책값보다 턱없이 많은 택배비가 문제였다. 그리고 직접 책을 보지 않고 주문하다 보니,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실망스러운 책을 손에 쥐고는 작은 한숨을 쉬곤 했다. 가까운 서점에 들러 새 책을 사기도 했는데 그때는 비싼 책값이 부담이었다.


그때 불현듯 ‘서울책보고“가 떠올랐다, 마침 혼자서 시간도 남는 주말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찾아갔다.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네비KakaoTalk_20230825_153059359.jpg

서울책보고에 차를 가지고 올 때는 내비게이션에서 '신천유수지공영주차장'을 검색하세요.

'서울책보고'라고 검색하면 간혹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신천유수지공영주차장는 서울책보고 부출입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용요금은 별도입니다. (5분당 260원)

 

마침 그날은 개관 4주년 기념행사로 책값을 30%나 추가 할인까지 해주는 시기였다. 6권을 골라 들고서 택배비도 이만큼 아꼈으니 웬 횡재냐 싶었다. 직접 책을 보고 고르며 책 자체의 품질이나 상태도 직접 선택하니 억울한 선택의 가능성도 줄었다. 혹시나 오래전에 이미 읽은 책인지도 몇 번씩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책보고를 통해 늘 보던 장르의 책이 아닌 문득 이끌린 전혀 새로운 작가의 책도 건지곤 했다, 그리고 책보고 덕분에 책을 읽는 속도도 더 빨라졌는데 아직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책장에 3-4권이 남았어도 빨리 읽고서 또 사러 가야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서울책보고에 갈 때마다 3-4권씩 책을 사 들고 나오면서, 독서에 대한 기대감과 뿌듯한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충분히 시설을 활용 못 하는 나 자신이 느껴져서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내 휴대폰에 기록해 둔 목록의 책이 어느 서가에 있는지 검색해서 찾은 적도 아직은 없다. 시간을 길게 가지고 구석이든, 책상에서든, 음료수 한잔 마셔가며, 마냥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차차 해보기로 하고 아직은 마음에 품고만 지낸다. 전철을 타고 와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주일에 3~4일을 도서관에 다니듯이 마냥 방문하고도 싶다. 철제 서가 구석에 방석을 깔고 혼자만의 공간을 차지한 소심한(?) 독서광이 되어 책을 읽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이 공간은 나와 정서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소중한 내 마음 비밀의 공간이자, 자부심이다. 책이 손에 들릴 때 느끼는 독서가로서의 뿌듯함, 그것을 선사하는 서울책보고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KakaoTalk_20230825_152643129.jpg

▶ 서울책보고 종이 봉투는 100원입니다. 종이라 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책이 많이 들어가서 놀랍니다.


오늘도 방 한편에 -책 냄새 물씬 풍기며- 놓여 있는, 서울책보고 다섯 글자가 찍혀있는 100원짜리 재활용 종이봉투를 보면서 어서 빨리 책 읽고 서울책보고에 또 가자고 나 자신을 채근한다.

 

 

💌 사연 보내실 이메일 주소 young07@bmcom.kr

 

Emotion Icon 사연모집 홈페이지 공지사항 바로가기(클릭) 서울책보고가 시민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