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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9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동네서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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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19

동네 서점 이야기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했다. 이는 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서점 하면 개인이 만든 작은 책방보다는 거대한 기업형 서점을 상상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 같은 책 오타쿠도, 동네서점보다는 번화가의 큰 서점을 찾게 되니 말이다. 작은 서점보다는 알라딘중고서점이나 광화문 교보문고의 광활한 매장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원체 작가들은 책을 좋아해서일까, 옛날 문학을 들춰보면 주연들 역시 독서를 즐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당장 제인 에어를 펼치면 어린 제인이 커튼 뒤에서 홀로 책을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셋째 딸 메리 베넷은 곧잘 책에 빠져 사는 소녀이다. 일본으로 넘어와도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속 선생님 혹은 그 후》 속 다이스케는 썩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집안에 책을 모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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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과 그 후》가 평화서림 서가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사이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에서 검색해보자Emotion Icon클릭


 

시대를 감안하면 이 책들은 오늘날과 달리 소규모로 거래되었을 것이다. 책을 판매하는 개인에게서 주문하거나 동네 작은 서점에서 입수한 것들이리라. 책을 좋아하는 서점 주인과, 책을 통해 작은 사치를 누리는 주인공을 상상하면 그 자체로 문학적인 장면이 된다. 그러나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필자가 아직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작은 서점들이 존재했다. 영풍문고와 알라딘중고서점, 교보문고가 지금처럼 널리 퍼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욕구를 상당 부분 동네서점이 책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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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그리고 필자는 부모님을 따라 곧잘 그런 동네서점에 들렀다. 너무 어릴 때라 제대로 독서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잠시 동안 서점 주인을 새로운 장래 희망으로 꼽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동네 서점은 물론 문제집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어도, 각종 문학과 비문학, 만화책 또한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을 졸라 새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건질 수 있었다. 조금 더 나이 들어 그곳에 갔다면 어릴 때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고전 리뷰툰에 넣을 책들을 일찍이 발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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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다행히 작은 책방의 로망을 잊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그렇기에 열악한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간간이 개인 책방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물론 2020년대가 된 만큼 그 방향은 상당히 트렌디해졌다. 사람들은 개성적인 마케팅을 위해 독립서점을 차리기도 하고 반쯤 카페와 섞인 매장을 내기도 한다. 드물지만 특정 장르만 취급하는 서점도 존재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는 책을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도시, 부흐하임이 등장한다. 그 안에는 온갖 종류, 온갖 장르를 종류별로 취급하는 다양한 동네서점이 존재한다. 물론 그 실상은 자본주의적이고 냉혹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작은 서점들에 애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동네서점에 갔을 때 부흐하임을 방문한 기분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나날이 줄어가는 와중에 개인 서점을 차리는 것은 일종의 모험으로 취급된다. 대형 서점마저 문구류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도 골목의 갖은 서점을 찾는 이들이 있고 자기만의 열정으로 작은 가게를 유지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그런 가게가 입소문이 나서 붐비는 것을 볼 때면, 어린 시절 그 서점이 떠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자주 가는 대형 서점 대신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서점을 찾아가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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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지었다.

 

 

 

 

 

 

 

섬네일 : 영화 <오만과 편견>(2005)의 한 장면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41047#photoId=57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