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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9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열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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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여덟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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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新修シエ-クスピヤ全集 第八回配本 : アセンズのタイモン》

 シエ-クスピヤ 글, 坪內逍遙 옮김, 中央公論社, 19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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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살던 1998∼2003년에 헌책집으로 마실을 가서 이 책 저 책 보노라면

책집지기님이 으레

“참 온갖 책을 다 보시네. 하긴. 이 책 참 멋지지 않습니까. 

일본이라면 밉지만 일본책은 배울 대목이 많아요. 

보세요. 저 나라에서는 이때에도 이런 책을 냈어요.”

하고 말씀합니다. 

《新修シエ-クスピヤ全集 第八回配本 : アセンズのタイモン》도 책집지기님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생각해 봐요. 1934년이면 우리로선 식민지 때 아닙니까?

그때 누가 셰익스피어를 읽거나 알겠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렇게 전집을 저희 말로 옮겼어요.”

 이날 이 헌책집에서 

《新修シエ-クスピヤ全集》을 ‘第四回配本 1934.1.3. 《ヂョン王》, 《ブ-リクリベ》’하고

‘第八回配本 1934.5.3. 《アセンズのタイモン》, 《ぢゃく馬馴らし》’

두 꾸러미만 집었습니다.

책집지기님은

“왜 둘만 사시나? 싸게 줄 테니 다 가져가셔요.”

하고 묻습니다.

 “아녀요. 전 보기책으로 둘만 곁에 두게요. 다른 손님도 이 놀라운 책을 만나셔야지 싶어요.”

 여덟째(8회 배본) 꾸러미 사이에는 〈沙翁復興 8〉(1934.5.)이란 알림책이 깃들고,

꾸러미 겉에는 “新刊 大邱 東城路一 螢雪書店 電 二二七二番”이 찍힙니다.

아, 대구 마을책집 자취입니다.

이제 대구 동성로 형설서점은 없겠지요.

 반딧불이 그림을 책집 무늬로 삼은 마음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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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헌책사랑》 25호

 최종규 글·그림, 함께살기, 20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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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쏟아지던 1997년 12월 31일,

 군대를 마친다(전역)는 부름(명)을 받았습니다.

 강원 양구 멧골 지오피부터 터덜터덜 눈밭을 걸어 내려오며 기뻐서 야호야호 외쳤습니다.

드디어 맞이하는 그날을 앞둔 1997년 늦가을부터

'앞으로 삶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며 살까?' 하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몇 달 동안 자나 깨나 앞날을 그리는데,

첫째는 ‘헌책방 사랑누리’란 이름으로 ‘마을헌책집을 함께 찾아다니면서

책으로 배우고 마을을 생각하며 스스로 길을 배우는 모임’을 꾸리기입니다.

‘나우누리’에 이 모임을 열기로 하고,

모임을 열면 다달이 ‘헌책방 소식지’를 낼 생각을 합니다.

한동안 ‘우리말과 헌책방’ 얼개로 1인 소식지를 냈으나

이내 ‘헌책집 이야기만 다루는 작은 꾸러미’로 바꾸고,

여러 헌책집을 큰마을로 뭉뚱그리는 ‘헌책집 길그림’을 그렸어요.

이 길그림은 피시통신에 파일로도 올리고,

종이로 뽑아 몇천 장씩 돌렸습니다.

돈을 모으는 대로 길그림을 새로 복사해서 뿌렸어요.

2000년 무렵,

“이제 인터넷세상인데 누가 책을 봅니까?”

 하며 핀잔하는 목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인터넷이 퍼질수록 더더욱 종이책을 곁에 두고,

작은책집을 나들이하면서 새롭게 배울 일이라고 여겨요.

그래서 1인 소식지를, 더구나 ‘헌책방 소식지’를 굳이 혼자 엮어서 냅니다.”

 하고 대꾸했습니다.

아무도 이 일을 안 시켰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했습니다.

교보·영풍 그만 가자고,

마을에 있는 작은 책숲으로 가자고,

겉은 허름해도 속은 빛나는 이야기를 읽자고,

옛살림에서 새슬기를 스스로 가꾸자고,

우리가 뜻을 모아 조촐히 새터를 짓자고 하는 길을,

오롯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붙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헌책사랑》입니다.

이 1인 소식지는 2004년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써내면서 더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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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어떤 마을책집(동네책방)이 태어나서 살림을 꾸렸는지 알 길이 까마득합니다.

책집지기 스스로 자취를 남긴 일이 드뭅니다.

요새는 조금 늘었지만, 예전에는 책집 안팎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1992년 무렵까지는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전화가 있는 마을책집’을 알아내어 전화로 길을 여쭈어 찾아갔다면,

이즈음부터 ‘헌책집 나들이’를 하면서 ‘전화 없는 작은책집’ 이야기를 둘레에 알리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이런 글은 박상준 님이 처음으로 썼고,

최종규 씨가 이다음으로 썼습니다.

최종규 씨는 ‘피시통신 글’을 넘어 1994년부터 혼책(1인 소식지·잡지)으로 마을책집 이야기를 묶고

‘헌책집 길그림’을 손으로 그려서 뿌렸고,

‘서울과 전국 헌책집 목록’을 갈무리해서 알렸습니다.

이 길그림과 목록이 오늘날 온갖 ‘책방지도’ 밑뿌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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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