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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9

BOOK&LIFE

[SIDE A] 의외로 괜찮은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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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괜찮은 동네서점

 

남반장(남창우)

주식회사 동네서점 대표

 

 

 

"독립서점이 뭔가요?"

여전히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보다, 안 가본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의외로 독립서점이 괜찮은(?) 이유 지금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코로나 이후 동네서점의 현재는 어떨까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제가 추천하는 동네 서점도 소개합니다.

 

 


1. 의외로 괜찮은 책방지기 

 


 

독립서점 창업하는 이유 3 

 

아래의 내용은 여러 책방지기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종합 정리한 것으로, 절대적이거나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추정해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창업의 이유는 각 서점 운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첫 번째, '자아실현(미니멀리즘)'입니다. 

책방지기 중에는 직장 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했거나, 퇴직 후에 서점 창업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업을 선택해 책방지기가 된 것이죠. 그러므로 책방지기는 삶의 가치를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나누는 큰 기쁨"에 두고, "지역의 문화예술 공동체에 기여"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낮은 진입장벽'입니다. 

책은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생산과 유통 관리에 장점이 많습니다. 공산품에 가까워 품질이 균일하고, 사후관리(AS)가 거의 필요 없으며 유통 기한이 없습니다. 또한 커피나 술 등 다른 상품과 함께 취급하기 쉬울 뿐 아니라 오히려 서로 잘 어울립니다. 책을 좋아하는 손님 중에는 소위 '진상 고객'이 거의 없다는 특별한(?) 장점도 있죠. 위탁 매입이 가능하다면 다른 사업과 비교해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겸업의 용이성'입니다. 

자신의 직업이나 주요 관심사와 서점 운영을 겸하면,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점 공간을 통해서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손님 중에서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은?

기자들은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 독립서점은 반대로 증가하는 이유를 궁금해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국민독서실태조가에 따르면 성인 독서인구 비율은 47.5%에서 매년 점점 더 줄어가고 있죠. 그런데 동네서점지도 등록 운영 중 독립서점은 2015년 97곳에서 2022년에 815곳으로 늘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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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헬로인디북스 대표는 애주가입니다. 

최근엔 술에 관한 책을 직접 쓰기도 했죠. 헬로인디북스 인스타그램에 책이 아닌 술병(처럼 생겼지만 책방에서 파는 무알콜 음료) 사진이 더 많이 올라오는 날이 있을 정도입니다. 책방지기들 여럿이 모여 술을 마셨던 어느 날, 이보람 대표가 '책방지기가 의외로(?) 괜찮은 직업'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 소위 진상 손님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책방지기들도 그 말에 매우 공감했죠.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술이나 음료를 책방에서 팔면서 자신도 몰래 마실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무더운 여름밤 독서와 어울리는 시원한 음료가 필요한 날엔 퇴근길에 헬로인디북스를 한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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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인디북스 

 

※ 헬로인디북스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며, 무알콜 음료도 판매한다. 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가출판 강연 등의 모임을 연다. 출판사를 겸하고 있다. 

 


 

 

2. 의외로 괜찮은 독립서점 

 

 

 

사람들은 왜 독립서점을 찾을까요? 

사람들을 이끄는 독립서점만의 특징 또는 매력은 도대체 무얼까요? 개성과 소통, 다양성 세 가지를 주요 구성 요소로 꼽습니다. 독립서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소통 및 상생하며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죠. 2010년부터 문 열기 시작한 ISBN 없는 독립·예술 출판물을 주로 소개하던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들이 독립서점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대체로 2~30대 밀레니얼 세대가 많이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립서점의 변화 흐름

2010년부터 출현한 독립출판물 서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소통 및 상생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5년경부터 독립서점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2~30대가 방문해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입소문을 타면서 독립서점 개점 수가 급격히 증가했죠. 

 

2020년부터는 독자는 더 쾌적하고 여유 있는 공간을 요구하기 시작하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자랑할 만한 곳을 찾아 다닙니다. 또한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어 대기업 서점의 신규 출점이 연 1개씩만 허용하게 되면서, 중소 규모의 서점들이 백화점 등에 분점을 확장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휴·폐점하는 독립서점 수도 증가했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한 분야의 책만 취급해 특화(전문화)하거나, 일반 서점들도 카페·잡화 등의 여러 종목을 취급하거나 출판사·디자인 일을 병행하는 등 유휴 공간·시간의 효율적인 활용(복합화)을 꾀해야만 했습니다. 

 

이제, 독립서점은 자신만의 장기를 상품화해야 합니다. 책방지기가 독자 취향에 맞는 책을 선별 배송(큐레이션)하는 등 무형의 서비스를 팔거나, 독서 및 강연 모임, 북토크 등 활동과 공간대여 그리고 멤버십 등 오프라인에서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나는 공간을 시간 단위로 파는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시작했습니다. 20평 이하의 소규모 독립서점은 책 판매 외에 부가 수익을 창출해야 공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최근 감염병의 유행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으면서 지역 문화예술 교육·향유의 허브이자 소규모 공동체 공간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내 취향의 책방을 찾는 방법

 

2022년에는 큐레이션 및 북 스테이 겸업 서점을 비롯해 서점 내 글쓰기와 숙박 활동이 증가했습니다. 취향별 특징으로 커피·차가 있는 서점(29.1%)과 독립출판물 서점(21.0%)이 각 1·2위로 가장 많았고, 특히 큐레이션 서점(15.6%)과 북 스테이 서점(3.7%)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동네서점지도를 이용하면 내 취향의 책방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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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동네서점지도 이용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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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어마인드

 

※ 〈유어마인드〉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국내 최초의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출판사를 겸하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UE, Unlimited Edition)'을 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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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유니온


※ 〈미스터리유니온〉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추리소설 전문 서점이다. 20여 년 광고 크리에이터 디렉터를 했던 주인장이 신촌 기차역과 이대역 사잇길에 문을 열었다. 1,600여 권의 추리소설을 소장하고, 매달 정한 주제에 따라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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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덱스


※ 〈인덱스〉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커먼그라운드 내에 있는 커피차가 있는 서점이다. 젊은 층의 문화 욕구에 초점을 맞춰 선별한 시각예술 분야의 책과 현대 포스터를 소개하며 커피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다. 

 

 

 

3. 코로나 이후의 동네서점 



“책방 매출이 이제 거의 회복됐죠?” 

오랜만에 만난 책방지기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최근 지난 3년여의 거리 두기가 마침내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답이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거리 두기를 할 때가 더 나았다는 겁니다. 코로나 시기에 소규모 상점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고,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소규모 서점들의 사정이고, 중·대규모의 서점과는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도 마음이 무겁고 급해집니다. 

주변 책방지기들로부터 올해가 동네서점들에게 가장 추운 겨울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동네서점은 감염병으로 움츠렸던 시기에도 사람들이 만나서 위로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공동체의 피난처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우리 주변의 동네서점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가까운 책방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건네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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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서점

 

 

※ 〈다시서점〉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시 전문 서점이자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에 다시 서점을 하자는 의미로 상호를 지었다. 시집 《시월세집》 발행인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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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상온도

 

※ 공상온도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카페를 기반으로 한 전시와 공연, 그리고 아트마켓을 정기적으로 여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독립출판물과 핸드메이드 아트 상품 등을 선별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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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장

(남창우 Changwoo Nam)

주식회사 동네서점 대표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공 언론학 석사 졸업했다.

1998년 인터넷 라디오 ‘무차별 방송국’을 시작한 이래,

20여년 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에서 웹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다.

 현재 내 취향의 독립서점 추천검색 서비스 <동네서점>을 개발 운영한다. 

Emotion Icon이메일 whoshe@)funnyplan.com

 

 

 

 

 

섬네일 : 여행과 고양이 테마의 독립서점 겸 카페 <새벽감성1집> © 새벽감성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