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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8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열일곱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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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일곱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일하는 곳은 어디나 일터입니다. 

한자 말로는 회사라 하는데, 

회사에 다니는 일꾼회사원이 있다면,

날마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집일꾼이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는 언제나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집안일을 맡는 일꾼을 따로 두려면 목돈을 들여야 하는데,

막상 집에서 오래오래 일한 사람들은 따로 일삯을 누린 일이 없다시피 합니다.

이제 온누리는 하루가 다르게 확확 바뀝니다.

돌림앓이(감염병)로 크게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일과 일터와 삶과 오늘(시간)을 바라보는 눈도 크게 바뀌는 너울판이라고 느낍니다.

일하는 마음을 일꾼(회사원)으로서 짚은 만화책과 일도 하되 삶도 누리려는 마음을 짚은 만화책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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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천하무적 홍대리 2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책200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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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란 누구나 어디에서나 합니다.

우리말 일다라는 낱말을 이루는 바탕입니다.

 가만히 있을 적에는 아직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나,

문득 움직일 적에 비로소 무엇이 나타나고,

이렇게 나타나기에 이라 하는데,

움직이다라는 우리말에서 움트다에서 가리키는 이에요.

새롭게 나오려고 하는 작은 숨결인 이기에,

새롭게 나오는 · 움이 트려고 하는 결이나 모습이 움직이다이고,

 일 · 일다도 처음으로 이루면서 나타나는 모든 모습이며 몸짓을 그려요.

이런 말결을 하나하나 짚노라면 일하다라는 오랜 낱말은 돈벌이(돈을 벌기)로만 좁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남이 시킬 적에는 심부름일 뿐이요,

스스로 일으키거나 일어나도록 마음이며 뜻이며 힘을 들이기에 일 · 일하다라 할 만해요.

 《천하무적 홍대리》는 1998년에 처음 나오고,

2000년에 뒷이야기가 나오며,

다섯째까지 나오다가 멈춥니다.

수수한 일꾼(회사원)이 수수한 일터(회사)에서 보내는 하루를

수수하게 그리는 수수한 이야기는 적잖이 눈길을 끌었고,

연속극에서 줄거리를 훔쳐 쓰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님이 일터를 그만두고 만화만 그리면서 프랑스로 그림을 배우러 다녀오는 동안,

 오히려 이야기는 빛을 발했습니다.

수수한 이야기는 멋진 붓끝이 아닌 

수수한 오늘을 스스로 일꾼(회사원)으로 살아갈 적에 저절로 샘솟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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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알바 고양이 유키뽕 5》

 아즈마 카즈히로 글·그림, 김완 옮김, 북박스,  200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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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인 1988년부터 입시지옥에 사로잡힌 터라

06∼23시를 오롯이 학교에 묶였는데,

열네 살이 되기 앞서까지 날마다 치른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하루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오면 현관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저랑 형은 구두랑 버선을 벗기고 한참 팔다리에 등허리를 주무릅니다.

이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 아버지는 발을 씻고 잠자리로 갔습니다.

힘들게 일하여 돈을 버는 어른을 깍듯이 모셔야겠습니다만,

“나는 앞으로 저런 회사원이 될 마음은 터럭만큼도 없다”

고 생각했습니다.

일터에 오래 머물면 돈을 더 벌까요?

돈을 더 벌면 우리 삶은 얼마나 더 아름답거나 기쁠까요?

《알바 고양이 유키뽕 1∼15》에는 곁일(알바)을 하며 돈을 벌어 살림을 건사하는 고양이가 나옵니다.

 고양씨는 얼결에 일자리를 찾고,

일터마다 “응? 고양이가 일을 한다고?”하면서 놀라지만,

웬만한 사람보다 일을 잘하고,

사람은 도무지 일을 못 하는 곳에서까지 일을 합니다.

다만 고양씨는 자리잡기(정규직 노동자·회사원)는 안 합니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더라도 일을 잔뜩 하느라 지친 터라,

힘들여 번 돈지친 몸을 달래는데에 쉽게 나가거든요.

곁일 고양이일자리 · 돈을 찾더라도 하루(시간)를 넉넉히 누리고 싶습니다.

오늘을 누려야 삶이 즐겁거든요.



#ユキポンのお仕事 #東和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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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