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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8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오피스 빅뱅, 변화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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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18

오피스 빅뱅, 변화와 자유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직장 생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 말만 들어도 묘한 피로가 느껴지리라. 그만큼 직장은 누구에게나 일상적이고 가혹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직장 생활이란, 하루 8시간 이상을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업무와 씨름하는 것이다. 꼭 업무만이 적은 아니다. 맘에 안 드는 동료, 나를 예리하게 주시하는 상사와도 씨름해야 한다. 이 모든 스트레스를 견디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일이 곧 자아실현이라 여기고 열정을 다해 임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언제나 축복받은 소수의 이야기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주5일 사무실에 앉아서 일반적인 회사 업무에 매달리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 업무에는 자발성이 결핍되고 노동자는 타성에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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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이러한 직장 생활의 개념은 근대 이후의 이야기이다. 산업화가 뿌리내린 19세기 이후에야 거대한 기업들이 주축이 되었고 일반인들은 그 안에 취직하여 생활을 꾸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오피스 업무라는 직장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그 이전에는 일자리라고 해봐야 농사, 목축, 혹은 개인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장인, 소규모 자영업이 일반적이었다. 만약 소설 《주홍 글자》의 배경이 조금만 더 현대였다면 헤스터 프린은 회사에 취직하여 딸을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미국에서 그녀가 돈을 벌 일은 바느질 정도가 한계였다. 한편으로는 그 덕에 기업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고 바느질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으니 장점으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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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고귀한 영혼의 힘으로 치욕의 상징을 변화시킨다. 

《주홍 글씨》, 너새니얼 호손, 김욱동 옮김, 푸른숲주니어, 2007 (황룡서점 / 3,000원) 


어쨌거나 이처럼 과거에는 대부분 과정을 홀로 해내던 개인이 현대에는 분업화된 기업에 소속된 부품이 되었다. 이런 관계로 현대는 <파편화된 사회>라 불리는 것이다. 개인이 일자리를 구하긴 쉬워졌으나 직장 생활은 본질적으로 삭막한 것이 되었다. 또한 개인이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현대적 직장 생활을 묘사하는 문학은 대체로 공허한 분위기를 띤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보면 이러한 삭막함을 엿볼 수 있으리라. 그레고르는 사원으로서 항상 고달프고 보람 없는 업무에 시달린다. 이 모든 일을 견디는 건 오로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이나, 정작 그 가족들이 살갑게 그레고르를 위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것들을 보면 직장이란 넘을 수 없는 영원한 고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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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오피스 문화는 새로운 국면에 다다랐다. 비대면 업무, 재택 업무가 늘었으며 조직 생활에 매달리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많은 청년이 조직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며 잦은 이직과 프리랜서 업무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때는 새로운 형태의 직종이었던 오피스 문화도 이제는 구시대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생계를 이어가는 주된 방식은 인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한때는 그것이 농사와 사냥이었고, 그다음엔 사무실에서 서류에 둘러싸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내 집 혹은 현장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활약하는 형태가 되었다.

 

어느 것이든 본질적인 부담은 그대로라고 투덜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개인이 선택 가능한 일거리의 종류는 과거와 비교해 꾸준히 늘어나지 않았던가? 옛날에 태어났다면 필자 역시 농사나 도우며 살아가야 했겠지만, 지금은 집에서 웹툰을 그리고 칼럼을 쓰는 등 현대적인 생계 방식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선택지는 미래에 더더욱 늘어날 수 있다. AI가 이슈가 되는 지금, SF소설에 등장하는 새로운 직업들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때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장비 점검을 하거나 인공지능 로봇을 관리하는 일,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일이 직업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많은 직장인은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변화에는 더 많은 자유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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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지었다.

 

 

 

 

 

섬네일 : 영화 <주홍글씨>(1995)의 한 장면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