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렌디피티가 발견된 책은 《물새는 이쁜 발로 시를 쓴다》입니다. 김진광 시인은 이 책의 106편의 작품은 되도록 짧고, 쉬우며, 뜻이 담기고,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를 묶은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헌책이 가득한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편지가 적힌 책을 종종 만나볼 수 있습니다. 책의 가장 첫 페이지인 면지에 책을 선물하며 적은 짧은 문구부터 한 페이지 가득 담겨있는 편지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세렌디피티는 선생님이 제자에게 책을 선물하며 남긴 짧은 글귀였는데요,
짧은 글이지만 선생님이 제자를 위한 마음이 담겨있어 더욱 진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 ○욱이 보세요.” 의 우리라는 단어에서 선생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책과 친한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시집을 선물한 선생님은 지금도 누군가의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김진광 시인도 국어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많은 학생을 만나온 선생님이자 시인이 만든 책을 다른 선생님이 또 다른 제자에게 선물하게 된 일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을 선물한 선생님은 어떻게 이 시집을 골라 선물하게 되었을까요?
시집의 첫 장을 펼쳐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즈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무거운 책가방에 어깨 눌리고,
갖가지 학원에 나가느라,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길 여유가 없다.
그리고 휴일에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전자 오락에 시간을 빼앗긴다.
어른들은 입으로 들어가는 불량 식품의 공해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이보다 중요한 눈으로 들어가는 불량 정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린이가 읽으면 동시가 되고,
청소년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시 쓰기에,
그보다 어린이 사랑하기에 더욱 노력해야겠다.”
동시집이라 하면 어린이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문장입니다. 사랑과 관심을 담은 시가 가득 담겨있는 시집을 선물한 선생님의 마음을 느끼며 오늘도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는 세렌디피티를 찾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