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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6

INSIDE

[세렌디피티]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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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어느 시집에 숨어있던 '모시는 말씀'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행운이란 뜻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서울책보고 서가 속 헌책들 속에도 우연히 발견되는 것들이 있답니다.
 오래된 메모나 물건들이 마치 유물처럼 발견되는데요.
헌책들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대의 흔적들은 헌책의 또 다른 매력인 듯해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헌책 속 유물은 바로 모시는 말씀입니다.


 

이번 호의 유물이 발굴된(?) 책은 바로 이 책이에요.

 

Emotion Icon주봉구 시집 《머슴새》, 시대문학사, 1981년 9월 1일(남문서점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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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9월 1일에 초판을 발행한 주봉구 시집 《머슴새》는 시대문학사時代文學社에서 출판했어요. 표지를 살펴보니 표지 오른쪽 위에는 '시대문학 한국시인선(時代問學 韓國詩人選) 1이라고 인쇄되어 있고, '주봉구 시집(朱奉求 詩集) 머슴새'라는 책 제목이 그 아래에 있습니다. 왼쪽 아래에는 시대문학사時代文學社라고 출판사명이 있습니다. '머슴새'라는 제목 외에는 모두 한자로 인쇄되어 있어서 표지만으로 출판 당시의 한자 사용 문화나 현재와는 다른 시대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제목의 머슴새는 '깨새' 혹은 '박새'라고 하며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텃새입니다.


표지를 넘기니 주봉구 시인의 메모와 '시대문학 시인선時代問學 詩人選을 펴내면서'라는 기획 의도가 시선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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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반 선생님 혜존 주봉구 올림.

  

혜존‘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드릴 때에 상대편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입니다. 월촌 이기반 선생(1931년~2015년)은 전라북도 완주 출신의 시인이며, 1959년 〈설화〉와 1960년  까마귀는 울어도가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한 후 사실감이 넘치는 표현과 민중의 감성이 깃든 남성적 목소리로 다양한 제재를 시의 대상으로 표현하며 전북문화상, 노산문학상, 예총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하고 전주대 교수를 역임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클릭

이 시집은 주봉구 시인이 이기반 선생께 드리는 책이었네요.

 

책날개에는 '시대문학 시인선時代問學 詩人選을 펴내면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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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사는 이 時代시대에 시가 存在존재하고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 땅에 時人시인이 있으되 그늘에 사는 분이 많으며,

다운  時 또한 있으되 서랍속에 묻혀 있다.

등불을 밝혀 보라, 답답하잖은가!

이에 時代問學社시대문학사가 기획위원 모두의 뜻을 한데 모아

時代問學 韓國詩人選시대문학 한국시인선의 祝祭축제를 차리고

이 자리에 모름지기 오늘의 時代시대를 證據증거하는 

위대한 힘과 사랑의 새로운 韓國時한국시를 기꺼이 招待초대하는 바이다. 

- 時代問學社시대문학사 

 

 

시대와 시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내며 그늘에 사는 시인, 서랍 속에 묻혀 있는 시 다운 시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글자를 통해 전해집니다. '오늘의 시대를 증거 하기 위해 만든 시인선이라는 축제'의 첫 번째 호스트는 주봉구 시인인데요, 이쯤 되니 주봉구 시인이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인의 소개를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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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표지에는 네 명의 시인이 쓴 추천사가 보입니다. 그리고 뒤 표지를 넘기니 주봉구 시인의 소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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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약력


4276(서기 1943년) 신안 주씨 사십육세손, 아버지 주해룡과 어머니 송순덕의 장남으로

 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 오봉리 산79의 1번지에서 출생


4308(서기 1975년) 한국방송통신 대학 농학과 졸업


4312(서기 1979년) <시와 의식> 겨울호에 시 5편(산문, 들불, 봄길, 선영곁에서, 초빈)이 신인상에 당선


현재 <표현>, <전북수필> 동인


문협 김제지부장

중앙관상대 임실분실 재직


4314(서기 1981년) 시집<머슴새> 상재

※ 상재 : 책 따위를 출판하기 위하여 인쇄에 부침

 

단기로는 4276년인 194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난 주봉구 시인인 1979년에 등단 이후 그간 시집으로는 《머슴새》, 《황토 한 줌》, 《잠들지 않는 바다》, 《집 떠나는 바람》, 《시인의 집》, 《집 없는 달팽이》, 《아버지의 수첩》을, 시선집은 《떠도는 자를 위하여》와 《숲길을 가다》를, 수필집으로는 《사랑을 줍는 사람들의 기침소리》와 《그 겨울 대바람 소리》, 《바람의 흔적》을 냈습니다. 현재는 전북시인협회 고문으로서 2021년에 가장 최근작인 시집 《강풍주의보》를 내며 여전히 작품 활동 중인데요, 주봉구 시인은 평소 자신의 시에 대해 '시는 현실적, 그리고 관념적인 동기로 출발해서 비유와 상징을 근간으로 하지만, 나의 시는 감동과 깊이를 동반하는 쉬운 시'라고 말합니다. 주봉구 시인은 《강풍주의보》 출판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작품 수준은 어떠한 지 모르겠다. 시집 한 권 보태는 것으로 만족할 것같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오늘까지 온 것 같다.”라고 밝혔는데요, 약 44년 동안 시인으로 살아온 주봉구 시인의 첫 시집, 거기에 초판본을 손에 쥐고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어느덧 제게 감동이 몰려옵니다.

 

그대로 한 페이지를 더 넘겨보니 풀로 붙인 종이가 나오는데요, 바로 이번 호의 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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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펼쳐져있을 때 왼쪽에는 주봉구 시인의 자택 주소와 직장 주소를 타이핑한 종이가 오려 붙여져 있습니다. 뒤 표지 날개의 저자약력에 중앙관상대가 적혀있는데요, 중앙관상대는 현재의 기상청입니다. 1949년에 국립중앙관상대로 출범해서 1963년부터는 중앙관상대라는 명칭을 썼습니다. 1982년부터 중앙기상대라는 명칭을 쓰다가 1990년부터 현재의 기상청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명함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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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말씀


구 봉구 시인의 첫시집 머슴새가 출간 되었음을

축하하고 격려의 시간을 마렸했읍니다.

부디 오셔서 뜻깊은 자리가 되도록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때 : 1981. 10. 10 (토) 하오 3시 30분

곳 : 전주 카톨릭 센터 3층 회의실

 

발기인 일동


 

타자기로 종이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긴 모시는 말씀이 바로 이번 유물입니다. 세월에 녹아내려 화장용 티슈처럼 흐물흐물해진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다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시인이 그늘에 있지 않도록, 그리고 '시 다운 시'가 서랍에 묻혀있지 않도록 가족, 친구, 동료 등 시인을 아끼는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모여 시인의 첫 시집이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하는 모습이 마음속에 그려져서입니다. '오늘의 시대를 증거 하는 위대한 힘과 사랑의 새로운 한국시를 기꺼이 초대해서 연 축제'인 시대문학 한국시인선 1권 《머슴새》 속에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해 주시라고 초대하는 종이가 담겨 있다니...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두 초대가 가진 묘한 연관성이 다소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해서 이번 호 유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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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속 유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통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니다. 서울책보고 서가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시간 여행자용 유물들이 남아있습니다. 꼭 한번 만나러 오세요. 《머슴새》는 서울책보고 남문서점 서가나 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판매가 완료된 도서는 검색이 되지 않으니, 서울책보고에서나 온라인헌책방에서 헌책을 검색하실 때 꼭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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