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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6

INSIDE

[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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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김영사, 2018

 

B 서울책보고 총괄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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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비디오 샵과 레코드 샵 그리고 서점을 갈 때면 항상 설렜다. 새로 나온 비디오와 음반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사기도 하면서 각 매장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요새는 비디오 샵과 레코드 샵이 다 사라지고 서점만 남았는데…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서점 가는 것도 힘들어지고 서점의 수많은 책을 보고 있으면 유행에 따른 책들로만 서가가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서점에 갈 때의 설렘은 많이 사라졌다. 올해 초 신년을 맞이해서 대형서점을 갔었는데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재테크 관련 책들만 넘쳐나서 책들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책장 한쪽에서 발견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잊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니, 생각이 나서 바로 집어 들었다.

나의 책 구매 루틴은 정해져 있다. 먼저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틈틈이 휴대폰 노트에 적어놓았다가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한번 훑어본다. 책을 살 때는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사는 스타일이고, 온라인 구매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을 살 때는 단 한 번도 가격을 보고 책을 구매한 적이 없다. 그날도 5~6권의 책을 고르고 결제를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생각에 관한 생각》 책 뒷면 내용을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25,000원이 적힌 책 가격을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왠지 이 책이 서울책보고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검색해 보았더니... 역시 1만 원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만 빼고 책을 구매하고, 《생각에 관한 생각》은 서울책보고에서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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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조종되지 않고 객관적・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말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책이었다.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와 결정 과정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읽기 쉽게 책을 써 내려간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은 겉만 봐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를 보면 무슨 벽돌 같은 느낌이고, 책 뒤 표지에는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라는 문구와 함께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의 고전이다.’라고 거창하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국부론》과 《꿈의 해석》은 살면서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니까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봐서 그런지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700페이지가 넘는 이 벽돌책은 정말로, 진짜로, 너무나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읽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일부러 멈춘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다.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는 게 싫었다). 올해 초에 사서 절반만 읽고 멈춘 상태에서, 언젠가 더운 나라로 휴가 가서 수영장 옆 그늘막에서 휴가 기간에 한 번에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아껴놓은 책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ㅠㅠ).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 즉 빠르게 생각하기와 느리게 생각하기라고 할 수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게 참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제목인 《생각에 관한 생각》도 책 내용을 잘 담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빠르게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맞을 때도 있을 것이고 순간적인 판단보다 한 번 더 느리게 생각하는 게 최선의 선택인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결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할 때 그냥 마음 편하게 자기합리화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며 오늘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너희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_ 영화 <아저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