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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5

INSIDE

[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조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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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22.

 

운영관리팀 K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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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鳥人이라 불리는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가 합숙 도중 독살을 당한다.

며칠 뒤 경찰에 익명으로 날아든 한 통의 밀고장.

'범인은 스키점프팀의 미네기시 코치다. 즉시 체포하시오.'


평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이 책 또한 별다른 의심 없이 제목과 작가 이름만을 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정판이 아닌 신간은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지만 실은 이 소설은 1989년에 만들어진 작가의 초기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평소 그의 작품들과 닮아있으면서도 내용 전개와 결말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초기작이란 사실을 확인한 후에 생긴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임팩트가 약했다는 거지 절대 이 소설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책의 독특한 점이 있는데 보통의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을 찾는 결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의 정체는 비교적 초반부에 밝혀집니다. 제가 처음에 적어 놓은 문구는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니레이를 아꼈던 코치는 왜 범행을 저질렀고 어떤 트릭으로 수사망에서 빠져나갔는가?

그리고 범인을 고발한 밀고자는 누구인가? 

 

살해 동기와 과정을 수사하는 경찰과 자신의 범행을 뒤돌아보며 밀고자를 찾아내는 범인의 시점을 교차시켜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데 소설 속 인물에 대사로도 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성과 맞바꾼 승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패배보다 가치 있는가?'

 

저도 소설을 읽고 깊이 생각해보았지만 바로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머리로는 당연히 도덕적인 태도와 본인이 만족할 만큼의 노력을 했다면 1등이 아니더라도 그 과정은 엄청나게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현실에서는 그 '과정의 가치'를 정말로 값진 것으로 인정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럴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기억 속에는 우승자나 메달리스트만 남아 있을 테니까요.

 

저는 작가가 이러한 1등 지상주의 현상에 대하여 니레이라는 천재의 죽음으로 일침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추리소설 이전에 항상 그 시대의 사회적 현상이나 인간 내면의 이중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 또한 이런 점들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고 스키점프라는 생소한 소재, 사회비판적인 날카로운 문장, 작가의 초창기 실험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에 평소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