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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5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열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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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네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초록색 엄지소년 티쭈》

모리스 드리용 글,  최윤경 그림, 배성옥 옮김, 

민음사, 1991. 3.20. 첫, 1996. 8.25.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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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서울을 드나들기 앞서까지 인천도 ‘꽤 크다’고 여겼습니다만,

인천은 ‘백화점도 없다가 겨우 생겼으나 일찌감치 무너진’ 곳이고,

‘방송국이 없’다가 1997년에 ‘itv’가 태어났으나 몇 해 뒤 ‘서울방송국 짬짜미’에 밀려 닫아야 했습니다.

없는 투성이인 고장이지만,

매캐한 공장은 수두룩했고,

서울을 버티는 일개미(노동자)는 날마다 불수레(지옥철)를 이루며 오갔습니다.

서울내기 동무가 “그래도 광역시인데 백화점이 없다고?” 하고 물으면

“응, 다들 거의 서울로 새벽에 가서 밤에 돌아와 자는데 백화점에 갈 일부터 없지.” 하고 대꾸했어요.

‘침대도시’에 큰가게가 설 수 없겠지요.

그러나 서울도 백화점이 이따금 사라졌습니다.

예전 서울역에 있던 큰가게가 닫았고, ‘미도파백화점’도 가뭇없이 떠났어요.

판이 끊긴 《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를 어렵사리 헌책으로 찾아내었는데,

‘서울 미도파백화점 상계점 7F’에 있던 〈미도파문고〉에 깃든 자국이 고스란하더군요.

전표가 그대로 붙었다면, 안 팔렸다는 뜻일 텐데,

‘96.10.22.’에 책시렁에 꽂힌 뒤 얼마나 오래도록 손길을 못 받았을까요.

그래도 용케 서른 해 가까이 어디선가 살아남았습니다.

‘미도파’도 ‘미도파문고’도 이제 없으나

‘미도파백화점 7층 미도파문고 책시렁’에서 잠자던 책은 제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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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三中堂文庫 356 뻐꾸기 둥지위를 날아간 사나이 (下)

켄키지 글, 김진욱옮김, 

삼중당,  1977. 9.10.첫/1977.12.20.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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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나오는 책은 으레 ‘비닐로 겉을 씌우기’를 합니다만,

1990년 즈음까지는 투박한 종잇결 그대로였어요.

읽은 사람 손길·손때·손빛이 책마다 고스란히 흘렀습니다.

지난날 학교는 교과서를 물려주고 물려받는데,

겉종이가 지저분하거나 다치면 교사가 매를 들거나 잔뜩 꾸짖었어요.

새 교과서를 받든 헌 교과서를 받든 다들 이런저런 종이를 얻거나 주워서 겨우겨우 겉을 싸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책집에서 곧잘 한 꺼풀 싸주었어요.

작은책을 싸면 종이가 적게 들지만,

적잖은 책손은 “종이를 넉넉하게 잘라 주셔요. 저희가 집에 가져가서 쌀게요.” 하고 얘기했어요.

종이 한 자락 값이 제법 비싸던 무렵이니 ‘책싸개’를 다른 데에 쓰려고 얻는달까요.

1977년 12월에 찍은 《三中堂文庫 356 뻐꾸기 둥지위를 날아간 사나이 (下)》는

‘광화문서적’에 ‘한국해외출판물주식회사’에 ‘월간 내외출판계’ 글씨를 새긴 책싸개를 두릅니다.

어느 자리에서 쓰던 종이일까요?

세 책터 가운데 〈광화문서적〉은 경기 수원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책집을 하던 어버이 뜻을 이었다지요.

조그맣고 낡은 책 귀퉁이에 “2022.10.18. 서울 신고서점. ㅅㄴㄹ”을 적었습니다.

돌고도는 책이 다음에 어느 손길을 받아 새삼스레 읽히려나 어림하는 징검돌 자취를 보태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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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