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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5

BOOK&LIFE

[SIDE B] 시작을 알리는 설렘으로 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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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시작을 알리는 설렘으로 봄을 맞이한다

 

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Emotion Icon북&라이프 side B <책과 심리학>은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교수이자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인 필자의 글을 통해,

치유, 개선, 회복의 방법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봄이다.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 따뜻함이 좋고, 무언가 새로 시작되는 분위기가 좋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설레는 느낌도 좋다. 그러나 요즘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다. 추위에 긴장되고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린다. 또다시 찬 바람이 불까 봐 조마조마하기까지 한다. 소위 간담이 서늘한 느낌마저 간혹 받는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되었건만, 봄을 즐기지 못하고 추운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서울책보고 개관 4주년 기념호에 맞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봄을 제대로 맞이해보고자 한다. 봄이 되면 설레는 기분, 그 설렘이란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는 느낌을 말한다. 유쾌한 기분에 해당이 된다. 설렘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느껴진다. 그 새로움이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관심이 있는 것과 바라는 욕구가 충족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을 때를 말한다. 가령, 복권을 샀을 때, 데이트하러 갈 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선물을 받을 때 설렌다.

 

설렘 자체가 우리들의 삶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설레는 유쾌한 기분을 느낄 때, 유쾌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그 결과 긍정적인 행동을 하고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레는 느낌을 자주 느낀다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설레고 긍정적인 상태이면 몸 또한 긍정적인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봄은 겨울로 움츠러들어 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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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우리에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준다. 

 

또한 설렘을 자주 느끼면 인간관계가 좋아진다. 스트레스 대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온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거나 불쾌한 말이나 행동이 오가면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설렘을 느끼다 보면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말하고 행동하니, 주변 사람들 또한 호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가 호감을 주고받으며 인간관계에서의 욕구를 채워주는 상호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기분이나 감정이 주변 사람들을 전염시키는데, 설렘은 누구나 느끼고 싶은 달콤하고 매력적인 기분이다. 설렘은 주변에 전염되어 함께 설레게 하고 주변을 밝게 만든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분이고, 앞으로 펼쳐질 도전을 맞이하고 기꺼이 용기를 내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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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하고 본인은 망하는 흔한 얘기'라고 저자인 박서련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사랑스럽다. © 네이버책

 

그러면 어떻게 겨울에서 봄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봄의 따뜻한 설렘을 느낄 수 있을까? 설렘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마음에 답답하게 쌓여 있는 감정들 때문이다. 아직 풀어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마음 안에도 여전히 작년에 받았던 상처들이 남아 있다. 그 상처로 인한 슬픔,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이 아직도 남아 내게 말을 건넨다. 또 그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또 그러한 아픈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고 두렵고 불안하다. 불안하니 조마조마하고,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그 일이 다시 일어날 것만 같아 두렵다. 즉 과거에 느꼈던 아픔과 고통은 미래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현재에 놓여 버리는 거다. 

 

우선,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남아 있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안전하게 밖으로 해소해야 떠나보낼 수 있다. 그 탁한 답답했던 감정들이 빠져나가면서 비워지는 느낌이 드는 때를 만나야 한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 아픈 감정들을 마주해 본다. 그렇게 마주하고 다루었고 비워냈는데도,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입에 담아 내뱉어 본다. 남아 있는 아픔을 다시 느끼며 밖으로 꺼내며 따라가 본다. 정말 아팠다고, 힘들었다고 말해본다. 내뱉은 만큼 공간이 생긴다. 그 비워진 공간에는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고, 기대가 떠오르고, 호기심이 느껴지면서 설렘이 다가온다. 몸 안에서 긍정적인 피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설렘을 느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고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낯선 대상이나 상황을 두려워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낯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낯선 상황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까 봐 두렵고 무섭다. 설렘은 두려움과 공존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낯선 새로운 것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이 함께 한다. 그럴 때면 자신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해보자. 자연스럽게 함께 가야 할 불안이고, 다독이며 가야 하는 것이다. 

 

불안을 감수하고 다독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무엇을 시작할지 찾아보자. 설렘은 긍정적인 기대와 욕구에서 비롯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목록을 작성해보자. 돈을 벌고 싶은 것,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연인을 만나는 것,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 등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을 작성해보자.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기대를 불어넣어 보자. 잘 될 거라고,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스스로 되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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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생각과 기대를 담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을 작성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과를 미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설렘은 시작이고 과정이다. 흔히 결과를 예측하고 판단해버리는데, 이는 의욕을 꺾고 부정적인 기대를 품게 만든다. 설렘 자체가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얻는 만큼 잃는 게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도전에 나를 오픈할 수 있도록 하는 말이다. 그렇다. 무엇인가 잃을까 봐 걱정하지 말자. 두려움을 감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자. 

 

새로이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설렘을 계속 느끼고자 한다면 주의의 초점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에 주의를 맞추지 말자.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은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주의의 방향을 미래를 향하되,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두는 것이다. 내가 딛고 있는 땅과 흙, 나무들, 맑은 하늘과 산을 바라보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라. 우리가 함께 하는 지금의 귀함을 느껴보라.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설레기 시작한다.

 

서울책보고의 네 번째 봄이 시작된다. 새로운 책들을 만나게 될 것에 설레고, 어떤 일들이 서울책보고에서 새롭게 펼쳐질지 그 시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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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도록 코칭하고 있다. 

《정서 조절 코칭북》, 《생각이 크는 인문학:감정》, 《어린이 심리 스쿨》,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등의 다수의 감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뉴스브런치 부설 심리연구소>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이지영 교수의 감정코칭>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