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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5

INSIDE

[오늘의 헌책] 서울책보고가 간직한 가장 비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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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헌책 : 네 번의 봄-개관 4주년 기념호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서울책보고 서가 한구석에 오랫동안 숨어있던 헌책,

그 쓸모와 오늘의 트렌드를 연결하는 시간

 

 *

서울책보가 간직한 가장 비싼 가치

《Olympia 1936 BAND 2, 독일어판 1936 베를린 올림픽 화보집 

 

 

 

이번 호 ‘오늘의 헌책’에서는 서울책보고 개관 4주년을 기념해 서울책보고에서 가장 비싼 책이자 그 가격만큼이나 빛나는 가치를 간직한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라톤 손기정 선수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사진이 붙어있는 화보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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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보집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이 책을 보유한 이지헌북스 대표님이 잘 정리해주셨어요.

 

 


Olympia 1936 BAND 2

(1936 베를린올림픽 화보집 2)

독일어판 1936 베를린 올림픽 화보집

- 마라톤 우승 손기정


발행일 : 1936년

발행처 : CIGARETTEN-BILDERDIENST(독일)

쪽  수 : 165쪽

크  기 : 235*315

상  태 : 색바램, 책등 부분 떨어져 나감, 앞 속지에 증정받은 메모 있음, 

책등 부분에 약간 젖은 얼룩이 있으나 그 외는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상태 양호하게 잘 보존되었음.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부분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 달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사진으로 부착되어 있는 책. 

[희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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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보집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1936년판 올림픽 화보집으로 손기정 선수의 사진은 책에 인쇄된 사진이 아니라 실제 찍은 사진이 부착된 정말 특별한 화보집이랍니다. 이지헌북스 대표님도 실제 사진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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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5백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책정된 이 책은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어서 그렇게 높은 가격이 붙어있을 테지만 희귀하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새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바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알 때 보이는 그런 가치입니다.


일제강점기였기에 일장기를 달고 일본 국가대표로 대회에 출전해야 했던 손기정 선수. 어찌 보면 그는 비운의 챔피언이었는데요. 그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당시 2시간 29분 19.2초로 마라톤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했던 선수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손기정 선수는 이후 올림픽 기록에서 자신의 국적과 ‘기테이 손’이란 일본식 이름으로 출전했던 기록을 바꾸려고 애썼다고 하죠. 


손기정 선수의 세계적 기록 뒤에는 양정보통고등학교 시절 스승 김교신이 있었습니다.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1935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선발 대회에 참여했을 때 스승 김교신은 그보다 앞서 자동차에 올라 그를 응원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는 반환점을 지난 후 일정 구간에서 응원단이 선수들 앞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며 응원하는 게 허용됐다고 합니다. 이는 손기정 선수가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뛰고 싶다고 요청을 해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그에게 스승의 존재가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 느껴볼 수 있죠?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뛰어서였을까요. 손기정 선수는 2시간 26분 42초라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베를린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이 일에 관해 김교신 선생님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로쿠고바시 절반 지점에서부터 종점까지 차창에 얼굴을 보이고 응원하는 교사의 양쪽 뺨에는 멈출 줄 모르는 뜨거운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하니, 이는 사제 합일의 화학적 변화에서 발생하는 눈물이었다. 그 결과가 세계 기록이었다.”_김교신, 《김교신 전집7》

             

김교신 선생님은 “일본어로만 수업을 하게 하고 한국말로는 사담조차 못하게 했던 그 시절, … 배짱 좋게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한국 위인들의 얘기를 들려주며 좌절한 식민지국 청년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심었”다고 해요. 이런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손기정 선수는 훗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오직 스승의 눈물만 보고 뛰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화보집의 가치는 바로 일제강점기에 민족혼을 불어넣어준 교사의 존재와 그에게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에서 그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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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참고 자료 - 클릭 시 이동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김교신, 손기정의 스승/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서울신문

손기정, 위키백과 

 청년 손기정 가슴에 민족혼 지핀 스승, 한겨레 

 

 

 

 

 

 

섬네일 : 손기정체육공원(서울시 중구)에 있는 <손기정 청동상> © 최용수 시민기자, 내 손안의 서울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2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