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l. 23

SPECIAL

[오은의 오늘의 시] 헌책_새해 헌책

20221223202343_nhufagqo.jpg

 

 

헌책

― 새해 헌책

 

                       

오은

 

 

 

새해 첫날 펼친 것은

헌책 첫 장이었다


새해도 헌책도

이미 왔다는 사실은 같다


까보지 않았으니

둘 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우물쭈물해도

다음 날은 다가오고

어찌어찌해야

다음 장은 넘어간다


사는 순간, 물건은 헌 것이 되고

사는 동안, 새해는 하루하루 낡아가지만


이미 왔기에 미리 가는 마음으로


새해 첫날

헌책 첫 장을 가까스로 넘긴다 


일력 넘기듯

하루 한 페이지씩 읽으면

꼬박 1년이 걸릴 책을

 

 

 

 

20221127021014_tixlerdn.jpg

 

오은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