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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1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우리 기억 속의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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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11

우리 기억 속의 잡지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잡지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학급문고에는 반 친구 중 누군가가 기부한 〈과학동아〉가 꽂혀 있었다. 때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처럼 한층 전문적인 잡지도 볼 수 있었고, 집이나 동네 서점에는 두꺼운 월간 만화잡지가 심심찮게 보였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극도로 활발해진 오늘에 와선 그저 옛이야기일 뿐이다. 언제나처럼 좋아하는 장르를 ‘덕질’하고자 커뮤니티를 즐기던 중,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이런 편리한 세상이 오기 전에 사람들은 어떻게 취미에 심취했을까? 잡지는 그 대답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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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동아〉 (글벗서점 / 2,000원)

 

근현대 사회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흥미로운 분야가 달랐으며 바쁜 와중에도 그 분야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려고 했을 것이다. 잡지는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 제공처 겸 오락물이 되어주었다. 특히나 출판 산업이 발달한 일본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선 상상을 초월할 만치 다양한 잡지가 존재했다. 문학, 공예, 낚시, 과학, 인문 사회 전문 잡지는 물론, 다소 금기시되는 분야만 탐구하는 잡지도 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만족스러운 판매고를 올렸을지는 의문스럽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의 판매 부수는 보장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잡지는 어떤 한 분야에 대한 비문학(인터뷰, 사설 등)과 문학(소설, 시, 창작만화, 수필 등)을 두루 제공하는 일종의 갤러리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잡지사에서는 일방적인 소통을 넘어 독자가 참여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모양새로 보아, 잡지는 오늘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댓글 기능을 뺀 대신 어느 정도 신뢰받는 콘텐츠만 짜깁기한 결과물일 것이다. 특정 분야 안에서만 말이다. 이 모든 노력은 한 사회의 매니아들을 포섭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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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의 헌책방나들이 서가에 꽉 채워진 추억의 만화 잡지들



재밌는 것은 때로 잡지의 역할이 포섭을 넘어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잡지에 연재되거나 소개되는 창작물들은 그것을 계기로 개별 도서로 출판될 기회가 있다. 그 결과 사회 전체에 장기간 기억될 대중적인 명작이 되기도 한다.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아무래도 창작물에 집중한 문예지일 것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가 연재된 영국의 <스트랜드 매거진>이 대표적이다. 이 잡지는 너무나 성공적인 작품 덕분에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일본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 역시 <호토토기스>라는 하이쿠 잡지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재한 바 있다. 20세기 초에 연재된 이 작품은 지금도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다. 소세키의 문체는 현대적이고 깔끔하면서도 일본적인 풍류가 있다. 이런 스타일은 하이쿠 잡지와도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이렇듯 잡지를 통해 어떤 작품이 성공하면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데, 사회에 작품과 함께 잡지 주제에 대한 흥미도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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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두니스트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우연히 그 작품을 접한 독자가 있다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소한 독자에게는 그 주제에 대해 한 번 더 곱씹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서두에 말한 필자의 어릴 적 경험을 다시 예로 들 수 있으리라. 과학소년과 과학동아에 깊이 빠졌던 필자는 그 속에 연재되던 어린이용 만화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잡지 특성상 과학과 깊이 연관된 내용이었고, 그런 만화를 자주 읽으며 자연스레 과학적 작품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허물어졌다. 현재 필자가 SF 장르를 널리 즐기는 것은 그때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지금 어린아이들 같으면 그런 만화들은 웹툰 사이트에서 볼 테지만, 그때만 해도 아직 잡지의 시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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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두니스트


 

이처럼 잡지는 주제를 포섭하고 해당 주제를 사회에 재확산시킨다. 이미 이러한 잡지의 시대는 온라인 시대가 열리며 과거의 유산이 되었으나, 잡지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여전히 이 사회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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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고전 리뷰툰》이 있다.

 

 

 

섬네일 : [매거진 ize] <셜록>, 21세기 ‘덕후’를 집결시킨 19세기에서 온 그대 ©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401071804494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