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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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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여덟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개코형사 ONE코 5》,  모리모토 코즈에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1.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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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을 보고서 움찔거릴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겉차림을 보고서 웃음이 나올 사람은, 눈앞에서 지나가도 못 느낄 사람은, 자꾸 쳐다보고 싶은 사람은 있을까요?

《개코형사 ONE코》는 2010∼2019년 사이에 우리말로 열두 권이 나왔습니다. 

만화를 그린 분은 《조폭 선생님》이며 《코우다이 家 사람들》 같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겉속을 읽는 마음을 뼈대로 삼고, 겉속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저마다 찾아나설 숨빛이 무엇일까 하고 넌지시 물어요.

《개코형사 ONE코》는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하나코’라는 아가씨가 이야기를 이끕니다.

형사가 보아도, 형사 아닌 사람이 보아도,

또 사납이(살인범)가 보아도 도무지 형사나 경찰로 안 보이는 꽃치마 아가씨가 수수께끼를 풀거나 사납이를 잡아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무시무시하거나 어두울 죽음판(살인현장)을 ‘확 깨는’ 얼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피가 튀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한복판에 문득 ‘경찰개보다 코가 좋은 꽃차림 아가씨’가 킁킁거리며 나타납니다.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사람이 사람다운 숨결을 잊고서 총부림·칼부림을 일삼으며 사납짓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말이 안 될 노릇 아니냐고 되묻고 싶어요.

스스로 웃음을 잊고 기쁨을 등지기에 우락부락 다투거나 싸우는 오늘날이라고 느낍니다.


“이 녀석이 형사? 말이 되는 소릴 해, 갓짱! 이 녀석이 형사면 난 간호사다, 간호사!” (21쪽)


#デカワンコ #森本梢子

 

 

Emotion Icon

 

 

Emotion Icon《바무와 게로, 추운 날 밤엔 별 구경을 하지 마세요》,

시마다 유카,   햇살과나무꾼옮김중앙출판사, 2000.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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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무와 게로, 추운 날 밤엔 별 구경을 2000 02.jpg

 

  ‘어른살이’에서는 얼어붙거나 숨이 멎으면 죽음으로, 몸이 말을 안 들으면 끝으로 여깁니다.

 숨이 멎거나 몸이 말썽일 적에는 그만 두려운 마음이 몰아치고 와들와들 떨어요.

 죽었구나 싶어도 되살리는 손길은 아이스러운 눈길에서 깨어납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도 보드라이 어루만지면서 숨결을 불어넣는 마음은 아이다운 숨빛에서 비롯해요.

 비슷한 줄거리여도 어른이 써서 어른끼리 읽는 글하고,

어른이 쓰더라도 어린이랑 함께 누릴 이야기는 사뭇 달라요. 

 

《바무와 게로, 추운 날 밤엔 별 구경을 하지 마세요》는 그림책입니다.

 그림감은 ‘죽음·살림·어버이·아이’요, 이 넷을 ‘놀이’로 풀어내고 ‘사랑’으로 녹입니다.

 어린이책·그림책은 죽음을 늘 삶하고 맞물리는 길로 바라보고, 끝이 아닌 새롭게 내딛는 자리요,

 무서움·두려움·걱정이 아닌,

포근히 떠나보내거나 사랑으로 달래어 숨을 새롭게 불어넣는 손빛을 찾는 길로 다루어요.

 

못물에서 얼어붙은 어린 오리를 만난 ‘바무와 게로’는 어찌저찌 어린 오리를 살려내요.

그런데 어린 오리는 별밤에 또 밖에 나가 꽝꽝 얼어붙습니다.

바무와 게로는 언 오리를 또 찾아내어 녹여서 살리지요.

어미 오리를 그리는 어린 오리를 포근히 다독이고 놀이로 새길을 밝혀 주는데,

‘어른나라’라면 얼어붙어 거의 죽거나 그만 죽고 만 사람을 어떻게 다루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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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