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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

INSIDE

[오늘의 헌책] 무서운 앞표지의 영화 잡지에 담긴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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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헌책 : 고딕

저 서울책보고 서가 한구석에 오랫동안 숨어있었으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헌책의 쓸모와 오늘의 트렌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코너

 

 *

무서운 앞표지의 영화 잡지에 담긴 1998 

《씨네21》 151호, 한겨레신문사, 1998년 

 

 

이번 고딕 특집에 가져온 ‘오늘의 헌책’은 한겨레신문사가 창간한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 1998년 5월 12일자, 151호입니다. 


고딕 특집에 갑자기 왠 영화잡지? 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이 앞표지를 보시면 제가 왜 이 책을 ‘오늘의 헌책’으로 골랐는지 단박에 알아차리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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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혹시 이 앞표지 보시고 심장을 부여잡으신 분 계신가요? 이 앞표지는 98년 세기말 감성일까요? ‘고딕’이라는 주제를 앞에 두고 어떤 헌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저는 이 흐늘흐늘한 얇은 잡지의 앞표지를 보고 바로 제가 한 달 내내 찾아 헤매던, 바로 ‘고딕’에 어울리는 헌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왜 이 앞표지가 ‘고딕’이라는 글과 어울리는지는 다음 글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설가이자 전문 번역가이시며 장르문학에 해박한 박현주 님의 글입니다.


“고딕 호러 픽션은 대체로 이런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다. 이 장르의 원류는 18세기에 시작되어 죽음과 초자연적인 힘, 그에 얽힌 사람들의 감정적 관계를 다루는 소설들이지만, 현재에는 일종의 서사 장르 양식으로 고착되었다. 유서 깊은 가문의 몰락한 후손이 살아가는 쓸쓸한 저택, 조상의 기담이 스민 기괴한 초상화, 울음소리와 희뿌연 그림자, 알 수 없는 얼룩 같은 심령 현상, 그리고 이를 후일담으로 전달하는 생존자들이 고딕 호러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_박현주, ‘어두운 저택의 비밀, 고딕 스릴러의 으스스한 매력’, 한겨레, 2022.2.25. 


이 앞표지는 흡사 ‘조상의 기담이 스민 기괴한 초상화’ 같지 않은가요? 당시 사진 기자님의 깊은 뜻을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앞표지 모델이신 이혜영 배우님이 쌓아오시던 이미지 속에서 이런 컨셉을 떠올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1998년 즈음 이혜영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지는데요!


《겨울 나그네》(1986년)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년), 《남부군》(1990년), 《피와 불》(1991년), 《화엄경》(1993년) 등의 작품이 눈에 띕니다. 영화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그 존재감을 뽐내던 배우였죠. 1998년 당시 삼십대의 이혜영 배우의 인터뷰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당신이 알고 있는 이혜영(36)은 어떤 여자인가?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나 요염한 자태로 담배를 꺼내 물며 “불 좀 붙여주실래요?” 하고 말하는, 흐르는 어깨끈을 내버려 둔 채 남자의 가슴에 안기며 “끝없이 타락해도 좋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자신만만하고 도도한 모습에 자신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혹시 그런 요부가 아닌가? <땡볕>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하명중을 품에 안고 달구지 위에서 흐드러지는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고 <성공시대>를 기억한다면 샐러리맨의 가슴에 야심의 불꽃을 활활 지피는 술집 마담 ‘성소비’의 환상을 봤을 게다. 그도 아니면 <화엄경>의 신비한 여인은 어떤가? 생산과 풍요의 여신으로 분한 그가 모성과 여성의 두 가지 이미지를 한몸에 발산할 때, 혹 그 향기에 취한 기억은 없는지?


_‘돌아와 거울 앞에 선 여배우’, 남동철, 《씨네21》 64쪽. 


지금이라면 여배우에 대해 이런 평을 쓸 것 같지는 않지만, 1990년대 감수성으로 이혜영은 이런 평가를 받습니다. 아마 이혜영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바로 저 기자가 쓴 것 같은 이미지이기에 이런 파격적인 앞표지가 나올 수 있었겠죠? 


앞표지의 고딕스러움 외에도, 1998년에 나온 이 영화 주간지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어요. 먼저 특집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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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_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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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세대라니~! 여러분, X세대 다 아시죠? 어쩌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 X세대 당사자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1998년 당시에 X세대라면 지금 ‘MZ세대’를 호명하듯 가장 젊고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를 일컬었을 거예요. 1990년대의 X세대는 ‘신세대’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죠. ‘또 하나의 독립운동, 2세대의 출현?’이라는 이 특집 기사의 부제는 ‘지하 창작집단 <파적>과 나눈 밀담, 신세대 독립운동가 머릿속 살피기’네요. 역시, 신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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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종이 잡지를 넘기다 보니, 지면 광고에 추억의 인물이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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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봄 

장국영의 음악은 당신을 설레게 합니다.


 

장국영 최신앨범 [쁘렝땅] 

        (쁘렝땅Printemps: ‘봄’이라는 뜻)         

 

계절의 여왕 5월, 

언제나 연인 같은 남자 장국영이 “봄” 앨범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동안 심혈을 기울인 앨범. 

세련된 연주와 편곡등으로 장국영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장국영의 매력적인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장국영 1998년 5월 14일~16일 방한확정

방한 기간동안에는...

-. 장국영 “소년, 소녀 가장돕기” Music & Movie Night

(5월 15일 (금) 저녁 7시 30분. 장소 : 씨네마천국 대극장) 지하철 3호선 신사역 하차

새앨범 “쁘렝땅” 수록곡의 뮤직 비디오와 장국영 주연영화 “금지옥엽2”의 

유료시사회를 겸한 팬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며,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 전액은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쓰여집니다.

* 입장권 예매처 : 종로 뮤직랜드, 강남 타워레코드 (당일 현장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 팬 싸인회 : 5월 16일 (토) 오후 1:30 강남 타워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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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otion Icon장국영 -  쁘렝땅(printemps)cassette side A 듣기  ©유튜브 채널 김그냥

 

 

 Emotion Icon장국영 -  쁘렝땅(printemps)cassette side B 듣기 ©유튜브 채널 김그냥

 



 Emotion Icon장국영 1998년 내한 모습 보러가려면 클릭Emotion Icon

 

배우 장국영이 한국에 방문한 소식에 적힌 문구들이 추억 돋게 만듭니다. 뭔가 TMI 느낌의 이 광고 문구에서 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요. 그가 팬과 만나는 자리가 지금은 사라진 씨네마천국 대극장이라든가, 종로 뮤직랜드, 강남 타워레코드라는 데에서 98년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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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남아 있던 대형 음반매점 한 곳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 종로3가 YBM 빌딩 지하에 위치한 ‘뮤직랜드’가 11월 30일로 영업을 마감한다. 

이로써 종로 중심에 위치했던 3대 음반점(타워레코드, 영풍문고 지하매장, 뮤직랜드) 모두가 문을 닫게 됐다. 

영풍문고 음반매장의 경우 얼마 전 대폭 축소돼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뮤직랜드는 지난 15일 

“계속되는 음반업계의 불황과 무료 다운로드, 

동종업계의 가격 경쟁 및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증가로 인한 매출 저조와 

이에 따른 이익 감소로 더이상 매장을 운영할 수가 없어 폐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1월 말 현재 이곳에 남은 것이라고는 클래식 음반 수십 장, 

지나간 대중가요 테이프 수백여 장뿐으로 

11월 30일까지 50% 할인 가격으로 매장 정리 상태에 있다.


그러나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일부 고객들은 

텅빈 매장을 보고 놀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뮤직랜드는 15년을 이어오면서 많은 청춘남녀들의 기다림의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다.


아이디가 ‘hanis08’인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는 

“종로에 가게 되면 습관처럼 들르곤 했던 뮤직랜드가 폐업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약속 장소가 되어 주고 때로는 서점과 함께 시간 때우기도 좋았던, 

그리고 충동 구매가 억울하지 않았던 곳인데”라며 

추억으로 간직해야 하는 씁쓸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디가 ‘slowhand2’인 또다른 사용자도 

“7년 전부터 할 일 없을 때 음반 구경도 하고 음반도 사고 자주 들리던 곳인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난 이제 어쩌란 말이오”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_최재원, ‘종로의 마지막 음반가게, 사라지다’, <오마이뉴스>, 200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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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의 마지막 음반가게, 사라지다  © 오마이뉴스

 



‘만화란’에도 재미있는 소식이 있더라고요.


 

거꾸로 가는 순정만화 : 천계영의 신작 음악 만화 《오디션》


 

신예작가 천계영(28)의 《오디션》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윙크>에 연재되고 있는 《오디션》 8회분을 묶어 지난달 단행본 첫권을 내자마자 

초판 3만부가 소화됐으며 재판에 들어갔음은 물론 

서점가 만화코너와 대본소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것이다. 

《오디션》의 인기는 대개 초판 1만부를 찍은 것이 관행인 순정만화 단행본계에서 

처음부터 3만부 인쇄를 계획한 점이라든가, 

적잖은 대본소에서 이 책을 한권 이상씩 구비해 놓은 점에서도 입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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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순정만화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오디션》 소식이 실려있고, ‘만화가 천계영’을 소개한 ‘고시생이 그리는 날라리’라는 기사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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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방송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만화다. 자료조사만도 어마어마했을 텐데.


그렇다. 

방송사 쇼프로 현장도 자주 다니고 몇 달간 음악공부도 집중적으로 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

참, 예전에 한때는 전자기타를 배웠던 적도 있고, 

작곡에 관심이 생겨 키보드를 사다놓고 공부해보았던 적도 있다(우와...). 

데뷔 전에는 폭주족에 관한 만화를 그리고 싶어 

오토바이가 보이는 대로 사진찍고 카탈로그들을 마구 모으고 

오토바이 전문잡지들을 챙겨보며 몇 달 내내 오토바이만 그렸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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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당시만 해도 음악과 방송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없었기에, 《오디션》은 그야말로 새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봐도 힙한 그림체란. 정말 1998년 당시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던 만화’였던 거죠. 그 천계영 작가님은 지금처럼 웹툰이 대세인 시대에도 살아남아 계속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계시죠!


역시 90년대의 힙스터는 2020년대에도 힙스터 


아무튼, 1998년 5월에 나온 얇은 영화 주간지를 조금만 살펴봐도 1998년 시대의 내음이 물씬 풍겨옵니다. 그러고보니, 이거 앞표지의 고딕스러움에서 시작해 1998년 시대 읽기로 글이 마무리 되었네요? 

 

 

 

 

 

섬네일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 티비앤 https://tvn.cjenm.com/ko/reply1997/photo/#localePhotoPopup/16406-11620/833/%EC%9D%91%EB%8B%B5%ED%95%98%EB%9D%BC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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