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INSIDE[세렌디피티] 서가 사이에 숨어있던 졸업장
▶국악고등학교,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클릭 후 이동)
Serendipity
2월, 바야흐로 졸업 시즌입니다. 밤에 자려고 누워 카톡 친구들의 프사를 일별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다들 아시죠? 남의 프사 보는 재미) 그 와중에 심심치 않게 프사에 졸업 관련 사진들이 하나둘씩 빨간 점을 찍고 떠 있곤 하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에도 졸업식은 열리는구나, 생각하며 지극히 전형적인 구도의 졸업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던 차에.
마치 이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딱, 서가를 정리하던 우리 운영팀 동료가 또(!) 제게 세렌디피티를 선물해주었지 뭡니까. 무엇을? 무려 42년 전, 바로 이맘때의 졸업장을!
이 졸업장은 놀랍게도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게 아니라, 청계천서점 서가 사이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헌책 요정이,
“2월에 이런 소품 정도는 나와줘야지”
라며 마법을 부리고 간 것처럼 서가에 꽂혀있던 졸업장.
본적 서울특별시
성명 梁○林
1961년 10월 31일생
벌써 환갑을 넘기셨을 나이이신 ‘梁○林’ 님의 이 졸업장은 어떻게 서울책보고의 청계천서점 서가까지 흘러들어온 걸까요? ‘梁○林’ 님은 자신의 졸업장이 이곳에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계시겠죠?
이 졸업장을 보면, 당시 졸업장에는 특이하게 ‘본적’이 적혀있습니다. 설마 ‘본적’이 뭔지 모르는 분은 안 계시죠? 본적(本籍)은 호적이 있는 지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읭?’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도대체 졸업장에 ‘본적’이 왜??? 당시 졸업장... 너무 TMI... 하지만 개인정보과다에 비하면 졸업장 문구는 단출하고 깔끔합니다.
이 사람은 본교 3개년의 온 과정을 마치었으므로 이 졸업장을 줌
요즘의 졸업장 문구가 보통,
위 학생은 고등학교 3개년의 전 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인 것과 좀 차이가 있죠? 먼저 한자가 아닌 한글을 쓴 점이 눈에 띕니다.
전 과정 → 온 과정
수료하였으므로 → 마치었으므로
수여합니다 → 줌
옛 졸업장의 한글 사랑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한글이 더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지금은 ‘-다’체로 끝나는데, ‘줌’으로 끝난 것도 인상 깊습니다. 줌. 뭔가 쿨내 진동하네요.
그러고보니, 일반고가 아닌 국악고를 나오셨네요. 혹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그 국악고일까요? 일단 본적이 서울특별시인 걸로 보아, 서울의 국악고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혹시 1980년 2월에 국악고를 졸업한 지인분이 졸업장을 잃어버리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아니면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당신, 졸업장을 잃어버리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제가 잘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서울책보고에 오셔서 성함을 밝혀주시면, 바로 내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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