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지난주에 파격적(!)으로 2004년 생년문고를 입고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 일찍 판매되는 바람에 정작 이 문고를 신청해주신 분이 놓치셨다고 해요. ㅠ 그래서 한 번 더 입고합니다.

지난번에는 언급하지 못했지만, 한국정치사에 잊을 수 없는 기록이 새겨진 해, 108년 만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치러진 해, 한국 드라마가 대호황이었던 해. #대장금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 #파리의연인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고!” #불새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맘이 불타고 있잖아요” (이 대사 다 기억하시는 분...)(엄지 척) 바로, 2004년입니다.

2004년 #빛의_제국 (5권/14,000원)

오늘 키워드는 2004년 가을 계간지에 실린 소설가 J의 단편소설에서 가져왔습니다. 단편 #빛의제국 은 2004년 이야기를 2022년의 미래 화자가 풀어가는 독특한 소설이에요. 2022년이면 (지금 시점에서) 딱 1년 후인데, 2004년의 소설가가 18년이 지난 2022년에 대해 상상한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 교화시설 청소년들 몸에 마이크로 칩을 내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

-. 니코틴과 타르 성분이 전혀 없는 담배가 개발되어 담배 연기가 공기보다 무해해짐.

이건 좀 지나친 상상이었던 것 같네요. (아직 1년 전이지만...) 18년이 지나도 세상이 그렇게 SF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소설가가 18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본 사회현실은...

-. 청년실업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

-. 인문과학의 위기로 인문학 박사들의 취업이 어려움.

네, 이건 여전하네요. 근 20년이 지나도 청년들의 어려움과 인문학의 위기는 계속됩니다. 

‘빛의 제국’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004년은 투신자살자의 비율이 유난히 높았던 해로 기록되어 있다.” 때는 2022년, Y대 부설 자살문화연구센터의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는 33세 김현수 씨는 소장의 의뢰로 2004년 10월, 17세의 나이로 자살한 청소년 교화시설의 ‘장유희’라는 소녀의 자살 미스터리를 추적합니다. 그러면서 김현수는 2004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서기 2004년에 대하여 나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그해 동네 중국음식점의 짜장면 한 그릇이 3000원이었으며 사람을 스무 명도 넘게 죽인 연쇄살인범이 체포되었고 아테네 올림픽이 개최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현대사 연감을 통해 확인했다.”

#짜장면 3,000원. 와우 / 유명한 연쇄살인범 Y 체포 / 아테네 올림픽 개최 등. 네, 2004년은 그랬답니다. 그런데 2022년의 연구원 김현수는 왜 2004년에 자살한 소녀의 죽음을 추적해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소설가 J가 삐딱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 이 단편을 읽고 찾아보시기를. 다 읽고 나시면 소설 제목이 ‘빛의 제국’인 것에 아이러니를 느끼실지도... 재미있는 건 여기에 묶은 또 다른 2004년 문예지에 소설가 #김영하 의 동명의 장편소설 ‘빛의 제국’이 연재되고 있다는 것!

여성작가 J가 현미경으로 인간과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빛의 제국’을 썼다면, 김영하 작가는 망원경으로 저 멀리 있는 역사와 개인이라는 큰 문제를 포착했네요. 이 두 문예지 외에도 2004년 당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등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 세계적 경제학자가 쓴 사회과학서, 지난번에도 들어갔던 200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옐리네크 특집이 실린 또 다른 문예지까지 다섯 권 채워 넣었습니다. 

2004년생인 당신, 아니면 2004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2004년을 2020년의 시점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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