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깨닫는 작업과 더불어 ‘나’라는 인물을 형성한 사회 배경을 이해하는 작업이 또한 필요할 거예요.
나-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떠오를, 내 삶의 의미와 로드맵, 생년문고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특정 해에 나온 문예지와 사회비평지, 문학과 인문교양서를 묶은, 서울책보고 생년문고.
[생년문고] 1978년 #여름_이사
안녕하세요. 2주 만에 월요일 생년문고 들고 왔습니다. 그 사이, 변덕스럽던 2022 버전 장마는 좀 그치고 햇빛이 그 얼굴을 조금 보여주고 있네요.
이번 달은 1970년대 생년문고를 만들고 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로 1978년 생년문고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에 생년문고를 처음 만든 이후, 1978년은 겨우 한 번 만들었네요. 이 횟수가 의미하는 건, 그만큼 70년대 문예지와 시집 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겠죠?
그렇지만 이번 달은 7월에 맞춰, 70년대 생년문고를 만들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보석같은 자료들을 정성스레 묶어보았습니다.
1978년 #여름_이사 (3권/12,000)
1978년은 #문학과지성시인선 이 처음 문을 연 해에요. 문학과 지성 시인선은 현재 570번까지 나온 상태로 570번째 시집은 #이지아 #이렇게나뽀송해 입니다. 이렇게 600권 가깝게 나온 시집 시리즈의 첫 시집인 H시인의 시집이 이번 생년문고에 들어있답니다.
이 첫 시집의 초판이 나온 건 1978년이지만, 서울책보고가 소장한 시집은 #1990년 에 발행된 26쇄예요. 이 시집에는 귀한 시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이 계절과 가장 어울리는 시를 이번 생년문고의 표제로 삼았답니다. 시의 일부 한 번 읽어볼까요?
여름 이사
다시 한번 만져 본다 / 창틀에서 좌우로 조금씩 벗어나는 / 저녁 마당 / 서서 엎드려서 서로 간질이며 / 내리는 여름비
잘 있거라 / 빗줄기 속에 고개 들던 / 몇 그루 꽃나무들이여 / 머리 뜨거운 밤 / 목덜미에 찬물 부어 주던 펌프 주둥이여 / 자정 넘은 뒤 / 같이 깨어 짖던 동네 개들이여 / 잘 있거라 / 나는 혼자 짖을 것이다
짖지 못할 것이다 / 조그만 아파트 방 책상머리 / 새벽 두 시의 무거운 공기 속으로 / 읽던 책 모두 띄우고 웅크리고 앉아 / 어깨에 아이들과 나를 얹고 서 있는 / 철근의 식은 힘을 느낄 것이다 / 웅크리고 앉아 / 평면으로 누운 세계의 얼굴을 / 만질 것이다
*
꽃나무 위에 투둑투둑 빗방울이 튀는 여름비 내리는 어느 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조그만 아파트 방에서 웅크리고 앉아 세계 문학 고전을 어루만지는 외로운 이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당이 있던 집에서 아파트로 #여름 이사를 와서일까요? 웅크린 도시인의 모습이 꼭 우리 모습 같기도 합니다.
이 시집에는 암호같은 두 개의 서명이 각각 다른 필체로 새겨져 있기도 해요.
4323.11.8. 制氵님
4325.5.6. 水 동우정밀 재직 時 Ag- 制氵님
制氵님이 산 시집을 2년 후에 동우정밀에 재직중이시던 Ag- 님이 다시 읽으신 걸까요? 이 암호같은 서명은 이 생년문고를 가져가시는 분이 한 번 풀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생년문고에는 이 외에도 1978년 문예지 두 권이 들어있습니다. 무려 #현기영 작가님의 #순이삼촌 이 처음 발표된 문예지가 여기에 들어 있어요.(넘나 소듕...) 한 문학평론가는 “살벌하게 강요되었던 침묵에 맞선 작품이 1978년 ***** 가을호에 발표된 <순이 삼촌>이었으니, 4·3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현기영의 작가의식은 응당 빛을 발하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나머지 한 권의 문예지에는 #최인호 #강석경 #김원우 등 당대 소설가들의 장편 연재와 단편이 실려있어 또 소중합니다.
1978년생인 당신, 아니면 1978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78년의 어느 도시인을 만나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별)서울책보고 홈페이지>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북큐레이션>생년문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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