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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Vol. 06

SPECIAL

[테마 칼럼]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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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램덩크 사진, 출처 : 게임 〈슬램덩크 모바일〉 페이스북(클릭 시 이동)

 

 이번 호 테마 - 고전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백민철

서울책보고 총괄PM

 

 

나는 TV에서 예능을 잘 보지는 않지만, 항상 챙겨서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jtbc〈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빼놓지 않고 다 봤다. 보는 내내 이번에 나오는 가수는 누구일까?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대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봤던 TV 프로그램이다. 추억의 가수를 소환하면서 보는 나의 그 시절 추억도 함께 소환되어서인지 그 시절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성공 이후, 2018년부터 TV 프로그램과 SNS에서 90년대 추억팔이가 대세가 되면서 ‘레트로’가 트렌드가 되기도 했었다. 그때 당시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이라는 수식어로 90년대 영화, 음악, 게임, 책 등 90년대 문화가 많이 소개되었고, 40~50대에게는 추억을, 20~30대에게는 새로움을 주었다.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그리워해서 과거의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을 현재에 다시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라는 새로운 개념이 ‘레트로’ 열풍과 함께 등장했었다. 서울책보고는 헌책과 새로운 형태의 원형 철제 서가까지 새로운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뉴트로’ 적인 공간이었고, 시기적절하게 개관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서울책보고에는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잡지와 만화책, 영화 서적 및 음악 관련된 헌책들이 많이 있다. 개관부터 지금까지 인기가 있는 것은 90년대 만화책이다. 개관 후 1년 동안 서울책보고 내 도서 검색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가 ‘만화’ 였고, 가장 많이 검색한 만화책은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는 먼저 창간한 만화주간지 《아이큐 점프》에게 맞서기 위해 《소년 챔프》에 연재되었다. 아직도 31권 단행본 세트뿐 아니라 낱권도 서울책보고에 입고되면 바로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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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만화 잡지가 가득한 '헌책방 나들이' 서가 

 

90년부터 96년까지 연재되었던  《슬램덩크》는 2,000년까지 농구 붐을 일으킨 전설의 만화이며 농구 만화의 고전이다. 이러한  《슬램덩크》가 26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접했다. 원작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영화의 각본과 감독까지 맡아서 극장판 영화로 내년 가을에 개봉한다고 하니 많은 매니아들 의 기대가 클 것이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아이큐 점프》(*서울책보고에서 《아이큐 점프》는 완판! Emotion Icon현재는 품절!Emotion Icon)부터 《소년 챔프》, 《댕기》, 《윙크》등 만화잡지부터 ‘이현세’, ‘허영만’, ‘고행석’, ‘천계영’, ‘이미라’, ‘황미나’, ‘김수정’ 등 그 당시 유명했던 만화가들의 단행본은 지금도 입고되는 데로 바로 판매되고 있다. 만화책이 꽂혀있는 서울책보고 서가에는 항상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와! 이거 내가 중(고등)학교 때 봤던 건데, 이게 아직도 있네” 

“00아 이거 아빠가 중(고등)학교 때 봤던 만화책이야” 

〈슈가맨〉의 그 시절 노래처럼 만화방과 만화대여점에서 빌려보았던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시절 추억에 젖는 사람들의 발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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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단행본, 이노우에 다케히코, 대원씨아이(대광서림 / 각권 3,000원) 

 

90년대 영화잡지는 다양하게 있었으나 지금은 ‘씨네21’ 하나만 명목을 겨우 이어오고 있다. 영화를 매우 좋아했던 나는 중고등학교 때는 《로드쇼》, 《스크린》, 《비디오 세계》같은 잡지들을 봤었고, 20대가 되면서 《씨네21》,《필름2.0》,《키노》같은 영화잡지를 보기 시작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씨네21》을 구독해서 봤다. 헌책방을 처음 가본 기억이 20대 초반쯤이었는데, 당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호러영화 전문잡지인 《펭고리아》를 사려고 홍대 앞 헌책방을 자주 갔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잡지여서 헌책방을 갔을 때 그 잡지가 있으면 정말 기뻤다. 서울책보고 서가들의 꽂혀있는 헌책 중에서 당연히 《키노》,《로드쇼》, 《스크린》같은 영화잡지들을 처음 봤을 때 제일 반가웠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앳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지금은 환갑을 바라보지만 풋풋한  〈폭풍속으로〉의 ‘키아누 리브스’ 까지, 그 시절 영화잡지를 통해 나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수많은 영화와 배우들의 모습은  〈슈가맨〉의 가수들보다 더 큰 울컥함과 반가움을 안겨주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영화동아리 선배가 《키노》를 보고 있자 옆에 있던 후배가 “이런 책은 정기 구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명색이 영화동아리인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잡지  《키노》는 그 시절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만 보는 잡지였다. 서가에 꽂히는 대로 꾸준히 나가는 것을 보면 그 시절을 영화로 추억하고 싶은, 소위 영화 좀 봤던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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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노》, 서울책보고 '헌책방나들이' 서가(각권 5,000원)

 

서울책보고 개관 준비를 하는 동안 〈팝송 대백과〉, 〈노래방 사전〉, 〈악보 책〉등 오래된 음악 관련 책을 보았을 때 '이런 책을 누가 사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그 책 들을 사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무척 놀랐었는데, 개관 초기에만 보이고 그 이후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아서 그때 미리 사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잡지가 있다.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핫뮤직》이다. 물론 더 오래된 《월간 팝송》이 있었지만 1990년도에 창간한 《핫뮤직》은 팝송뿐 아니라 하드록, 헤비메탈, 얼터너티브에 이르기까지 록 음악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90년 대 음악 좀 듣는 매니아들의 지침서였다. 팝송으로 영어 공부하는 유명한 ‘굿모닝 팝스’에도 '본조비', ‘미스터 빅’, ‘메탈리카’, ‘너바나’ 같은 록가수들의 음악들도 많았다. (그때 공부했던 미스터빅의 〈와일드 월드〉와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의 가사를 아직도 난 외우고 있다. Emotion Icon)  ‘굿모닝 팝스’를 계기로 '너바나', '그린데이' ‘라디오 헤드’ 같은 얼터너티브나, '오프스프링', ‘바이오 하자드’ 같은 펑크나 랩음악 등을 거쳐 '메가 데쓰', '메탈리카', '판테라' 같은 헤비메탈을 즐겨 들었고, 2000년을 지나면서 '콘', '림프 비스킷', '폴아웃보이'로 넘어갔던 것 같다. 90년대에는 록 음악은 대부분 남자들 중심으로 좋아했는데, 요새 록 페스티벌 관람객을 보면 대부분 20대 여성들이고, 남자들보다 더 열광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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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뮤직》창간호(왼쪽)과 제2호, 출처 : 한경연예 기사(클릭 시 이동

 

요새는 ‘록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이 많아서 이러한 음악과 공연을 직접 즐기는 문화가 흔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은 사라진 ‘음악감상실’이라는 곳에서 이러한 록 음악이나 헤비메탈을 즐겼다. 프로젝터와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를 빵빵한 음향으로 감상하는 극장식 형태의 카페로 음료수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헤드뱅잉을 하고 있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스트레스가 제대로 풀리는 공간이었다. 홍대 ‘백 스테이지’가 제일 유명했고, 언더그라운드 메탈 그룹뿐 아니라 ‘크래쉬’나 ‘블랙홀’, ‘멍키 헤드’ 같은 유명한 국내 메탈 그룹도 자주 와서 가끔 화장실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갈 때 마다 CD를 가지고 다녀서 가수를 만나면 사인을 받기도 했다. 때때로 나는 운전 중에 졸릴 때면 차 안에 볼륨을 엄청나게 키우고 그 당시 들었던 헤비메탈을 듣고 따라부르면서 간다. 그러면 졸음도 달아나고, 스트레스도 풀리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도착지에 도착한다. 그 시절 그 가수들의 모습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핫뮤직》잡지가 서울책보고에 다시 들어왔으면 좋겠다.

 

 

문화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모든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억이 옅어지기 마련이지만 문화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이 있고,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과 추억들은 문화로 다시 끄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고전 서적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한때 ‘고전’을 테마로 한 인문서, 자기계발서, 독서법, 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유행해서 서점에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을 때가 있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한때 나도 쉽게 시작해보려고 만화로 된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50선》이나《리딩으로 리드하라》등과  같은 고전보다는 고전 읽기 독서법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읽었던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책에서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오래된 책이 고전이 아니라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책이 고전이고,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기회를 얻은 사람들만이 소중한 경험과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고전’은 고전 서적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책뿐만 아니라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고전’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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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로 칼비노의 모습과 《왜 고전을 읽는가》의 한 구절, 사진 출처 : 위키백과(클릭 시 이동)

 

이번에 서울책보고에서 ‘그 시절 그 책 추억의 베스트셀러’ 전시 판매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지나 그 가치를 지금도 인정받는 헌 책 이기 보다는 먼지 쌓여 서가 구석에 있던 책들을 통해 누군가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기억들을 모아놓은 전시였으면 좋겠고, 〈슈가맨〉의 가수가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하듯 이제는 고전이 된 ‘그 시절 베스트셀러’ 들을 만나면서 그 당시 추억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그 시절 책을 읽으면서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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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부터 시작된 서울책보고 테마 전시 '그 시절, 그 책 추억의 베스트셀러'

섬네일 이미지 :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출처 :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공식 홈페이지 https://tv.jtbc.joins.com/sugarma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