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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7

SPECIAL

[개관 5주년] 책과 사람, 그리고 시간과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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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그리고 시간과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김명준

기획자


 

 

2018년 늦가을과 겨울 아크앤북 시청점과 성수연방점을 오픈하고 이듬해 봄, 흥미로운 공간을 만났다. 물류창고를 개조한 재생의 공간 속 길게 이어진 스케일감 있는 아치 형태의 서가와 전시, 체험, 휴식을 위한 열린 공간과 카페로 구성된 트렌디한 공간에 다양한 개성의 헌책방이 입점되어 있는 공공헌책방 플랫폼. 서울책보고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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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서울책보고 ⓒ김명준

 

 

2019년 봄 만났던 흥미로운 공간이 어느덧 5주년이 되었다. 로컬, 재생, 취향, SNS 등의 트렌드와 함께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이 생겨나던 시기에 공공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서울책보고의 시작이 떠오른다. 더불어 같은 시기에 기존 서점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던 아크앤북의 시작도 함께 회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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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앤북 시청점 북터널 ⓒ아크앤북

 

 

오프라인 공간에게 너무도 혹독했던 코로나19의 시기를 지나 새롭게 책이 있는 공간의 미래를 준비하는 서울책보고와 아크앤북을 돌이켜본다. 

2019년 당시는 책의 동일한 품질, 규격화된 크기, 배송과 저장의 용이성 등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된 상품 특성과 높은 할인, 배송 기술의 발달로 2000년도부터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 서점에 자리를 잃어가던 오프라인 서점이 2014년 모든 판매처에서 도서정가의 15% 이내로 할인율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과 2015년부터 시작된 대형 복합몰의 증가와 백화점, MALL 내 서점이 앵커 테넌트로 입점하는 유통 시장의 트렌드에 힘입어 다시 주목을 받고 활성화가 되던 시기였다.

여기에 개인화와 공감으로 대두되는 소비환경의 변화는 취향공동체의 트렌드를 만들었고, 이러한 제도적 변화, 유통시장과 소비환경의 변화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형서점은 29개, 독립서점은 277개의 매장이 생겨난다.

취향의 시대라 불렸던 당시 아크앤북은 책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를 취향과 엮어 취향이 없는 대형서점과 취향만 있는 독립책방 사이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시작하였다. 안정적인 대지(시스템) 위에 다양한 취향의 독립서점이라는 새집(콘텐츠)을 짓는 방식으로 2018년 11월 시청점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 온라인 포함 1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서울책보고를 보고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공공헌책방 플랫폼답게 29개의 헌책방으로 구성된 MD였다. 플랫폼은 목적지를 가기 위한 사람들과 그 안에서 또 다른 목적을 꿈꾸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장소이며, 이 장소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책보고가 만들어낸 헌책방 상생의 MD 구성은 플랫폼의 의미와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사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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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치형 서가의 헌책방들, 현재 서울책보고에는 33개의 헌책방이 모여있다. ⓒ김명준


 

아크앤북의 MD 관련하여 지난 이야기로 아크앤북 초기 MD 기획은 플랫폼에 의미를 두어 전체 카테고리를 연관된 출판사와 독립서점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성 출판사 도서의 다양한 분야, 독립서점의 자체 출판물 부재, 독립출판사의 개별 거래의 복잡성 등의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고, 지금의 네 가지 테마와 큐레이션으로 변경되었다. 큐레이팅 플랫폼으로서 주제와 맞는 출판사와 독립서점, 다양한 브랜드의 협업 조닝을 아크앤북 매장에 조성하여 서로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상생의 모습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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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앤북 시청점 스페인책방과 마블로켓 조닝 ⓒ김명준


 

아크앤북은 책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책보고 또한 시민이 책을 읽고, 헌책을 구매하며, 다양한 문화와 예술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두 공간은 새 책과 헌책, 공공성과 상업성이라는 콘텐츠과 성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책이 있는 공간으로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기는 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를 주도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면에서는 강한 공통점을 보인다.

국민의 소득 수준 향상은 문화 소비 수준의 향상을 불러왔고, 이는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이커머스와 배달/물류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으로 단순히 먹고(EAT) 사는(BUY) 기능적 편익을 위한 행위는 온라인 채널로 이동을 가속화하였고, 오프라인 공간은 기능적 편익을 넘어선 오직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적/감각적 편익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만들었다. 

또한 취향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소비 성향의 변화는 공급자적 접근에서 이용자 가치 중심의 접근이 중요해지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콘셉트와 콘텐츠,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 좋은 경험 제공을 통한 소비의 창출 등이 중요한 공간 구성 요소가 되었다.

서울책보고와 아크앤북은 단순히 헌책과 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이용자들의 가치와 좋은 경험의 제공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서울책보고는 헌책을 판매하지만 기존의 헌책을 판매하는 서점과 차별화하여 신간 도서를 배제한, 비교적 오래된 도서의 판매로 이 공간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지난 향수와 추억의 경험을 제공한다. 매일 입고되는 새로운 헌책은 방문자들에게 기대감과 설레임을 제공하며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서와 초판 도서 등의 희귀 도서는 공간을 찾게 만드는 재미 요소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책을 기반으로 한 저자와의 만남, 헌책 경매와 마켓, 강연, 패션쇼 등이 열리는 열린 공간은 이용자들에게 사유와 휴식의 경험을 제공으로 복합공간에서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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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책보고의 재밋거리 : 추억의 만화가 가득한 헌책방나들이 서가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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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책보고의 재밋거리 : 오직, 서울책보고 ⓒ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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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책보고의 재밋거리 : 여름방학 프로그램 - 그림책 마음약국 ⓒ서울책보고

 

아크앤북 또한 새 책을 판매하지만 기존 대형서점의 획일화된 관리 중심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에서 모티브를 얻은 네 가지 테마 DAILY(일상 속의 기대감), WEEKEND(일상 밖의 설레임), STYLE(선도하는 즐거움), INSPIRATION(깨닫는 성취감) 안에서 재조합한 카테고리로 진열을 한다. 아크앤북은 기존 대형서점의 광고와 베스트셀러 매대 운영 방식과 달리 네 가지 테마로 감도 높은 큐레이팅을 통해 선별한 책과 굿즈를 함께 진열 및 판매함으로써, 방문자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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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앤북 시청점 WEEKEND 조닝 ⓒ김명준

 

 

또 하나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적 닮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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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책보고 아치 서가와 아크앤북 롯데월드몰점 아치 로드 ⓒ김명준

 

책벌레를 형상화한 서울책보고의 아치 형태의 서가는 아크앤북의 시그니쳐인 아치(Arch)와 유사한 구조와 의미를 가진다. 

아크앤북의 아치는 도시에서 거리로, 실외에서 실내로 공간을 연결하는 의미로 아크앤북이 지향하는 가치인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연결과 조화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울책보고의 아치는 각기 다른 개성의 헌책방이 입점하여 책을 통한 사람과 시간의 연결, 나눔을 통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과 책방과 책방의 연결을 통한 상생의 가치 생성의 의미를 가진다. 

책은 수많은 단어와 글자가 조합된 물성으로 담고 있는 콘텐츠가 무한하고 모든 주제와 사물을 아우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접근성이 낮은 매체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의 역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라 생각한다.

네트워크의 본질은 단순한 연결이 아닌 가치의 발견이며, 플랫폼은 가치가 연결되는 장소이다. 책이라는 네트워크로 생산자(저자, 출판사)와 소비자(독자)의 연결을 통해 공감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책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책과 사람이 만나면 이야기가 남는다. 서울책보고와 아크앤북은 남겨진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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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기획자

 

책과 함께하는 공감의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아크앤북과 함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