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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4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스물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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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스물세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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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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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우표 안 쓰는 날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설마 우표를 안 쓰고 스티커로 찍찍 붙일 줄 미리 내다본 사람이 있을까요?

국민학교란 이름을 아직 쓰던 무렵에는,

나라에서 찍은 우표에 나오는 우리 대통령과 이웃나라 대통령 사진을 보면서

낯설고 먼 나라를 헤아리기도 했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중고등학교에서 외우고 시험문제를 치러야 했으니,

우표가 새삼스레 공부에 이바지한다는 언론보도까지 있었습니다.

 

全斗煥 대통령 기념우표책 1985 01_tn.jpg


지난날에는 단행본 만화책이 드물 뿐 아니라,

와이엠씨에이YMCA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와 교사단체는

해마다 만화책 불태우기 행사를 크게 벌였습니다.

지난날 어린이와 푸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만화책 화형식을 지켜보아야 했어요.

그때 불탄 만화책이 얼마나 많았는지 가늠할 길이 없지만,

용케 여태 살아남은 해적판이 있어요.

이제 함부로 만화책을 불태우는 어른 아닌 꼰대는 없을 테지요?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서로 사이좋게 무언가 좋아하는 길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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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

김재환, 양지문화사, 196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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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표를 아예 안 파는 곳마저 꽤 있습니다.

글월을 부치는 값만 찍찍 뽑아서 찰싹 붙이는 얼거리로 바뀌었어요.

우표를 안 쓰다시피 하는 오늘날에는 우표 값어치가 어떨까요?

예전에는 사람들한테 거의 없는 우표 하나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고 했습니다.

글자루에 붙인 우표에 어떻게 쿵 찍느냐에 따라,

이 새김무늬로 값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사용제 우표·봉투라는 말은 잊혔다고 할 만하고,

우표가게는 거의 사라졌어요.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이라는 묵은 책을 2000년 언저리에 서울 불광동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즈음은 벌써 우표 모으기는 철지난 놀이였어요.

책집지기님하고 이 책에 적힌 ‘당신도 돈벌 수 있다.’라는 글자락이며,

일러두기에 줄거리를 함께 살피면서

 “우표로 돈벌 수 있다 라는 말은 다 뻥 아니에요?

우표를 파는 가게에서 아이들 코묻은 돈으로 장사한 셈 아닐까요?”

같은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다들 가난하고 버거워서 무엇 하나로도 돈길을 찾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표는 이웃나라에서 값으로 쳐주지 않았어요.

우두머리(대통령) 얼굴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자주 찍어대는 나라는 후지다고 여기거든요.

그나저나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은 뒤쪽에 韓國郵票投資目錄 한국우표투자목록을 싣습니다.

우표목록이 아닌 투자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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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람마 1/2 3부 4》 편집부, 미림, 1991.2.10.

Emotion Icon《란마 1/4 요란한 아이들 1》 편집부, 월드문화, 1993.8.4.

Emotion Icon《란마 1/4 요란한 아이들 2》 편집부, 월드문화, 199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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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몰래책(해적판)이란 말을 쓰는 일이 없겠지요.

요샛말로 하자면 불법출판물일 텐데,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31일까지는 이웃나라 책을 그냥그냥 마구 찍어서 팔았습니다.

2000년 1월 1일부터는 국제저작권협약에 따라서 이웃나라 책을 함부로 찍다가는 크게 뒤집어씁니다.

숱한 어른 아닌 꼰대였던 분들은 일본 만화를 몰래몰래 옮겨다가 조그맣게 찍어서,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넣었습니다.

그무렵 몰래책이 얼마나 잔뜩 나왔는지 알 길이 없으나,

어린날을 돌아보노라면,

글붓집 한켠을 통째로 이 몰래책이 채웠으니,

적잖이 나왔겠지요.

또한 몰래책은 꾸준히 새책이 나왔어요.

1991년에 나온 몰래책 《람마 1/2》은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선보인 《란마 1/2》을 훔친 판입니다.

곰곰이 보니 몰래책보다는 훔친책이라 해야 맞겠어요.

《란마 1/4 요란한 아이들》은 《시끌별 녀석들》을 훔친 판이고요.

이렇게 ‘훔친책’을 몰래몰래 내어 목돈을 만진 어른 아닌 꼰대인 분들은 책이름도 슬쩍 바꾸고,

책에 나오는 사람들 이름도 살짝 바꾸고,

그림도 여러모로 가위질에 덧입히기를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예전에 우리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느긋하게 만화책을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만화책을 손에 쥐면

 “공부는 안 하고 무슨 만화책이야! 갖다 버려!”

 하는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오늘날까지 남은 이 훔친책이란,

엄마 꾸지람과 매질을 견뎌가며 가까스로 살아낸,

아프고 멍들면서도 웃픈 자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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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