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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2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스물한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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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스물한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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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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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그립니다.

오늘을 헤아리면서 모레를 꿈꿉니다.

잘 해낸 일도 잘 해내지 못 한 일도 있을 텐데,

어제를 밑거름으로 삼는다면,

오늘이 새로우면서 모레가 환할 만해요.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깊을 즈음 시골 들녘은 누렇거나 울긋불긋 바뀝니다.

늘푸른나무는 늦가을에 더욱 잎빛이 짙어요.

가만히 보면, 모든 나무는 해마다 새로우면서 언제나 푸릅니다.

아무리 해가 흐르고 흘러도 한결같은 나무처럼,

늘 푸르면서 새롭게 맞이할 만한 오늘은 어떻게 가꾸는 살림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풀빛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생각합니다.

추억이라는 이름에 배우며 살리는 손길을 살짝 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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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희망은 있다》

페트라 켈리, 이수영 옮김, 달팽이, 200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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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길을 밝히는 길을 찾던 숱한 사람들 가운데

독일사람 페트라 켈리 님은 어릴 적부터 할머니한테서

총칼(전쟁무기)로는 나라를 지키기는커녕

사람들이 죽어나갈 뿐인 줄 차근차근 듣고 배웠어요.

푸른별을 싸움판으로 뒤덮은 독일 나치를 온몸으로 겪은 할머니였거든요.

어머니를 따라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배움길을 잇는 동안 살갗빛을 넘는 어깨동무를 찾아야겠다고 여겼고,

순이돌이를 가르는 고약한 굴레를 걷어낼 실마리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여러 가지는 Green Party를 여는 길에 있다고 느꼈다지요.

나이나 옷차림으로는 아무런 ‘정치·문화·교육·예술’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로 태어나서 자라나는 어린이한테 아무 이바지를 못 한다고 여겼답니다.

독일에서 움튼 Green Party를 지켜본 이웃나라 일본은,

이 두레(정당)를 녹색당(綠色黨)이라는 한자말로 옮깁니다.

일본 녹색당이 태어납니다.

한참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인문학을 받아들여서 녹색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영어나 서양말로는 party모임·잔치·두레를 수수하게 나타냅니다.

우리나라는 모임·잔치·두레처럼 수수한 우리말을 정당·정치에 못 써요.

더구나 우리말 푸르다·풀빛을 헤아리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푸른잔치·푸른두레·푸른모임이나

풀빛잔치·풀빛두레·풀빛모임이나 숲잔치·숲두레·숲모임

즐겁고 아름다이 꾸리면서 이 나라를 가꾸거나 일굴 수 있을까요?

《희망은 있다》는 책처럼 “풀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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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깜찍한 사랑 하니 3》

 이진주,  예음, 198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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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에 태어난 《달려라 하니》입니다.

그무렵 열한 살이었어요.

‘하니’는 ‘둘리’와 함께 어린이 누구나 사랑하는 이야기요 아이였습니다.

다른 숱한 그림은 머스마만 좋아하거나 가시내만 좋아했다면,

‘하니’하고 ‘둘리’는 너나없이 즐기고 반기면서 지켜보는 삶을 보여주었습니다.

《달려라 하니》를 곰곰이 보면,

‘순이인 하니’는 밥도 김치도 살림도 제대로 여밀 줄 모르지만,

‘돌이인 홍두깨 선생님’은 밥도 김치도 살림도 잘 꾸릴 줄 압니다.

넌지시 어깨동무(성평등)를 밝히는 줄거리를 곳곳에 담았어요.

이진주 님은 ‘하니’가 나오는 그림을 꽤 그렸습니다.

이 가운데 《달려라 하니》하고 《천방지축 하니》가 널리 사랑받았고,

앞뒤로 그린 다른 ‘하니’는 썩 눈길을 끌지 못 했습니다.

《깜찍한 사랑 하니》도 ‘하니’라는 이름으로 이어서 눈길을 끌고픈 마음이 물씬 묻어나는 그림인데,

조금 더 힘을 빼면서,

서울내기 어른스러운 하니가 아닌,

투박하고 수수하게 모든 어린이하고 동무할 만한 하니를 그릴 수 있었다면 참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하니가 푸름이(청소년)로 자라고,

어른으로 나아가고,

이윽고 새롭게 길잡이(교사)가 되어서

새 아이들을 어질고 개구지면서 즐겁게 가르치고 이끄는 줄거리를 짤 수 있어요.

할머니 하니가 되어 아이들을 너른 품으로 돌보고 지켜보는 줄거리를 엮을 수 있고요.

우리는 언제쯤 차곡차곡 살림을 지으며 한 발짝씩 내딛는 그림을 선보일 붓을 쥐려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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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