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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1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만드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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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21

인간의 자유의지가 만드는 습관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바람직한 삶을 위해 어떤 습관이 필요한가? 자기계발서에 곧잘 등장하는 문구이다. 케케묵은 문구이긴 하지만 시대에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람직한 습관을 유지하려면 평생에 걸쳐 자신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은 우리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욕구와의 싸움이다. 사람들은 내면의 본능, 욕구와 다투며 살아가고 여기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나눠진다.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쉬고 싶어 하며 도망치고 싶어 한다. 이 본능에 진다면 한낱 권태로운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시대를 불문한 이야기인 만큼, 여러 고전 속에도 삶의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더 넓게는 삶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 가장 바람직한 예는 제인 에어일 것이다. 제인은 어린 시절 감정에 휘둘리는 성격이었으나 자라나며 점차 자신을 엄격히 통제하는 지적인 여성이 된다. 이는 매일같이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 사치 없는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 겸손하고 신실한 태도로 증명된다. 물론 지극히 예스러운 롤모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린 요즘, 제인의 소탈하고 학구적인 습관은 모두에게 어떤 본질적인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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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교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도 빼어난 《부활》, 톨스토이, 삼성출판사(행운서점/3,000원)

 

헌데 유감스럽게도 고전 속 주인공 대부분은 자기 계발적인 면에서 썩 좋은 모델이 되진 못한다. 고전문학은 대개 인물이 내적으로 무너지는 이야기가 많다.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인생의 청, 장년기를 방탕하게 보냈고 작품 후반부로 와서야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쪽은 재미있게도 바람직한 습관과 지양해야 할 습관을 모두 보여준다. 후반부의 네흘류도프는 주변 농민들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공감하고 하루하루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심한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귀족적 특권을 내려놓는다. 이런 부분은 바람직한 삶을 위한 습관으로 볼 만하다. 반면 그 전까지의 사치스럽고 문란한 삶, 회피만을 하는 삶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능대로 원하는 것만 좇은 데다 심지어 진정으로 행복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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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그런데 재미있게도,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어떤 고전문학은 이 반면교사로서의 주인공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다. 이 얇은 책은 주인공 요조의 인생을 압축한다. 그의 인생은 비극적이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비극은 어떤 운명적인 전개나 사고로 비롯된 비극이 아니다. 오롯이 주인공의 삶의 습관이 자초한 비극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요조는 자신을 조금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모든 조건이 풍요로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탕하게만 산다. 공부를 성실하게 한 적도 없으며 그림을 성실하게 배운 적도 없다. 내면은 황폐하고 늘상 여자와 술에 의지할 뿐이다. 자신의 삶에 통제력을 지니지 못하면 누구나 요조 같은 인생을 살지도 모른다. 아니, 요조는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다 여자를 홀리는 남자이므로, 평범한 사람이면 훨씬 더 비참한 상태가 되리라. 

좌우지간 주인공이 이런데도 인간실격은 고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다. 게다가 요조의 생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산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많은 사람이 한 번쯤 스스로가 요조처럼 인생의 통제권을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상상을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서글픈 본능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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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생활을 잠식한 지금, 자신에게 바람직한 습관을 부여한다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물론 삶에 이로운 습관을 지니고 자신을 통제한다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바람직한 습관이 없는 삶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왜 이 모든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은 끝없는 채찍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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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지었다.

 

 

 

 

 

섬네일 : 에곤 실레의 <자화상>(1912) © 위키백과 https://m.site.naver.com/1dwz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