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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0

SPECIAL

[오은의 오늘의 시] 헌책 _파고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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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_파고드는 사람



                       오은

 

 

뭇웃음을 팔 때마다

속울음이 쌓여갔다


웃음이 멎고

울음이 말라버렸을 때


열정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물이 났다


무표정으로 읽어내야 하는

감정의 거센 파고(波高)


좋은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책을 펼친다


좋은 문장과 좋은 사람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징검돌이 있을까


밟을까 말까

건널까 말까

좋아하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래 망설여야 할까


책 속에는

떠들었던 흔적

파고들었던 흔적


좋은 것이 다 좋아하는 것이 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것은 내게 다 좋은 것이다


웃고 울리고

웃기고 울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면

달아오르거나 흘러내리거나 끓어 넘치거나

한 번도 쉬지 않았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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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