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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6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A.I. 시대의 상상력과 대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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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16

A.I. 시대의 상상력과 대응력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란 SF 소설 또는 미래를 상상하는 다큐멘터리에나 등장하는 상상 속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는 막연히, 내가 할머니가 되기 전엔 이러한 인공지능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의 발전은 상상보다 더 빨랐다. 모든 면에서 발전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어쨌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달리 현실의 2001년에 우리는 달에서 살아가지 못했다.), 최소한 인공지능에서만큼은 현실이 상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인공지능은 고전 SF 작품에서 단골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가 갈등의 근원이다. 위에서 언급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도 ‘할(HAL)’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등장하는데, 할은 매우 논리적으로 발전된 존재이다. 해당 인공지능은 극심한 심리적 갈등에 시달리다 끝내 적으로 돌아선다. 만화이긴 하지만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도 소년 로봇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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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가상의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을 상징하는 붉은 렌즈 

 

그러나 작품에서 A.I.를 가장 철저하게 활용한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일 것이다. 그는 로봇 시리즈와 《아이, 로봇》의 저자로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이 로봇이라는 단어는 지금 시점에는 거의 사장되었다. 다만 그 의미는 사실상 인공지능, 약칭 A.I.로 옮겨가 활용되고 있다. 로봇이든 A.I.든, 해당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인간을 모방하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아시모프의 소설에 나오는 A.I.들은 대단히 유능하면서도 인간을 공격할 위험성을 품고 있다. 다만 아시모프의 성향상 비교적 온건한 미래가 그려지고, A.I.의 특성은 위험보다는 유능함에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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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재미있는 것은 이 ‘유능함에 집중된 묘사’가 최근 현실과도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챗GPT의 공개, 그리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A.I.의 공개에 대중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해당 기기들은 인간이 그간 쌓아온 자료에 근거하여 답변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A.I.는 일개 사람보다 훨씬 유능해졌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가리라. 이 점은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복잡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A.I.가 인간보다 똑똑하고 창의적이라면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단 말인가? 어쩌면 조용히 발전해서 시나브로 인간 사회를 좀먹는 A.I.가 노골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A.I. 못지않게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와 동시에 A.I.의 공격성도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거에는 한낱 공상이었던 인공지능과의 갈등을 목전에 앞둔 세대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약하게 모든 일을 기계에 맡긴 채 기본소득에 의존해야 할까? 당연히 이런 말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결국 A.I.가 참고하는 자료의 원천은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여차할 때 기계를 통제하는 주체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수동적인 자세가 되기에 인간은 너무도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의 미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키워드는 상상력과 대응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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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두니스트 Kidoonist


과거 작가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한 바는 우월성과 공격성, 두 가지였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우려는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 상상력의 산물이다. 최악의 미래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늘 상상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A.I.가 0에서 새로운 걸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을 명심하여 스스로 창작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고, A.I.가 인간의 모든 역할을 공격적으로 집어삼키게 두어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인간의 미래는 인간에게 달린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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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지었다.

 

 

 

 

 

섬네일 : 영화<아이,로봇>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39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