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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

INSIDE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78년 생년문고 #여름_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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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1978년 생년문고

#여름_이사

2022년 7월 18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오늘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은 바로 지난주에 업로드했던 따끈따끈한 생년문고를 가지고 왔습니다. 앗. 이렇게 더운 여름 한가운데에 따끈따끈한 생년문고라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주제와 책들은 아주 시원한 것들로 가져왔으니,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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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손님께서 픽해가신 이번 생년문고는 바로 1978년 생년문고 #여름_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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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전체 소개글 한 번 읽어볼까요?


 

 안녕하세요. 2주 만에 월요일 생년문고 들고 왔습니다. 

그 사이, 변덕스럽던 2022 버전 장마는 좀 그치고 햇빛이 그 얼굴을 조금 보여주고 있네요.


이번 달은 1970년대 생년문고를 만들고 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로 1978년 생년문고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에 생년문고를 처음 만든 이후, 1978년은 겨우 한 번 만들었네요. 

이 횟수가 의미하는 건, 그만큼 70년대 문예지와 시집 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겠죠?


그렇지만 이번 달은 7월에 맞춰, 

70년대 생년문고를 만들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보석같은 자료들을 정성스레 묶어보았습니다.    


 

1978년은 #문학과지성시인선 이 처음 문을 연 해에요. 

문학과 지성 시인선은 현재 570번까지 나온 상태로 570번째 시집은 이지아 시인의 이렇게나 뽀송해입니다. 

 


1978년, 한국문학에 있어서 참 의미있는 해죠?

  

이렇게 600권 가깝게 나온 시집 시리즈의 첫 시집인 H시인의 시집이 이번 생년문고에 들어있답니다.


이 첫 시집의 초판이 나온 건 1978년이지만, 

서울책보고가 소장한 시집은 #1990년 에 발행된 26쇄예요. 

이 시집에는 귀한 시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이 계절과 가장 어울리는 시를 이번 생년문고의 표제로 삼았답니다. 

시의 일부 한 번 읽어볼까요?


여름 이사


다시 한번 만져 본다 /

창틀에서 좌우로 조금씩 벗어나는 

 저녁 마당 

 서서 엎드려서 서로 간질이며 

내리는 여름비


잘 있거라 

빗줄기 속에 고개  들던 

몇 그루 꽃나무들이여 

머리 뜨거운 밤  

목덜미에 찬물 부어 주던 펌프 주둥이여 

자정 넘은 뒤 

 같이 깨어 짖던 동네 개들이여 

 잘 있거라 

나는 혼자 짖을 것이다


짖지 못할 것이다 

조그만 아파트 방 책상머리 

새벽 두 시의 무거운 공기 속으로 

읽던 책 모두 띄우고 웅크리고 앉아 

어깨에 아이들과 나를 얹고 서 있는 

 철근의 식은 힘을 느낄 것이다 

 웅크리고 앉아 

 평면으로 누운 세계의 얼굴을  

 만질 것이다 


꽃나무 위에 투둑투둑 빗방울이 튀는 여름비 내리는 어느 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조그만 아파트 방에서 웅크리고 앉아 세계 문학 고전을 어루만지는 외로운 이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당이 있던 집에서 아파트로 #여름 이사를 와서일까요? 

웅크린 도시인의 모습이 꼭 우리 모습 같기도 합니다. 

 

 

Emotion Icon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의 첫 책인 이 시집은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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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는 암호 같은 두 개의 서명이 각각 다른 필체로 새겨져 있기도 해요.


4323.11.8. 制

4325.5.6. 水 동우정밀 재직 時 Ag-

 

制氵님이 산 시집을 2년 후에 동우정밀에 재직중이시던 Ag- 님이 다시 읽으신 걸까요? 

이 암호같은 서명은 이 생년문고를 가져가시는 분이 한 번 풀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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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년문고에는 이 외에도 1978년 문예지 두 권이 들어있습니다. 

무려 현기영 작가님의 <순이 삼촌>이 처음 발표된 문예지가 여기에 들어 있어요.(넘나 소듕...) 

한 문학평론가는 

“살벌하게 강요되었던 침묵에 맞선 작품이 1978년 ***** 가을호에 발표된 <순이 삼촌>이었으니, 

4·3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현기영의 작가의식은 응당 빛을 발하게 된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Emotion Icon 현기영 작가님의 <순이 삼촌>이 발표된 문예지는 《창작과 비평》 1978년 가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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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권의 문예지에는 최인호, 강석경, 김원우 등

 당대 소설가들의 장편 연재와 단편이 실려 있어 또 소중합니다.

 

Emotion Icon 이 문예지는 《문학사상》 1978년 9월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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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생인 당신, 아니면 1978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78년의 어느 도시인을 만나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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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날 수 없던 연도여서인지, 이번 1978년 생년문고는 몇 시간 만에 바로 픽해가셨더라고요. 어떤 생년문고는 일 년 후에 주인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몇 시간 만에 가져가시면 또 기쁘답니다. 어렵게 모은 희귀한 자료들이 1978년생인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의 1978년생 지인에게 전달되어 소중하게 읽힐 일만 남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