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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Vol. 09

BOOK&LIFE

[SIDE B] 그림책의 세계로 어른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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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세계로 어른들을 초대합니다.

 

정해심

작가, 카모메 그림책방 대표

 

 

 

다시 찾은 보물


2017년 눈 내리는 겨울, '카모메 그림책방'은 7평 작은 크기로 서울 금호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책방을 열기 전부터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해서 언젠가 가게를 연다면 꼭 이 이름을 쓰리라 다짐했죠. 손님이 없는 가게를 지키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찾을 수 없는 사치에(주인공)의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매일 저녁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그녀의 일상이 제 미래가 되길 바란 것입니다. 운이 좋아 다짐은 현실이 되었고 책방지기는 영화 속 사치에처럼 ‘하기 싫은 일’을 줄여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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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카모메 식당> , 출처 : 다음영화(클릭 후 이동)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입니다만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왜 아이들 책에 어른이 기웃거리냐고. 긴 글에 지친 나머지 쉽고 단순한 이야기에 빠진 게 아니냐고 말이죠.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늘어 갈수록 그림책만큼은 아이들의 책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간혹 들려옵니다. 그림책은 정말 아이들만의 책일까요? 


동화가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면 그림책은 글과 그림 그리고 책이란 물성의 유기적 결합이 실타래처럼 엮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르입니다. 그림책이란 문법을 가지고 흰 종이 위에 누구를 위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는 오롯이 작가의 몫이죠. 물론, 그림책은 아동문학으로서 오랜 시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림책의 모든 대상과 주제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쉬운 예로 아동과 어른을 위한 만화가 엄연히 구별되듯 그림책도 천천히 세대와 주제가 구별되는 문학의 한 장르로 확장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림책은 그저 단순하고, 쉬운 책일까요.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는 건 단지 글이 적고, 그림을 통한 직관적 이해가 쉽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읽어온 그림책은 모든 작품마다 하나씩 보물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림책은 여러 주제를 섞어 담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탐구해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수려하게 전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그림책을 만나는 건 유리 슐레비츠의 《보물》에서처럼 내 집 아궁이 밑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 다시 돌아온 이삭(주인공)의 모습과 같습니다. 처음 그 자리, 가장 순수한 글과 그림의 서사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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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시공주니어(2006년), 표지 사진출처 : 시공주니어 홈페이지(클릭 후 이동

 

 

어른의 그림책 읽기 


그림책은 일반 서적과는 달리 구매자(어른)와 독자(아이)가 다른 매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책방의 고객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구매합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빠진 어른부터 어린 시절 자신이 읽은 그림책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까지 점차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층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해 아이의 그림책과 자신의 그림책을 각자 고르는 풍경도 이젠 흔한 풍경입니다. 우리나라 그림책의 시작을 1980년대 중후반으로 본다면 그림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이제 어엿한 어른 독자로 되는 시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그림책을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요. 

 

 

그림책으로 나를 읽습니다


삼십 대 여성이 길을 지나다 우연히 책방을 찾았습니다. 조용히 몇 권의 그림책을 읽더니 책방지기에게 다급히 말을 걸어옵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쩌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여성에게 티슈를 건네자 여성은 연신 “아 죄송해요. 제가 왜 이러죠.”라며 당혹스러워합니다. 70대 여성분 역시 그림책을 읽으며 “어머 내가 주책이다. 이게 뭐야.”라시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십니다. 할아버지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림책에서처럼 손주에게 이런 말을 건네주었을 거라면서요.

 

그림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말하는 모습은 그림책 속 이야기에 공명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는 이들의 한결같은 표식입니다. 글로 빼곡히 채워진 이성의 공간에서 벗어나 글과 그림 사이, 페이지와 페이지 틈 사이로 독자는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스스로 구축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그림책 독자가 생겨나는 것이죠.


그림책에 매료된 이들은 홀로 그림책을 즐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함께 모여 그림책을 낭독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안전한 소모임을 찾거나 새롭게 만듭니다. 자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와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지요. 나아가 자신의 전공 분야와 그림책을 연결 짓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심리, 철학, 영화, 교양, 토론, 논술, 요가, 쿠키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의 시작을 열고, 새로운 시사점을 선사하며,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을 그림책을 통해 전달합니다. 

 

 

그림책으로 나를 찾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다 보면 그림책을 창작하고, 만들고, 번역하고, 판매하고, 교육하는 모든 분야의 일에 안테나를 세우게 됩니다.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좋은 외국 그림책을 보면 출판사에 출판을 먼저 요청하기도 하죠. 책방지기인 저 역시 그 길 위에 있는 한 사람입니다. 책방을 찾는 고객 중에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후 그림책을 만나 그림책 작가로, 번역가로, 에세이스트로,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따라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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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모메 그림책방, 사진 출처 : 서울문화재단 공식 블로그(클릭 후 이동)

 

그림책방의 역할 역시 독자의 꿈과 호기심을 응원하고, 채우기 위해 그림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누고 즐기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의 그림책 읽기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관계)과 일(소명)을 찾는 매우 역동적인 방향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정의와 즐거움 그리고 그림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우리에겐 앞으로 더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부디 마음에 울림을 주는 소중한 한 권의 그림책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꼭 발견되길 희망합니다. 

돌아 돌아 다시 여기, 그림책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motion Icon부록.  카모메 그림책방 주인장이 추천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 작은 새 /제르마노 쥘로 (글), 알베르틴 (그림)| 리잼

▶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 다비드 칼리 (지은이), 모니카 바렌고 (그림) | 책빛 

▶ 딴생각 중 / 마리 도를레앙 (지은이)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땅의 심장 / 기아 리사리 (지은이), 알레산드로 산나 (그림) | 에디시옹 장물랭

▶ 잃어버린 영혼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은이),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사계절

▶ 눈 깜짝할 사이/ 호무라 히로시 (지은이), 사카이 고마코 (그림) | 길벗스쿨

▶ 오리건의 여행 / 라스칼 (지은이), 루이 조스 (그림) | 미래아이

▶ 나의 구석 / 조오 (지은이) | 웅진주니어 

▶ 적당한 거리 / 전소영 (지은이) | 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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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심

작가, 카모메 그림책방 대표

 

 

오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가려내는 빈틈 있는 하루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방이자 타로를 통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신비로운 책방인 카모메 그림책 방지기이자

 그림책 에세이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