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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7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 열여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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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여섯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사람 사이(인간관계)란,

멀다고 안 나쁘고 가깝다고 안 좋습니다.

 

그저 멀거나 가깝습니다.

붐비는 서울을 좋아할 수 있고,

한갓진 시골을 반길 수 있습니다.

다 다른 삶은 다 다른 삶터에서 태어납니다.

술 한 모금을 마셔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고,

언제나 스스럼없이 수다를 펼 수 있습니다.

북적이는 서울에서 숱한 사람을 마주하며 일할 수 있고,

혼자 작은 칸에서 조용히 일할 수 있어요.

사람이라는 우리말은 사이(새)하고 말밑(어원)이 같습니다.

눈에 보이거나 안 보여도 사람은 늘 둘레에 있고,

우리는 뭇사람 사이에 있어요.

서로서로 어떤 사이로 ‘일’을 하는지,

만화책 하나와 그림책 하나로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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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취중진담 1

송채성 글·그림, 서울문화사, 200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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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이던 1994년에

인천하고 서울을 날마다 오가며 사람밭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서울로 가까울수록 내리는 사람은 적고 타는 사람만 많아,

먼저 타도 나중 타도 납작납작 짓눌리는 눈물바다였어요.

 그 무렵은 선풍기조차 없기 일쑤였습니다.


“서울사람은 지옥철을 모르겠지?”


 1000이 넘는 사람을 작은 칸에 욱여넣는 죽음길에 넋을 잃기 싫어 머리 위로 책을 들고서 읽었습니다.

 1998년에 서울 기스락 신문사지국에 짐을 풀어

신문 배달부로 먹고살며 불수레(지옥철)하고 헤어집니다.


“나는 불수레에서 나왔지만, 동무와 이웃은 오늘도 불수레에서 뭉개지겠구나!”


 《취중진담 1∼3》은 2001∼02년에 낱책으로 나옵니다.

송채성(1974∼2004) 님은 이 만화책으로 둘레에 이름을 알렸으나

《쉘 위 댄스》하고 《미스터 레인보우》까지 그리고서 이슬이 되었습니다.

숨조차 못 쉴 수레에 갇힌 사람은 서로 짐짝이었습니다.

 밟히고 구르니 악에 받치기도 하지만,

외려 이웃을 더 헤아리는 마음이 싹트기도 합니다.

맨 마음과 맨몸으로 어울리는 곳에서도,

지치거나 슬픈 빛이 만나는 곳에서도,

들꽃이 핍니다.

불수레 창문으로 이따금 나비가 들어왔어요.

작은 사람은 작기에 밑바닥을 구르지만,

이 밑바닥에는 바닥꽃이 피고,

나비가 날면서 햇볕을 나눕니다.

작은 틈새에 씨앗이 깃들어 푸른빛이 퍼지듯,

사람 사이가 좀 더 넉넉하고 아늑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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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제빵사 곰

피브 워딩턴, 셀비 워딩턴 지음, 김세희 옮김, 비룡소2002.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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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낱말은 (물결이) 일다에서 비롯합니다.

일어나다·일으키다이 밑말입니다.

잇다·이루다·이다·있다 같은 낱말도 이 밑말이에요.

모든 일은 만나서 이루고 이어갑니다.

혼자 짓고 여미고 꾸리더라도,

우리가 지은 일은 이웃한테 잇습니다.

둘레에 이야기를 일으키고,

일 하나를 이루면서 살림이 새로 일어납니다.

《제빵사 곰》은 1979년 그림책입니다.

모두 손으로 짓고,

손으로 나누고,

손으로 추스르고,

손으로 마주하던 무렵,

빵굽기라는 일을 하면서 이웃을 만나는 일꾼을 곰(테디 베어)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이웃한테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밭에서 지은 열매도 이웃한테 이바지합니다.

뚝딱뚝딱 일군 살림도 뭇사람 손을 거쳐 온 나라에 고루 나아갑니다.

얼굴과 이름을 아는 이웃이 일합니다.

낯도 이름도 모르는 숱한 사람들이 일합니다.

말을 섞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여러 사람을 길에서 집에서 만나고,

종이로 붓으로 만납니다.

수줍거나 쭈뼛한다면 살그마니 숨을 만합니다.

말없이 건네어도 되고,

쪽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동무가 말을 더듬으면 기다리고,

내 수다가 길지 않은지 되새깁니다.

밤에 별빛이 지켜봅니다.

낮에 해바람과 풀꽃 나무가 둘러봅니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봅니다.

같이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조용히 듣습니다.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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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