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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4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열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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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세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번데기 야구단》, 박수동 글·그림, 까치, 19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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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서울 곁에서 뭐든지 서울에 빼앗기거나 올려보내는 고장이었습니다.

좋게 보면 이웃나라에서 처음 들여오는 살림을 먼저 펼쳐 보이는 ‘징검다리’요,

궂게 보면 ‘처음 해보고서 잘잘못을 따진’ 다음 서울에서 펴는 터전이었습니다.

공놀이인 ‘야구’도 인천에서 처음 폈어요.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에 이은 ‘청보 핀토스’나 ‘태평양 돌핀스’가 바닥을 기더라도

“밑바닥은 서로 돌봐야지” 하는 마음이 짙었습니다.

이러구러 《번데기 야구단》은 언니하고 둘이 아끼면서 자주 되읽은 만화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고 또 보고 자꾸 보니 어머니는 “좀 그만 보고 공부 해!” 하고 꾸중하다가

우리 몰래 마을 쓰레기 구덩이에 버렸어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만화책이 다 사라졌고,

부랴부랴 쓰레기 구덩이를 뒤져 건사하면, 넝마주이를 불러 몽땅 넘기셨지요.

그래도 잃고 잃은 《번데기 야구단》을 책집이며 글붓집(문방구)을 떠돌며 어렵사리 석 자락째 되샀지만,

넉 판째 버려지고는 오래도록 되사지 못 했습니다.

이 만화책은 수수한 마을아이가 다 다른 마음을 하나로 모두어

차근차근 솜씨를 갈고닦으며 꽃가마를 타는 줄거리입니다.

‘타고난 재주’ 아닌 ‘땀흘리는 사랑’을 어린이 눈망울로 밝혔어요.


“엄마 혼자 고생한다고 이 시장바닥까지 나와서는 …….”

“물꽁은 정말 효자구나!”

“그런데 감독님, 새벽연습을 4시부터 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아요?”

“예? 4시라뇨? 우린 6시부터 연습을 하는데요.”

(55쪽)

 

“꼬마야! 너 이렇게 어려운 한자를 다 읽을 수 있니?”

“그럼, 이건 아주 쉬운 동화책이야.”

“너 한자를 다 알겠구나?”

“무슨 소리? 우리 한자는 너무 어렵고 또 글자수가 많아서 늙어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다 알지 못한대!”

“그래? 정말 우리 어려운 한자 땜에 골치 아파 죽겠어!”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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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따봉 개구쟁이 4》, 청림·정광식 엮음, 도서출판 동림, 19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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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서라도 책을 내면, 이 나라에 이바지할까요?

제값을 안 치르고서 슬쩍 베끼거나 훔쳐서 내는 책으로 돈을 벌면,

우리 살림에 이바지할까요?

《따봉 개구쟁이》는 ‘도라에몽’을 훔친 판입니다.

‘도라에몽 훔침책’은 여러 판이 나왔습니다.

국민학교 곁 글붓집에서 값싸게 불티나게 팔렸어요.

만화를 그린 ‘후지코 후지오’ 님은 이녁 만화책을 여러 나라에서 훔침책으로 내는 줄 익히 알았다는데,

‘그림삯(저작권)을 바라지 않을 테니,

이웃나라 어린이가 제대로 나오는 만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는 ‘도라에몽’을 마음껏 펴낼 뿐 아니라 제대로 읽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나온 여러 살림살이랑 책을 훔쳤어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짓밟은 탓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책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나라 책을 몰래 낸 우리나라예요.

‘열화당 사진문고’는 ‘프랑스 포켓 포쉐’를 훔친 판입니다.

예전 어린이는 《따봉 개구쟁이》를 비롯한 훔침책(해적판)을 보고 자라며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눈먼 속임짓을 꾀한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았을까요?

이 나라 어른은 아이들한테 어떤 생각씨·살림씨·사랑씨를 심어 온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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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