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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4

INSIDE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83년 #단풍물이_드는갑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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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생년문고

#단풍물이_드는갑더라

2022년 11월 11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오늘은 작년 11월에 소개했던 1983년 생년문고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생년문고를 만들 때는 한창 도시가 울긋불긋 황홀하게 물들던 계절이었어요. 그런 계절에 어울리는 책이 어디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1983년에 나온 시조 시집에서 가을과 찰떡인 시조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조에 기대어 연도와 표제를 정하고 나머지 책들을 채워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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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1983년에 발견한 가을 시조와 더불어 1983년 가을 문예지가 있어서 더욱 흡족한 마음으로 묶었던 생년문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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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책보고 11월 첫 생년문고는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여러분과 처음 만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더욱 특별한 연도의 생년문고를 가지고 왔어요~! 


88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로 호랑이가 확정된 해 

(읭? 왜 이렇게 일찍?), 

올림픽자금 조성을 위한 올림픽복권 발매를 시작한 해 

(읭? 왜 이렇게 일찍?2 그래도 이건 자금 조성이니까, 인정)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열린 해 

만화잡지 <보물섬>에 아기공룡둘리 가 첫 선을 보인 해,  

바로, 1983년입니다.


1983년 #단풍물이_드는갑더라 (3권/12,000원) 


오늘 생년문고에는 가을가을한 표제를 붙여 봤어요.
지난 주말 비가 내리고, 울긋불긋하던 은행잎과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보니, 

이제 가을도 끝나가나 봅니다. 

가는 가을이 아쉽던 차에, 

1983년의 아름다운 ‘시조’ 한 수가 눈에 들어왔어요. 

L시인의 ‘단풍물’이라는 시조입니다.


가을에는 다 말라 버린 우리네 가슴들도 

생활을 눈 감고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누구나 안 보일 만치는 단풍물이 드는갑더라. 


소리로도 정이 되는 산개울가에 내려 

낮달 쉬엄쉬엄 말없이 흘러 보내는 

우리 맘 젖은 물 속엔 단풍물이 드는갑더라. 


빗질한 하늘을 이고 새로 맑은 뜰에 서 보면 

감처럼 감빛이 되고 사과처럼 사과로 익는 

우리 맘 능수버들엔 단풍물이 드는갑더라.


이게 바로 시조의 운율인가요? 

빗질한 하늘이라뇨, 감처럼 감빛이 되다니요! 

정갈하고 단아한 은유에 절로 마음이 깨끗해지고, 

마음에 단풍물이 리듬감 있게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이 시조는 1983년에 초판이 나온 한 시집에 실려 있었는데요. 

시집은 우리가 잘 아는 시인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에 시조만 모아놓은 시집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늦가을 밤, 이 시집 한 권 들고, 천천히 시조를 음미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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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otion Icon 이 시집은 윤금초, 박시교, 이우걸, 유재영의 《네 사람의 얼굴》(문학과지성사)입니다.

 

 

여기에 더해, 

1983년 가을 문예지도 한 권 들어있습니다. 

이 문예지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조세희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소중하고요. 

최근 많은 산문과 시집이 복간되고 있는, 쓸쓸함과 황폐함의 아이콘 최승자 시인의 시가 실려 있어 더욱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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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가을 문예지는 <문예중앙> 1983년 가을호입니다. 이 생년문고를 만들 당시에는 조세희 선생님이 살아계셨었는데 그 사이에 돌아가셔서 더욱 소중한 잡지가 된 <문예중앙> 1983년 가을호입니다.


 

마지막으로 1976년 1월 창간해 현재까지 발간되고 있는 

연극 전문지 1983년 7월호가 한 권 들어있어요. 

‘서울 극작가 그룹’ 출범 소식과 문학, 영화, 미술, 전통, 무용까지 

1983년 여름 문화계 소식이 총망라된 양질의 예술잡지랍니다. 

다 써놓고 보니, 이 생년문고... 정말 탐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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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연극 전문지는 <한국연극> 1983년 7월호입니다.

 

 

1983년생인 당신, 아니면 1983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83년 단풍물에 물들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1980년대 초반 출판물이라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면서 한편 그 시대 문화예술만의 숨결이 배어있는 소중한 출판물이라는 점에서 이 생년문고는 특별히 돋보였었습니다. 문득 지난 12월에 돌아가신 조세희 선생님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며 선생님의 인터뷰가 실린 <문예중앙> 1983년 가을호를 소장하신 이 생년문고의 주인이 부러워집니다.Emotion 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