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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3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열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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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두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 《이 좋은 세상에》, 김남주 글, 한길사, 1992.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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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여섯 해(1988∼1993년)를 돌아보면,

길잡이(교사)는 가위를 챙기고 다니며 머리카락을 재서 잘랐습니다.

이들은 한 손에 몽둥이를 쥐고 다니며 팼습니다.

총칼로 짓밟은 일본이 다스리는 나라도 아닌데,

“조선놈은 맞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몽둥이는 사라졌을까요?

얼핏 사라진 듯 보이지만 참말 사라졌을까요?

 작대기, 골프채, 야구방망이는 치웠어도 시험이라는 숨은 몽둥이는 고스란합니다.

1992년에 《이 좋은 세상에》가 나왔다지만, 나온 줄 몰랐습니다.

1994년 2월에 김남주 님이 숨을 거두었다지만, 이때에도 몰랐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라는 이름을 붙여 노래를 부른 넋을 돌아봅니다.

1990년대에서 서른 해가 지난 2020년대는 '얼마나 좋은 나라'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홀가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나 하고 살피면 아닌 듯합니다.

누구나 꿈을 키우고 사랑을 속삭이는가 하고 헤아리면 아닌 듯합니다.

‘우주개발’을 한다며 전남 고흥 끝자락 나로섬에서 펑펑 쏘아대지만,

정작 고흥 같은 시골은 빠르게 늙고, 어린이, 젊은이는 빠르게 떠납니다.

제주 헌책집 〈동림당〉에서 김남주 님 손글이 깃든 책을 만났어요.

 살살 쓰다듬습니다.

어린이한테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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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The Little CHINA PIG》, Dorothy Dickens Rawls 글/그림, 한길사, Rand McNally,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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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돼지가 있답니다. 

여느 돼지라면 네발로 설 텐데, 이 돼지는 두발로 서는군요.

여느 돼지라면 진흙으로 몸을 씻고 숲을 뒹굴며 꽃내음을 맡을 텐데,

이 돼지는 저고리를 걸치고 나비댕기를 하고서는 방긋 웃음짓는군요.

여기에 있는 돼지는 무엇을 바라볼까요?

이 돼지는 무엇을 바랄까요?

누가 이 돼지를 눈여겨보거나 알아볼까요?

누가 이 돼지하고 동무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열고 닫을까요?

《The little CHINA PIG》는 조그마한 돼지하고 자그마한 아이가 만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만, 조그마한 돼지는 꼼짝을 안 해요.

한결같은 모습으로 얌전히 설 뿐입니다.

그런데 돼지 머리에 작게 홈이 있군요.

무슨 홈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아하 동전을 땡그랑 넣는 홈이에요.

‘돼지돈그릇’이었어요.

돈그릇(저금통)인 ‘중국 돼지’는 방긋 웃음짓는 저고리차림으로

미국 어느 마을 가게에 얌전히 있었답니다.

함께 웃고 같이 노래할 상냥한 어린 동무를 기다렸다지요.

어린이는 중국 돼지랑 어떤 마음을 속삭일 만할까요?

중국 돼지는 미국 어느 작은 마을 조그마한 아이하고 어떤 생각을 나눌 만할까요?

1949년 언저리를 돌아봅니다.

미국은 긴 싸움판이 끝나고 아이들한테 작은 그림책으로 새빛을 들려줍니다.

한국은 이즈음 아이들한테 무엇으로 어떤 새빛을 그려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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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