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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3

BOOK&LIFE

[SIDE B] 취향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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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연습

 

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Emotion Icon북&라이프 side B <책과 심리학>은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교수이자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인 필자의 글을 통해,

치유, 개선, 회복의 방법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취향은 어떠한가? 음식은 한식, 중식, 양식 등 어떤 종류의 음식을 선호하는가? 옷을 입는 스타일은 어떠한가? 어떤 종류의 음악이 취향에 맞는가? 여러분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 손쉽게 얘기를 시작하고, 거침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이러한 질문이 못내 당황스럽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 또한 내 취향에 대해 생각해보니,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답답하고 머리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취향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선뜻 취향에 관해 얘기하자니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모른 채, 아니 알 겨를도 없이 삶을 사느라 정신없이 흘러왔는지도 모른다.


취향이란 개인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방향이나 경향을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끌리는 방향을 의미한다. 그 끌림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취향을 통해서 각자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취향은 그 사람의 독특성과 개별화된 고유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취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차별화되고 다른지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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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끌리는 방향이 다르기에, 취향으로 각자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분석심리학의 융은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개인이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소속된 집단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과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주력한다. 이 과정에서 부합되지 않는 자신의 성격이나 모습이 한쪽으로 밀리고 억눌러진다.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흔히 기대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수가 즐겨보는 취미를 공유한다. 즉 사회에 적응하며 생존하느라 나만의 취향을 생각하거나 가질 겨를이 없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기에는 생존하고 적응하느라 외면했던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한 나를 알아가고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즉, 취향을 통해 자기다움을 갖게 되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획득할 수 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취향은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 즉 욕구의 방향을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을 욕구의 동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만족을 느끼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욕구 불만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때 건강하지 못한 삶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의 욕구를 가능한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은 욕구가 향하는 방향, 욕구가 충족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만족하는지, 무엇에 흥분하는지를 말한다. 


욕구에는 인간의 공통된 욕구가 있고, 개별적인 욕구가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이 태어나 공통적으로 갖는 욕구에 대해서, 5단계 이론을 통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제안하였다. 생리적 욕구 가운데 먹는 것에서도 사람마다 좋아하고 선호하는 음식의 종류, 먹는 방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른 각양각색의 취향이 나타난다. 잠을 자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에서도, 옷을 입는 패션 스타일에서도 다양한 욕구에 따른 취향이 발견된다. 이처럼 취향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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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는 인간의 공통 욕구에 대해서 5단계 이론을 제안했다.

  

따라서 취향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욕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감정을 통해 알 수 있다. 감정은 어떤 자극이나 대상이 자신의 관심과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욕구가 없으면 감정은 발생하지 않는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관련해서 원하는 것 즉 욕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평가할 때 흥분되고 설레는 등 유쾌한 감정을 느끼고, 욕구를 방해한다고 평가할 때 화나고, 슬프고, 불안하다는 등의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따라서 어떤 자극이나 대상, 그리고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욕구를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취향이 된다. 무슨 음식을 먹을 때 입맛이 돌아 흥분되는지, 어떤 옷 스타일에 즐겁고 설레는지, 어떤 사람이나 활동에 흥분되어 끌리는지를 알아차림으로써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취향은 인간의 공통된 욕구인 소속감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할 때 갈등을 겪는다. 소속되고자 하는 집단의 취향을 따라감으로써 유행에 합류하고, 유행을 함께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바탕으로 유대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낀다. 《취향》(심귀연 저)에서는 이러한 측면과 갈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때 취향은 소속과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속하고자 하는 집단, 속해 있는 집단의 사람들과 문화를 관찰하고 공통된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공통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취향을 공유하면서 집단에 소속될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드러내면, 그 다름으로 인해 집단 안에서 차이가 부각되어 배척당할까봐 두렵다. 소속되는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그 집단 안에서 차별화된 취향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고개를 든다. 골프라는 공통된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좀 더 고급지고 스타일리쉬한 골프용품이나 의상을 통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취향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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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인정받고자 하는 존경 욕구가 고개를 든다.  

 

로저스Rogers, 매슬로우Maslow 등 수많은 심리학자가 공통적으로 말한다. 삶을 살면서 수많은 도전과 과제에 부딪히고 다양한 욕구에 휘둘리더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은 고유한 자기 자신,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향해 움직인다고 말이다. 즉 자기실현의 욕구가 나머지의 삶을 지배한다. 자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 취향을 통해 개인의 개성과 독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간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유사한 취향을 통해 유대감을 갖고 집단을 이루어 소속감을 느끼며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독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 개성 만점이다. 그 독특성과 다양성을 인정해 보자. 자신이 끌리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자신 있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드러내 보자. 즉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 보자. 그럴 때 개인과 사회가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고, 함께 건강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취향을 좋고 나쁨에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로의 다양한 취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지영 교수 프로필 섬네일_최종.jpg

 

이지영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도록 코칭하고 있다. 

《정서조절코칭북》, 《생각이 크는 인문학:감정》, 《어린이 심리스쿨》,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등의 다수의 감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뉴스브런치 부설 심리연구소>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이지영 교수의 감정코칭>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