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l. 23

INSIDE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80년 #안_보이는_사랑의_나라

리스트 북큐레이션.jpg

 

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1980년 생년문고

#안_보이는_사랑의_나라

2022년 10월 31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오늘은 작년 10월에 소개했던 1980년 생년문고를 언박싱해보겠습니다. Emotion Icon 어떤 때는 책을 먼저 정하고 연도를 정할 때가 있는데요. 이번 1980년 생년문고가 바로 그랬습니다. M시인의 이 시집은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소개하고 싶었었는데 마침 여러분이 자주 찾으시는 1980년에 출간되었더라고요. 그래서 1980년 출판물을 차근차근 모아 10월의 마지막 날, 여러분께 선보였답니다. 

 

 

1980년-안보이는사랑의나라.png

 

 

 

아주 가끔 들어오는 1980년의 시집, 평소에 쉽게 만나기 힘든 1980년 문예지, 1980년식 동양고전, 1980년대 어린이책까지. 한자의 향연이 펼쳐지는 1980년의 책 지금부터 언박싱해볼까요?  

 

 

KakaoTalk_20221021_141009090.jpg

 

 

안녕하세요. 서울책보고 10월 두 번째 생년문고 갖고 왔습니다. 

오늘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자료들을 모아모아 묶은 

희귀 연도 1980년 생년문고 들고 왔습니다. 

오늘 생년문고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묶여 있어서, 

이 문고를 가져가시면 헌책의 묘미를 담뿍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1980년 #안_보이는_사랑의_나라 (4권/13,000원)

 

 

오늘 생년문고 표제만 듣고도 어떤 시인을 떠올린 분이라면, 

그분은 시를 사랑하는 분일 거라 생각해요.

네, 오늘 표제는 1980년 가을에 나온 한 시집 제목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참 사랑하는 시집이고, 

뮤지션 ‘루시드폴’이 좋아하는 시인으로 잘 알려진 M시인의 대표 시집이기도 합니다.


드뷔시나 사티 같은 인상파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시도 그 방향으로 가기를 소망했다던 M시인은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시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타향살이를 하며, 시가 먼저 자신에게 위로가 됐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처연한 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이 가장 아끼는 시집이 바로 이 1980년 시집인데요.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혼돈의 시간을 겪어 

정서적으로 시의 도움이 절실하던 때의 시집이라 더 애착이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출처_서울신문, 2020년 10월 18일 기사)


시는 읽는 독자에게 뿐 아니라, 

그 시를 쓰는 시인에게도 위로를 주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면 표제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일부를 같이 읽어볼까요? 

무척 긴 시이므로 전문을 보기 어려워서, 

이 시의 가장 아련한 부분이라 느껴지는 부분을 골라보았습니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거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시를 쓴 시인의 시는 어떤 빛깔일까요? 

그 등불 같은 시를 보고 싶으신 분은 이 생년문고를 골라보세요. 

 

 

KakaoTalk_20221021_141009090_03.jpg

 

 

Emotion Icon 이 시집은 마종기 시인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문학과지성사)입니다.

 


이 외에도, 한 대학에서 #문고판 으로 만든 작은 크기에 두께는 두툼한 동양고전 한 권

 

KakaoTalk_20221021_141009090_02.jpg

 

 

Emotion Icon 이 동양고전은 《서경》(명지대학 출판부)입니다.

 

'이 시대에 시를 쓴다는 의미' 특집과 #발터벤야민 의 글이 실린 문예지 한 권 

 

KakaoTalk_20221021_141009090_04.jpg

 

Emotion Icon 이 문예지는 <문학사상> 1980년 7월호입니다.

 

 

1980년식 번역과 삽화가 사랑스러운 아동문고 시리즈 한 권이 들어 있습니다.

 

 

KakaoTalk_20221021_141009090_01.jpg

 

 

 Emotion Icon 이 아동문고는 에리히 게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샛별문화사)입니다.

 

1980년생인 당신, 아니면 1980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80년의 어느 외로운 시인을 만나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아주 가끔 만날 수 있는 1980년 출판물이어서 더 소중한 느낌이 있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생년문고를 만들어놓고 “아, 이 생년문고 정말 잘 묶었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이 생년문고가 딱 그랬습니다. 책의 종류가 다채롭게 구성되어 읽는 재미가 있고, 출판물마다 1980년의 느낌이 물씬 배어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생년문고를 고르시고 가져가신 분도 언박싱후 저와 같은 마음이었길 바라봅니다.Emotion Icon